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다르다’ 전남드래곤즈…6시즌만에 승격 보인다
K리그2, 반환점 앞두고 ‘리그 후반기 돌입’ 1위 안양과 1게임차, 승점 3점차 ‘2위’ 최근 6경기, 5승1무 ‘승점 16점’…상승세
올해 전남드래곤즈는 ‘되는 집안’의 냄새가 난다. 창단 30주년을 맞은 전남이 최근 무서운 기세로 승점을 획득하며 승격을 정조준하고 있다. 청룡의 해를 맞아 용의 기운이 가득한 탓일까. 지난해 리그 MVP를 차지한 발디비아를 포함한 기존 선수단은 물론 새로 합류한 선수들마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 이에 본지가 올 시즌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전남을 집중 탐구해본다.
초반 기세 이어가진 못했지만..
부천전 ‘극장승’ 후 상승세 회복
리그 개막전만 해도 전남이 상위권에 위치할 거라고 예측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지난해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발디비아는 남았지만 함께 공격을 전개해 줄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김종민, 몬타노, 플라카 등을 영입했지만 경기력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수차례 불안함을 노출한 수비진도 눈에 띄는 보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 받았다.
시즌 개막전인 청주 원정에서 1:0으로 졌지만 다음 경기인 김포전부터 경기력이 확 달라졌다. 홈 개막전에서 4골을 몰아치며 팬들을 설레게 만들더니 내리 3승을 거뒀다. 3승을 수확하는 동안 단 한차례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등 완벽한 경기력으로 시즌 전 예상을 뒤엎는 듯 보였다.
그러나 수원 원정에서 묘한 판정으로 경기 흐름이 뒤집히며 대량 실점을 허용한 후 팀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비교적 약팀으로 평가받는 안산과 아산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더니 이후 두 경기에서 패배했다.
특히 경남과의 홈 경기는 무기력한 모습이 노출되며 팬들의 실망섞인 목소리를 들어야했다.
정신력을 정비한 채 억수같은 장대비가 쏟아지던 부천 원정에 나선 전남은 반전에 성공했다. 7골을 주고 받는 치열한 공방전에서 귀한 승점 3점을 얻어냈다.
이 경기를 포함해 9일간 4경기에서 3승 1무를 거뒀다. 기세를 탄 전남은 상위권에 자리한 안양, 김포를 잡아내며 단독 2위에 올랐다.
살인적인 일정 속 ‘김종민’ 활약
수비진 부상, 불안함 노출 ‘과제’
올 시즌은 올림픽으로 인해 경기 일정이 조정됐다. 5월 한달동안 6경기가 배정되면서 전남은 9일간 4경기를 치르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그 어느때보다 선수들의 체력관리와 후보 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한 시즌이다.
가뜩이나 빡빡한 일정 속에 몇몇 선수들이 부상 등으로 인해 출전이 어려워지자 이장관 감독은 다양한 선수 조합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혜성처럼 ‘김종민’이 나타났다. 188cm의 큰 키를 가진 김종민은 전남 첫 경기부터 멀티골을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천안시티에서 1골을 넣은 김종민은 벌써 9골 3도움을 기록하며 현재 득점 2위를 질주 중이다.
이장관 감독의 공격적인 전술과 맞아 떨어지면서 어느덧 전남의 해결사로 자리잡았다. 몬타노가 부상에서 복귀하자 발디비아에서 몬타노와 김종민으로 이어지는 공격은 어느덧 가장 위협적인 공격 루트로 자리잡았다.
