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긴급재난생활비, 100만원 지급 ‘백지화’

지방선거 앞두고 최대이슈 부상…지역사회 강타 임기말 불구, 정 시장 특유의 저돌적 돌파 연출 8대 시의회 마지막 본회의…관련예산 전액 삭감 갈등 증폭…지역사회 갈라치기 상처만 남아

2022-04-18     김호 기자

지역 최대이슈로 떠오르며 광양시민사회를 강타한 광양시 아동·청소년 대상 ‘4차 긴급재난생활비 100만원’ 지급 여부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떠오른 긴급재난생활비 논란은 선거를 준비하는 광양시의회를 비롯 광양시장 선거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또한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집단민원과 문자 폭탄까지 발생하고 있어 지역갈등으로 치달을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더나가 결국 광양시의회에서 ‘광양시 아동청소년 긴급재난생활비’ 1인당 100만원 지급을 위한 추경예산 260여억원에 대해 전액 삭감을 결정하면서, 시민사회 여론 향배가 어디로 튈지 모르게 됐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이 같은 상황의 책임소재에 대한 일각의 악의적 소문이 ‘가짜 뉴스’로 난무하고 있어 시민들을 더욱 혼란에 빠지게 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계층간 갈등이 풀어질 수 있도록 소통과 공감의 시각이 필요하다는 걱정스런 목소리도 있다.

 

지급 추진부터 무산까지 과정

 

이번 긴급재난생활비의 발단은 지난 4일 정현복 시장이 광양지역 학부모와 자녀들에게 학습 결손에 따른 교육 격차 해소와 아이 양육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고,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아동청소년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입장문 발표에서 시작됐다.

정 시장은 당시 “충분한 고민과 논의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4월 7일부터 열리는 광양시의회 임시회에서 추경예산을 승인받아 5월 중 지급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어 “당장 생계 위협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 시민, 취업준비생 등에 대해서는 국비가 내려오면, 광양시 재정을 합해 지원할 계획이니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정 시장의 입장문 발표가 있던 다음날인 5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준비 시의원 예비후보 10명이 광양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시장의 임기말 퍼주기식 선심성 예산편성’과 함께 ‘지방선거 개입’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 예비후보들은 “광양시가 추경 예산안에 현역 시의원들의 숙원 사업 예산, 이른바 쪽지 예산을 반영하고, 아동‧청소년에게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추가 지급키로 했다”며 “이는 선거 두 달을 앞두고 광양시민의 세금으로 시민의 마음을 사겠다는 노골적 매표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들 예비후보들의 기자회견은 선거를 앞두고 기존 시의원들에게 쪽지예산, 즉 ‘포괄사업비’ 예산을 편성하지 말라는 의미 대신 ‘재난지원금 100만원 지급 반대’ 목소리로 본말이 전도돼 시민사회에 퍼져나가며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는 형국이 됐다.

이후 11일에는 한국음식업중앙회 광양시지회와 한국유흥음식업 광양시지회 등 지역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 300여명이 광양시청 앞 미관광장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재난지원금 지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코로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인데 우리를 외면한 광양시에 분노한다”며 “우리들의 생존권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난지원금은 실질적으로 피해 업종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지원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요구했다. 

 

지급 결정권 넘겨받은 시의회

집행부에 전 시민 지급, 절충안

거부 후, 결국 전액 삭감 선택

 

상황이 이렇자 긴급재난생활비 지원 여부권을 넘겨받은 광양시의회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졌다.

광양시의회는 8대 의회 마지막 임시회를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개최하고 제2회 추경 예산안에 포함된 긴급재난생활비 지원 여부를 심사했다.

지난 7일 제308회 임시회 본회의 개회 직전 의원간담회 자리에서는 의회 동의 없이 예산 부담행위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집행부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관련 예산 통과에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시의회는 일방적 예산 삭감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아동청소년 긴급재난생활비 100만원 지원’ 대신 ‘전 시민 20만원 지급’이라는 절충안을 만들어 집행부에 수정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재난지원금 지급 예산안은 시의회 소관 상임위·예결특위에서 전액삭감됐고, 14일 광양시의회 제308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아동청소년 긴급재난생활비 지원예산’ 260억 6000만원 전액 삭감안을 최종 확정했다. 또한 초선준비 시의원 예비후보들이 주장한 ‘포괄사업비’ 예산 편성안도 전액삭감 시켰다.

임시회 2차 본회의 폐회를 앞두고 진수화 의장은 “그동안 세 번에 걸쳐 광양시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시민 생계와 지역경제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것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며 “그러나 이번 선별 재난지원금은 의회가 심의에 착수도 하기 전에 지급계획이 확정된 것인냥 광양시가 일방적으로 발표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광양시가 시의회와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시민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시민들을 혼란에 빠트렸다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지역민심이 분열하고, 지역사회 갈등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아쉬워했다.

박노신 예결특위 위원장도 제2회 추경예산안 심사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부대의견으로 광양시의 이번 ‘광양시 아동청소년 긴급재난생활비’ 추경안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박노신 위원장은 “해당 추경안은 코로나19로 인해 학습과 돌봄 결손으로 힘든 아동청소년을 지원하는 것으로 그 편성 이유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 힘들게 버티고 있는 또 다른 시민들에 대한 지원이 제외된 지원방안으로 인해 시민들 간 갈등과 반목이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광양시의회는 이번에 삭감된 재난지원금 등 내부유보 재원에 대해 향후 모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활용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는 여지를 남겨 향후 광양시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