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마음도 맑은 호흡이 필요합니다
나도 가끔은 마음의 쉼이 필요할 때가 있다. 아니, 생각해 보니 많이 필요하겠다. 해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자연에 들기도 하고, 작은 풀꽃들에게 말을 걸어 보기도 하고, 풀잎을 스치는 바람결을 느끼며 멍때리는 시간을 갖는데 왜냐면 내가 하는 일과 관련된 내용(사람)들이 참 ‘거시기’ 일색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며칠 전에는 남편이 예배 시간에 다소 수위가 높은 발언을 쏟아내는 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 보기에 다소 마음이 부담스러웠다. 평소 정치적이거나 특정인에 대해 설교 시간에 가능한 언급을 자제하는 사람인데 그날은 “어? 저 양반, 왜 저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좀 많이 나가는 것이었다.
최근 한반도 전쟁 위기 고조, 어쩌고 하는 상황 속에서 언론이 쏟아내는 편향된 보도들이 남편의 마음을 꽤 불편하게 한 모양인데 그 또한 이해가 되는 것이 남편은 전쟁 세대인데다, 부모님이 함경도에서 피난 내려온 실향민이고, 또한 본인이 해병대 출신으로 연평도에서 군 복무를 했던 사람으로 “니들이 전쟁이 뭔 줄이나 알아?”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었으리라.
그렇다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전쟁 위기를 고조시켜서 국민들을 겁먹게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평화로 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에 걱정 어린 심정을 표현했던 것 같다.
뉴스 보도를 통해 세상을 알게 되는 대다수 국민들 입장에서는 언론의 시각과 보도방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그 역할에 비중을 두고 이런저런 평가를 하는 현실이 참 씁쓸하지만 사실 요즘 포털에서 급작스레 도배질하고 있는 사건들을 보면 살짝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지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유명 가수 음주 운전 사고 뺑소니 사건 △서울대 N번방 사건, 확인된 피해자만 61명 △21년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현재 근황과 신상 등 이런 현상과 관련해서 몇 년 전 워크숍 당시 모둠 활동이 생각났다.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 한 편을 클릭하고 그 아래에 어떤 연관 기사가 뜨는지 보는 것이었는데 그때 내가 먼저 찾아본 기사는 스포츠 기사 중 △“토론토, ERA 5.14보다는 더 나은 류현진 필요” 美언론 <spotv news 2020.08.08. 19:00>이었다.
그런데 그 아래 연관 기사 제목들을 보고 요즘 아동·청소년들의 표현으로 “헐~!”이었다.
△유현주 초밀착 패션으로 뽐내는 대문자 S라인-걸어다니는 골프화보<2020.08.02.> △치어리더 박혜인 평상복이 더 섹시해 <spotv news 2020.08.06.> △머슬퀸 도전 황석정 헉 소리나는 완벽한 근육질 몸매 <2020.07.26.> △치어리더 이나경 한여름 더위 날리는 섹시한 바캉스 패션 <2020.08.06.> △안소현 베이글녀의 정석 어마어마한 볼륨감-청순 섹시 교과서 <2020.07.31.> 등이었다.
대부분 가슴과 엉덩이, 짧은 치마 부분이 클로즈업된 사진들이었고 특히 머슬대회에 참가한 여자연예인의 옷차림은 아슬아슬하게 주요 부위를 겨우 가릴 정도였으나 다만 기사 제목을 굳이 저런 식으로 정했어야 될까?
스포츠 선수의 실력이나 성적보다 옷차림과 몸매를 제목으로 잡은 의도가 참 천박하고 저질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는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사회문화적 현상이 아동·청소년기 때부터 얼평, 몸평이라는 말이 예사로 쓰이는 또래 문화 속에서 이미 내면화되어 있는 것이 현실 아니겠는가?
위의 연관 기사 모두 곽00 기자의 기사인데 그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기사를 쓰는지 당시 얘기를 한 번 나눠보고 싶었다. 그래야 팔리니까? 그럼 디지털 바다에서 생활하는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하죠? 우리, 잠깐 맑은 호흡이 필요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