후방 미드필더로 경기를 조율하고 있는 조지훈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다만 신일수, 홍석현, 유지하 등 중앙수비수들이 부상에 시달리면서 몇 차례 불안한 모습을 노출한 점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극장골’늘며 ‘역전맛집’ 등극
짜릿한 도파민 선사하는 축구
올 시즌 전남 경기를 보다 보면 희열을 느낄 수 있다. 25득점이나 터트리며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반에는 5골에 그쳤지만 후반에만 20골을 터트렸다. 이 중에서도 후반 35분 이후 경기를 뒤엎는 ‘극장골’들이 경기를 짜릿하게 만들었다.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까지 상대의 골문을 노리는 ‘끈적한 축구’가 관중들을 매료시키면서 팬들로부터 ‘역전맛집’, ‘극장승명가’ 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번 시즌 전남은 후반 80분 이후 무려 8골을 넣었다. 이 6경기 중 5승 1무를 거둬들이며 승점 16점을 가져왔다. 극장골이 늘면서 역전승도 덩달아 많아졌다. 전남이 거둔 8승 중 절반은 지고 있어도 끝내 뒤집어 낸 경기다.
특히 부천과의 원정 경기 이후 이랜드, 안양, 김포 등 상위권에 포진한 팀들을 대상으로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전남 경기를 보고 있으면 지고 있어도 끝까지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군복무 선수 복귀, 유스 활약
하반기 ‘1위 탈환’ 기대 높아
아직 시즌을 절반도 넘기지 않았지만 전남의 비상은 점차 탄력이 더해질 전망이다.
현재 1부리그 김천상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현욱과 김태현이 올 7월 중순경 전남으로 복귀한다.
김현욱은 올 시즌 김천상무에서 14경기에 출장하면서 빼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뛰어난 볼 센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탁월한 김현욱은 올 시즌 5골이나 터트리면서 공격력도 꽃을 피웠다. 지난해 K리그2를 접수한 발디비아와 함께 보여줄 시너지에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빠른 발과 날카로운 크로스를 가진 측면 수비수 김태현이 가세해 공격과 수비에 힘을 보탠다. 김태현도 김천상무에서 13경기를 소화하며 2골을 기록하는 등 절정의 몸상태를 보이고 있다. 벌써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는 ‘전남이 강력한 1위 후보’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와 함께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유스들도 기대가 높다. 이미 이장관 감독의 눈도장을 찍은 박태용,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 프로에 데뷔한 손건호 등 유스 선수들의 기량도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전남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인터뷰] “지역민과 함께하는 드래곤즈 만들 것”
취임 6개월을 맞이한 김규홍 전남드래곤즈 사장의 얼굴은 밝아보였다. 최근 구단이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으면서 지역민들의 사랑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성적뿐만 아니라 김규홍 사장의 ‘발로 뛰는’ 영업 전략도 먹혀들었다. 많은 지역 인사를 만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기 위해 동분서주 노력한 결과 올해 전남 홈경기 평균관중은 지난해 동기대비 80%가 늘었다.
김규홍 사장은 “구단 업무를 하면서 축구가 단순히 한 경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이나 팬들과 희노애락을 같이 한다는 걸 알게 됐다”며 “3연승을 거둔 후 광양시민들로부터 드래곤즈 덕분에 행복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전남지역 유일한 축구클럽으로서,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역민들의 행복을 찾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이장관 감독과 통했다”며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성이 있는 행사를 열고 기계적인 홍보가 아니라 진심으로 지역에 다가가는 구단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김규홍 사장은 전남드래곤즈에 재직하는 동안 ‘유소년 시스템 개편’을 목표로 두고 있다. 지역 축구 인재가 지역 구단에서 뛰는 ‘프랜차이즈’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땐 지동원, 윤석영 등 국가대표 선수도 다수 배출한 ‘육성 명가’였지만 현재는 프로로 직행하는 선수들도 많지 않다.
김 사장은 “초중고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육성에 포인트를 맞추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지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선 초중고를 지역에서 보낸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때부터 전남에서 잘한다고 소문난 친구들은 타 지자체에서 스카웃해가는 경우가 많아 전남축구협회 등에 선수보호도 요청했다”며 “오랜 시간 함께 발맞춰 온 친구들이 함께 경기에서 활약하고 프로로 데뷔시킬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경기 성적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 내용이 더욱 중요하다”며 “최근 역전승을 자주하면서 선수들이 지고 있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 좋은 성적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좋은 경기 내용이 관중들을 불러 모으고, 관중이 많아진만큼 좋은 경기결과로 나타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선수들이 힘을 내 1부리그로 승격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