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재고 필요한, 광양 농업 정책과 문화
최근 광양시 봉강면 지곡리와 석사리 앞 들에 정원수 묘목 생산 포장이 부쩍 늘었다.
국내의 대표적인 과수 종묘 생산지는 경북 경산이다. 철쭉 등 정원수 묘목의 주산지는 순천이다. 광양 지곡리와 석사리에서 재배되고 있는 정원수 번식묘는 광양이 신흥 종묘 산지와 이것을 테마로 하는 산업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더욱이 최근 조경수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인근의 순천만국가정원이 있어 다량의 수요 흐름과 분위기가 좋다.
하지만 과거의 광양 농업 사례를 돌이켜 보면 체계적이고 산업적으로 크게 육성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먼저 든다.
과거 광양은 풍부한 일조, 동계의 따뜻한 기후를 바탕으로 1960년대부터 시설원예가 발달했고, 오이, 토마토 열매채소류의 주산지였으나 1990년대 이후 신흥산지에 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1970년대에는 밤나무 식재가 많아지면서 밤 생산 주산지로 등장했으나 이후 과거의 추억으로 전략했다.
1980년대는 광양에서 바나나를 재배해서 판매했던 농가가 있었다. 최근 열대 및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지자체라고 자랑하고 있는 곳에 비하면 30년 이상 빠른 역사가 있지만 농업정책은 없었고, 그러한 사실조차 알거나 기억하는 농업관계자가 거의 없다.
전남 특산 작물로 자리 잡은 유자와 참다래는 광양에서 이미 1980년대부터 많은 농가가 식재하였으나 정책부재, 기술과 관리 부족으로 재배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1990년대 이후 매실식재가 늘어났고, 광양시에서 특산 작물로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노력을 기울여 2008년에 광양매실산업특구 지정(제33호) 등 광양시 주력 과수가 되었다.
매실이 광양 특산 과수가 되면서 광양시에서는 전담 부서를 만들고, 산업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일정의 성과를 거두긴 했으나 그림자도 많다.
광양처럼 기온이 따뜻한 고흥, 보성, 장흥, 완도, 해남 지역에서 생산성이 높은 참다래가 고수익 작물로 정착한데 비해 광양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열대 및 아열대 과수 재배가 활발한데 비해 광양에서는 좋은 기후 조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광양 매실이 고부가가치의 산업으로 성장한 것도 아니다.
매실의 가치사슬(value chain)은 품종 육성, 묘목, 과실 생산, 비료 등 자재, 식품(소스, 음료, 주류, 과자 등), 관광, 의료 등 다방면에 걸쳐있는 데, 단순히 생산에 치중해 있다.
매실이 생산에 치중해 있다 보니 매실 육성 정책에 따른 수혜자는 농가로 한정되며, 매실 판매가격의 변동 폭이 크고, 노동과 매출은 봄에 집중되어 있다.
정부의 수많은 공모사업과 지원사업 그리고 시에서 오랫동안 매실산업을 육성해 왔으나 매실나무 재배 관련 자재, 매실 가공, 매실상품 관련 우수한 광양 소재의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30여년 전 봉강면 지곡리 들에서 재배되기 시작해 이제 상당히 규모화된 정원수 묘목 포장은 광양 농업의 이러한 문제점을 함축적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묘목 포장은 규모는 커졌어도 작약 대목에 모란 접목, 효율성이 높은 삽목상, 접목과 유통 등의 신기술은 도입되지 않고 있었다.
광양 자체 품종이 없고, 품종의 로열티에 대한 관계자들의 정보도 부족했다. 광양시의 농업 정책과 광양농업기술센터의 존재감 또한 없었다. 농업현장은 뒷북 농업정책은 멈추고 선도적이고 선순환(善循環)적인 정책과 농업 문화 구축이 필요함을 말해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