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만 지방소멸 위기 청양군, 고향사랑기부제 기회 될까?
고향사랑기부제, 일본은 어떻게 성공했나? ① 국내 - 청양군 편
2023년 1월 본격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거주지 외 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 혜택과 기부금의 30% 내에서 지역특산품, 지역사랑상품권 등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는 이를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답례품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원조인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0년 이상 앞서 고향납세 제도를 도입했고,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 2020년 고향납세 기부액이 7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제도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7회에 걸쳐 국내 지자체들의 고향사랑기부제 추진현황과 일본 고향납세 제도를 취재, 보도함으로써 고향사랑기부제의 발전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한때 인구 10만여 명에 달했던 충남 청양군은 2023년 3월 말 현재 3만280명으로 충남에서 대표적인 지방소멸 위기 지역이다.
특히 노인 인구의 비율이 높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38.3%로 충남도내 서천군 39.5% 다음으로 높다.
반면 청양군의 학생 수는 2010년 대비 33.7%나 감소했으며 전체인구의 25% 이상이 사회복지 대상이다.
청양군은 농업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산업구조와 충남의 알프스로 불릴 만큼 산지가 발달해 급경사지가 많다.
2020년 기준 청양군의 전업농 비율이 65.8%에 달하지만, 농가수와 농가인구, 경지면적 감소 추세로 소농과 대농의 격차가 커지며 농촌지역에서도 심각한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리적 특성을 보면 청양군을 중심으로 공주시와 부여군, 논산시, 보령시, 홍성군, 예산군이 인접해 있어 청양읍내 주민을 제외하고 면 지역 주민들의 생활권이 인근 시·군으로 분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지역 경제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되고 있다.
지역 불균형 극복 도움 될 것
2023년도 청양군 예산은 6187억원이다. 반면 재정자립도는 8% 정도로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다.
청양군의 지역 내 총생산도 충남도에서 가장 낮은 비중(1.1%)을 차지하고 있으며 아산시와는 약 28배, 예산군과는 3배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특히 청양군의 경우 1차산업이 활성화돼 있으며 제조업 비중이 33.8%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공공행정, 사회보장행정, 농림어업 등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지역이다.
이처럼 재정자립도가 낮은 청양군에서 고향사랑기부제는 단비와도 같은 모양새다. 제도 시행 초기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재정에 기여하는 수준은 미비하나 지자체의 기대는 크다.
청양군 김돈곤 군수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출향인은 물론 청양군에 관심을 갖고 있는 관계 인구를 점차 늘려 평생기부 1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재정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고 지역 간 불균형도 크게 해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양군은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3개월 만에 기부액 1억원을 돌파했다. 모금액 1억원을 초과한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20여 지자체 뿐이다.
2023년 4월 19일 기준 모금현황을 보면 510여명이 참여했으며 1인당 평균 기부액은 21만9000원으로 대부분 소액이나 100만원 이상 기부자는 20명으로 6800만원을 기부했다.
김돈곤 군수는 “4월 19일 기준 총 기부자는 510명에 1억1300만원을 모금했는데 전체 기부자의 93%가 10만원 이하로 주로 30에서 50대 직장인들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군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되면서 공무원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하는 등 홍보에 앞장섰고 농협과의 업무협약을 통한 신속한 기부금 접수가 가능하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출향인들의 동참을 바탕으로 공무원들의 인근 시·군 교차 기부, 군의회의 인근 시·군 교차 기부 등으로 기부 분위기를 높였다.
답례품 중심 아닌 목적 중심
청양군은 고향사랑기부제 홍보와 기금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월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및 기금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에 착수해 행정과 관련 단체, 마을주민조직 등 3차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하고 해외사례와 고향사랑e음 모니터링, 법률 및 시행령 등 법적 검토는 물론 지역 현황과 운영전략을 비롯해 단계별 추진 계획 등을 수립했다.
현재 청양군의 답례품 수는 48개로 전국 지자체 중 3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라남도가 261개로 가장 많으며 홍성군이 135개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청양군의 답례품 구성을 보면 농산물의 비율이 46%를 자치하고 있으며 가공식품이 42%, 축산물 10%, 지역 상품권이 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양군 지역활성화 재단 정환열 상임이사는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 중 가격적정성, 생산·유통 안정성, 기부유인효과, 지역경제 기여도 등을 평가해 답례품을 선정했다”며 “사업 초기이기 때문에 구기자 관련 가공식품류와 쌀 등의 선호도가 높다. 앞서 사업을 진행했던 일본의 경우 축산물의 수요가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청양군 또한 축산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청양군은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답례품 중심에서 목적 중심의 모금전략을 수립하고, 기성세대와 MZ세대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도록 관계 전략을 모색 중이다.
특히 고향사랑기부제 제도 취지와 목적에 맞게 청양의 자원으로 사람과 사회적 문화가 교류하는 지역 연계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자매도시 나들이 상품이나 계절별 지역 이벤트 사용권, 벌초 대행 서비스 등 관계 인구 확장형 답례품과 상시로 사용할 수 있는 관광형 답례품, 관광과 사회적 가치가 결합한 다양한 상품 개발도 고민 중이다.
기부자가 상상할 수 있는 미래 제시
청양군은 기금활용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이미지화된 기부금 사용처를 알리고, 기부자가 상상할 수 있는 미래상을 제시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또 지역의 이슈를 찾아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수립함으로써 기부자들에게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청양군에 거주하는 청소년을 위한 교육기금 조성, 폐교와 빈집을 활용한 유휴 공간 재생프로젝트, 지역 작가 및 관계자를 활용한 어르신 문화 예술 복지기금, 여러 계층의 지역 정착 지원 기금, 심야 응급 돌봄 택시 운영 등 활용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기금 활용방안에 대해 이슈를 발굴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위한 중간지원조직을 육성해 운영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돈곤 군수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과 청소년 디지털 역량강화 교육프로그램 등에 기금을 활용하는 한편 매년 시급한 사업에 대해 연차적으로 계획을 세워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공개해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고향사랑기부제 제도 개편 필요
‘고향사랑기부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복잡한 온라인 인증절차에 대한 제도 보완이 우선이라는 의견이다.
본인인증만 거치면 되는 일반 기부와 달리 고향사랑기부제는 온라인을 통한 회원가입, 본인인증, 금융인증 등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것.
현재 행정안전부의 기부지침에 따르면 온라인 홈페이지 ‘고향사랑e음’에 접속 후 설명서에 따라 회원가입(약관동의, 본인인증, 회원정보입력), 기부하기(기부지자체 선택, 주소확인, 기부자정보입력(휴대폰, 이메일 주소), 위택스 납부(금융인증서 발부, 전자납부번호 입력), 답례품 구매하기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공감이 전제돼야 하는 기부의 성격상 지정 기부가 가능하도록 행안부의 ‘고향사랑e음’뿐만 아니라 민간플랫폼 도입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청양군 고향사랑기부제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행정지원과 김필규 과장은 “고향사랑기부제의 회원 가입 절차 간소화와 가상계좌 납부 등 좀 더 편리한 제도적 보완과 공제 한도를 더 상향해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에 대해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기부자의 참여 확대를 위한 절차 등 접근 편리성 간소화, 크라우드 펀딩 형태의 기부를 가능하게 할 시스템 개발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청양신문 최운연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을 받아 국내 7개 신문사 연합 취재·보도합니다.
<광양신문, 청양신문, 고성신문, 뉴스사천, 당진시대, 무주신문, 주간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