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TOP스토리] 환경•기후 교육과 실천의 무관심

김경백 •광양시학원연합회장 •에듀TOP수학학원대표

2024-06-14     광양뉴스
김경백•광양시학원연합회장•에듀TOP수학학원대표

유치원 다니는 아들 녀석의 말이다. 왜 나만 양치컵이 있고 엄마, 아빠는 양치컵이 없어요? 함께 양치를 하다 아차 싶었다. 유치원에서의 안내문도 있고, 물을 아끼고 제대로 된 양치 습관을 들여주고자 좋아하는 캐릭터 뽀로로가 그려진 양치컵을 준비했는데 나와 아내 것은 준비할 생각을 미처 못한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리라.

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어린 아들에게는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실천할 의지가 부족하였고, 그렇게 일갈을 한 아들은 야무지게 컵을 한 번 행군 후 칫솔을 꽂아두고 나간다.

어린 아들은 또 묻는다. 학원에 쌓여 있는 종이컵 뭉치들을 보면서 왜 나만 내 컵이 있고 엄마, 아빠는 자기 컵 없이 종이컵만 써요? 아들에게는 유치원의 당부도 있어서 전용컵과 텀블러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나와 아내는 컵 설거지하는데 품이 들면 얼마나 든다고 종이컵만을 사용하고 있던 것이다.(이 말을 아내가 들으면 앞으로 설거지는 다 나더러 하라고 으름장을 놓을 것이다.)

아, 유치원에 보내 놓으니 놀고만 오는 것은 아니구나, 뭔가를 배우기는 하나 보다. 그 와중에 새삼 유치원 보내길 잘했다 철없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가 배우는 것이 많아지면서 언행이 일치하지 않고 지행이 일치하지 않는 부끄러운 어른의 모습만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이렇듯 요즘의 유치원에서는 환경·기후교육을 제대로 하는 모양이다. 아들내미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생님이 그랬어요” 하면서 산책할 때 꽃도 못 꺾게 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컵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샤워할 때 물도 제대로 못 틀게 한다. 심지어는 북극곰을 살려야 한다며 북극에 가자고 성화다.

그렇다면 초등, 중고등학교에서도 이렇게 환경·기후 교육을 잘하고 있을까. 이제 환경·기후 문제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당장 눈 앞에 펼쳐진 우리의 현실인데 교육과정 자체에는 아직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물론 교육부와 여러 자치단체에서 캠페인을 하고 있지만 이런 일회성 행사만으로는 학생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소위 말하는 녹색생활을 적극 실천해 나가는 데에까지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아직 6월인데 벌써 기온이 35도 안팎까지 치솟는 이 무더위에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학생들은 아무도 없다. 왜 이렇게까지 온도가 치솟는지,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정부는 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세계기후변화협약에 역행하는 정책들을 실행하고 있는지 모두 관심사 밖이고 그저 에어컨만 틀어달라 성화다. 학생들은 모를 것이다. 에어컨이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8%를 차지하면서 지구온난화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이러한 사실과 문제의식들을 배울 수 있는 곳은 학교뿐이다. 학교의 지속적인 정규 교육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기후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은 기후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할 수 있다.

그래서 기후문제가 우리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살펴보고, 대안을 찾고, 정부와 개인 차원에서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잘 실천하고는 있는지 늘 고민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영일만 앞 바다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 때문에 수천억의 예산을 낭비할 게 아니라 당장 눈앞에 닥친 기후위기와 환경보전을 위해 미래세대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북극곰을 살리기 위해 북극에 가보자는 아들의 성화에 아들내미 이름으로 그린피스 북극곰 살리기 캠페인에 후원을 했다. 일단은 이렇게 무마는 시켜놓았는데 유치원에서 또 무엇을 배워와서 어떤 일침을 놓을지 잔뜩 긴장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