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 소송 11년만에 정규직 됐다
대법원, 근로자 지위 첫 인정 협력사 직원들, 포스코 소송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 급여 소급분 청구 이어질 듯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소송을 제기한지 11년만에 나온 결과다.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15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다른 하청 노동자 44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이 유지됐다.
다만 전체 59명 중 4명은 소송 기간 중 정년이 도래했다며 소를 각하했다.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11년 포스코가 하청업체로부터 인력을 공급받아 공장을 가동하는 상황이 제조업 사내하도급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작업이 모두 포스코 직원의 업무지시에 따라 이뤄지고 포스코가 공장의 정비, 작업 일정, 휴일 등을 결정하며 근로자 징계까지 관여해 업무수행상 독립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포스코가 매년 주요성과지표평가(KPI)를 실시해 협력업체 근로자 중 활동우수자를 표창하고 격려금을 지급해왔다며 사실상 포스코가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런 노동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2심은 포스코가 하청 노동자들에게 구체적 업무를 지시해 사실상 파견계약을 맺은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에서도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의 1에 따라 포스코가 주장하는 ‘적법 도급’인지,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불법 파견’인지를 검토한 결과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포스코의 제품 생산과정과 조업체계는 전산관리시스템에 의해 계획·관리되는데 하청 노동자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전달받은 바에 따라 작업했으며 이는 사실상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이번 판결로 포스코는 소송을 제기한 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직접고용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정규직 수준에서 받지 못한 급여 소급분을 청구할 수 있게 됐고, 이들을 고용했던 협력사의 경우 직원감소에 따른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도 예상된다.
아울러 이번 1·2차 소송과 별개로 3차(8명), 4차(219명), 5차(324명), 6차(90명), 7차(230명) 등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한 각급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어, 이번 재판이 영향을 줄 수 있어 정규직 지위를 얻는 노동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또 다른 하청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추가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금속노조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제조업 분야에서의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선언했다.
노조는“오늘 대법원의 불법파견 확정판결에 따라 포스코는 1만8000여명의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금속노조와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100여개 하청업체, 1만8000여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하고, 불법파견 추가 소송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광양제철소 측은 “회사는 대법원 판결 결과를 존중하며, 신속히 판결문을 검토하고 그 취지에 따라 후속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