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번복 또 번복’…전세 사기 피해 지원 뒷북 대응

100만원 지원에 피해자 혼선 불러 전원지원 결정 불구, 정책불신 남아 道 행정 허점 ‘세심한 정책’ 촉구

2024-08-26     이대경
△전라남도가

최근 광양시를 중심으로 전남권 30대 초·중반 사회 초년생이 잇달아 전세 사기 피해로 고통받고 있다.

이에 전남도가 피해자 전원에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가 번복을 거듭해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결국 전체 지원이 최종 결정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피해자들 사이에선 세심한 정책 집행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7월초 전세 사기피해자 전체를 대상으로 조건 없이 100만원을 생활안정자금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돌연 피해자 일부를 제외하기로 하면서 피해자들의 당혹감이 일파만파 퍼졌다.

이달 초 전남도가 광양시에 공유한 내부 문건에는 당초와 달리 긴급복지 지원을 받은 사람과 이사 경비 지원을 받은 사람이 빠졌다.

생활안정자금으로 대출이자와 소송비 등 지출계획을 세웠던 피해자들은 크게 낙담했다며 전남도 행정을 비판했다.

광양 거주 A씨(30대 남성)는 “이사를 위해 전세대출을 새로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대출이자와 소송비를 충당하려고 했지만 무산됐다”며 “이중으로 이자가 나가고 소송비까지 부담해야 하는데 그나마 적은 돈이라도 지원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기대할 수 없어 너무 서럽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 대부분이 이미 긴급복지 지원을 받아 생활안정자금 대상자 자체가 거의 없다는 점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실제로 이달까지 긴급복지 지원비를 신청한 광양시민은 모두 190명으로 피해자의 252명의 80%에 가깝다. 이 외에도 이사 경비를 지원받은 사람은 15명이다.

광양 거주 B씨(30대 여성)는 “지원금이 피해 액수에 비해 현저히 적은 상황도 마음이 아픈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가 거의 없다는 점은 더 납득되지 않는다”며 “보여주기식 희망 고문에 불과하고 우는 아이 달래듯 사탕 하나 쥐어주는 식의 구제 방안은 적극 개선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광양시는 지난 13일 전라남도에 공문을 보내 생활안정자금 지급 대상 확대를 건의했다.

광양시 건축과 관계자는 “피해자 지원 정책은 빠르게 추진하는 것보다 피해자 전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특히 광양 지역 피해자 대다수가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피해자들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될 수 있도록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전라남도는 지난 22일 관계부서 대책회의와 내부검토를 거쳐 피해자 전체를 대상으로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사 경비를 이미 지원받은 경우 100만원에서 해당 금액만큼을 뺀 나머지만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라는 사안의 심각성을 거듭 고려해 당초 중복지원이 어렵다고 판단한 근거였던 행정절차 진행 방침을 변경, 전세사기 특별법과 전라남도 조례 등 지원 근거를 토대로 1회에 한해 전체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전라남도가 빚은 혼선에 대해 피해자들의 정신적 상황까지 고려한 신중하고 면밀한 행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남권 피해자 대표 황순원 씨는 “생활안정자금 확대 지원 결정으로 사기 피해자들의 상실감이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다”며 “피해자 대부분이 경험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행정의 지원 정책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정교한 접근과 꼼꼼한 계획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달 초 기준 전라남도에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신청을 접수한 750명 가운데 490건이 피해 사례로 인정받았다. 이중 광양 피해자 접수는 전체의 50% 수준이며 피해규모는 390억원 가량으로 전남 최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