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산책]아동·청소년의 길과 땀 흘릴 공간의 의미

김대명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2022-10-17     광양뉴스

 

지역주민들은 출퇴근길, 산책길 등 운전하고 걸으면서 마을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를 눈감으면 지역의 발전은 요원하고,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을 때 지역은 발전한다. 성숙한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문제들을 절차적,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많이 경험해야 한다.

또한 자라나는 아동․청소년들이 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마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지엽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작은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광양시 전체에도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 확신한다. 이에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해보고자 한다.

첫째, 아동․청소년들이 매일 다니는 등하굣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타지역의 사례로 충청북도는 초등학생의 등하굣길 교통안전 확보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자녀안심 그린숲 사업’을 2020년 추진한 바 있다. 2025년까지 등하굣길 교통안전과 대기오염에 취약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매년 5개소 내외로 총 25개소의 그린 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자녀안심 그린 숲은 초등학교 부근 어린이보호구역에 인도와 차도를 분리하는 숲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에 도로 다이어트, 보도 정비 등으로 공간을 확보하고 수목과 초화류 식재, 옹벽 벽면녹화 등 가로 숲을 조성한다. 도로 다이어트는 도로 전체 폭은 그대로 두고 차로 수를 줄이거나 차로 폭을 줄여 남는 공간에 자전거 도로, 녹지공간을 확충함으로써 보행 환경을 개선하는 기법이다.

그린 숲을 조성하면 교통안전과 미세먼지, 폭염에 취약한 학생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통학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도심 속 살아있는 생태 복원지로서 자연체험‧생태교육 공간으로 활용도 기대된다.

광양시 용강리에는 남해오네뜨와 송보 7차에 거주하는 중학생들이 용강중학교까지 등하교를 하게 된다. 현재는 송보 7차와 창덕 2차 아파트 사이의 숲길을 이용하고, 창덕아파트부터 용강중까지 가는 길은 아파트를 통과해서만 가야 한다. 이 길을 전면 숲길로 조성하면 여름 폭염에는 나무 그늘로 다닐 수 있어 시원하고 봄과 가을에는 다양한 꽃나무를 만날 수 있어 등하굣길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둘째, 아동․청소년들이 땀 흘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지역의 학교 운동장을 개방하고, 가능하면 강당도 방과 후에 열어 아동․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리가 어렵다면 시간대를 특정하여 여는 방법도 있다.

광양읍 용강리의 경우 초등학교 2개와 중학교 1개가 있다. 중학교는 방과 후에는 학교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중학생들이 인근 초등학교에서 축구를 한다. 이는 초등학생들이 뛰어놀 공간이 없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농구의 경우도 중학교는 개방을 안하고, 마로초등학교에는 농구대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용강초등학교 한 개뿐이다.

남해오네뜨 아래 용강5공원에는 농구대만 있을 뿐 모래바닥이어서 농구를 하고 나면 신발과 옷이 모래먼지로 뒤범벅이 된다. 이를 경험한 필자가 광양시 및 광양읍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원래 우레탄이 깔려 있었으나, 지역 주민들의 소음 민원 제기로 우레탄을 걷어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서천변처럼 동천변에도 족구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등 각종 운동 시설을 갖출 수 있다.

등하굣길 조성과 관련해서는 광양시 정비계획이 있다면, 이를 조속히 시행하여 하루 빨리 아동․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아동․청소년들을 학원으로만 내몰 게 아니라 지역의 가까운 곳에서 또래, 가족들과 함께 축구, 농구, 배드민턴, 족구 등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다. 자신이 사는 지역 주변을 생각해보라. 아동․청소년들이 갈 만한 곳이 있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