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광양엔 어린이들밖에 없나요?
‘딩동’
지석 : 엄마, 밖에 너무 더워서 그런데 친구들이랑 집에서 잠깐 있다가 학원 가도 돼요? 갈 데가 없어요.
엄마 : 도서관이나 다른 곳은 없어?
지석 : 도서관은 친구들이랑 얘기도 못하고 PC방이나 카페 같은 곳은 돈도 들고 잠깐 있기 뭐해요.
지난 여름,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와 나눈 어느 엄마의 문자다.
유아나 초등학생들은 학교 등의 일과를 마치면 방과후 수업이나 돌봄센터, 아동센터, 도서관 등에서 시간을 보낸다. 학교와 학원 또는 학교와 집 사이에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가 그래도 생각보다 넉넉한 편이다. 하지만 중고등학생들의 상황은 다르다.
중학생, 고등학생을 키우는 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이 편히 쉴 곳이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학교를 마치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지만 비용이 없거나 적은 비용으로 시간을 보낼 만한 공간이 거의 없다. 더위나 추위, 비를 피하고 싶어도 장소가 마땅치 않다. 카페 같은 상업시설을 이용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친구들과 편안하게 웃고 떠들며 쉴 수 있는 공간, 농구나 배드민턴 등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 하루 일과 중에서 생기는 자투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은 청소년들에게 매우 부족하다.
그래서 카페나 코인노래방, PC방, 편의점 등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곳에서 시간을 때우는 경우가 많다. 그마저도 여의찮은 친구들은 길거리에서 공원 벤치나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어린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고등학생, 청소년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청소년 위한 공간 필요
청소년들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이나 돌봄 기능까지는 아니더라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광양시의 청소년들이 휴식하고 공부하고 놀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들이 늘어나야 하는데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혹자는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 시간을 보내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거기는 공부를 하는 곳이지 휴식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니 논외로 해야할 것이다.
초등학교와 아파트 주변에는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나 시설들이 잘 되어 있는 편이지만 중고등학교 주변에는 이런 시설이 드물다. 가까이 있는 공원도 대부분 어린이를 위한 놀이 시설이 대부분이고 청소년들이 편히 쉬거나 놀 수 있는 공간은 현저히 적다. 청소년들이 공원을 이용한다해도 어린아이들과 노는 방법이 다르니 안전사고의 위험도 잠재되어 있어 어린이를 둔 부모들이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청소년들 또한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이 청소년이 이용해도 되는걸 알면서도 기피하는 상황이 생긴다.
광양시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슬로건으로 임신과 출산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 출산 축하금부터 육아보조금, 아이들을 위한 정책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보육료 지원은 기본, 양육수당, 어린이도서관 등 ‘광양시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재정하고 그에 따라 놀이와 여가, 안전과 보호, 보건 사회 서비스 등 6개 분야에서 정책을 발굴하고 실현 중에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유아부터 어린이(만 13세 이하)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들이 새롭게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친화적인 놀이터, 시간제 보육이 가능한 시설, 방과후 돌봄센터 등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맡길 수 있고 뛰어놀 수 있는 곳들이다.
청소년 되면 아동 혜택 확연히 축소
지난해에는 광양시 육아종합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시간제 보육은 물론 놀이체험, 체험프로그램, 교육프로그램 등이 매일 다양하게 펼쳐진다. 각 아파트 단지마다 광양시에서 지원하는 돌봄센터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용자들의 만족도만큼 입소 경쟁률도 높다. 최근에는 성황근린공원이 개장했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다채로운 구조물과 놀이시설이 드넓은 공간에 펼쳐져 있어 주말마다 이곳을 찾는 시민들로 북적인다. 이런 단편적인 모습만 보면 광양시는 참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정작 이 아이들이 자라 중고등학생 청소년이 되면 그간의 받았던 혜택들이 물리적으로 확연히 축소되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교복 지원, 버스비 100원 서비스, 친환경 무상급식 등은 칭찬할 만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런 학교 및 교육 서비스 등에 관한 정책이 대부분이고 정작 우리 아이들을 위한 휴식과 놀이 공간에 대한 정책은 상당히 아쉽다. 유아-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공간들에 비교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으로 광양시의 정책이 편향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난 3월 광양시는 ‘청소년 성장 지원으로 미래 인재 육성’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광양시가 추진하고 있는 청소년 정책에 대해 소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청소년 역량증진 활동 강화 △위기 청소년에 대한 맞춤형 지원 △청소년 자립 및 보호 지원 △청소년 참여기반 확대 △유관기관 협업체계 확대 강화로 추진 분야를 구분하고 청소년이 자유롭게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골자다.
시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청소년들과 청소년을 키우는 부모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 시설 있지만 부족
광양시에는 청소년들이 공식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관들이 몇 군데 있다. 청소년문화센터와 광양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이다. 이곳은 청소년들의 다양한 문화체험과 동아리 활동, 스포츠, 취미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청소년 전용 문화휴식 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곳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사설 기관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고 전문 지도자들이 상주하고 있어서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좋은 시설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현재 청소년들이 휴식하고 문화 생활 등을 할 수 있는 시설은 광양읍, 중동, 금호동에 각각 1개소씩 3개소뿐이다. 이중에서 금호동청소년문화의집은 지난달 28일 개소하며 2개소에서 3개소로 늘어난 수치다. 청소년들이 이런 시설을 쉽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접근성이 필수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하지만 광양시의 청소년시설은 시설의 숫자 자체가 적다 보니 접근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사치다.
최근 ‘광양시 아동의 놀 권리 증진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한 김보라 시의원은 광양시가 어린이 중심의 정책과 함께 청소년 중심의 정책도 함께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례에서 아동이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나이에 맞는 놀이, 오락, 문화생활 및 예술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강조했다. 특히 모든 아동, 그러니까 청소년 또한 차별받지 않고 자신의 발달 단계에 맞는 놀이와 여가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광양시가 시설 마련 등 기반 조성에 관해 노력해야 할 것을 짚은 것이다.
김 의원은 몇몇 어른들의 시각으로 청소년 정책을 수립하는 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과 청소년들을 키우는 학부모, 청소년 지도사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현실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피부에 와닿는, 효용성이 있는 정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