시 공무직 채용에 ‘학력 기재’…블라인드 채용 맞나?

제공 이력서, 인적사항 기입란 ‘버젓’ 市 “위반 아냐, 면접엔 자소서만 제공” 관계부처 “여지 있다” 상반된 해석 지원자 “이게 무슨 블라인드?” 분통

2024-09-12     김성준 기자
△광양시청

최근 광양시가 공무직 채용 서류접수를 마무리한 가운데 시가 요구한 이력서를 놓고 “블라인드 채용이 맞느냐”는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광양시는 지난 3일 홈페이지에 ‘2024년 광양시 공무직근로자 채용계획 공고’를 내고 22개분야 27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채용공고는 게시되자마자 홈페이지 조회수 3000회를 넘기는 등 지역사회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공무직은 타 직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데다 지역 내에서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4년만에 대규모 채용이 진행되면서 자격요건이 없는 업무들이 다수 있어 관심을 가지는 시민들도 많았다.

그러나 해당 공고문에 첨부된 응시원서와 이력서에는 생년월일이나 학력 등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인적사항을 입력하는 칸이 있어 ‘블라인드 채용’ 취지와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제시한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기관에서는 채용시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채용시 입사지원서에서 △성별 △연령 △출신지역 △가족관계 △신체적 조건 △학력 △재산 등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인적사항을 원칙적으로 요구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신체적 조건이나 학력 등의 경우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예외로 할 수 있다. 

광양시는 채용에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어 가이드 라인을 위반한 것은 아니며 면접시에는 자기소개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블라인드가 맞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부처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광양시가 가이드 라인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서류심사에서 학력을 보지는 않고 필기시험 진행 이후 면접에서는 인적사항이 없는 자기소개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학력을 적는 란을 만든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생년월일의 경우 결격사유 조회를 위해 필요한 정보라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가이드 라인을 위반한 사안이 아니다”며 “학력 등의 정보는 행정 시스템에도 기입하게 돼 있고 차후 인사 배치 등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기입란을 없애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입장을 정부 부처에 문의한 결과 자격요건이나 전문자격증이 필요한 경우 학력을 요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자격요건이 없는 업무에도 학력란이 포함된 이력서를 제공한 것은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관계부처 담당자는 “전문 직종의 경우 제한경쟁이 가능하지만 특별한 자격요건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의 경우 공개채용이 원칙”이라며 “공고문에서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고 명시한 업무의 경우 학력을 제공받는 것은 블라인드 채용 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무직 채용에 지원한 한 시민(31)은 “요즘엔 사기업도 출신 고등학교까지 적으라고 하지 않는데, 무슨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지 모르겠다”며 “공무직, 청경 등 인사논란이 있었던만큼 내정자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닌지 의심부터 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