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합리적 소비와 애국 사이...
한낮은 아직 뜨거운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에 머물고, 아침저녁은 서둘러서 가을 속으로 달려가는 요즘, 더워서 멈췄던 걷기 운동을 시작하기 좋은 날씨다.
며칠 전 산책을 나갔다가 유니클로 매장에 잠시 들렀다.
평소에도 그다지 이용은 하지 않고 가끔 들러 필요한 것 하나 둘씩 사기는 했었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그토록 사람들로 북적이던 매장이 썰렁하기 짝이 없었다.
근무하는 직원은 3~4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장은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았다.
매장을 기웃거리는 손님이 달랑 나 혼자였기 때문이다.
물건을 사려고 들른 게 아니라 불매운동 이후 분위기가 궁금하기도 했고, 사실은 그 매장에서 종종 사던 꼭 필요한 물건이 있었기도 한 때문이었다.
그냥 나오기가 멋쩍어서‘사야하나 말아야 하나...그냥 나갈까...’사야 할 물건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고 서있었다.
결국 원하는 모양과 사이즈를 찾아 들고 계산대 앞으로 오면서 조차도 망설였다.
다시 돌아가서 제자리에 놓고 올까...갈등하는 사이 몸은 어느새 계산대 앞에서 카드를 꺼내고 있었다. 물론 비싼 건 아니었다.
“요즘 이렇게 손님이 없어요?”
“아니요. 연휴가 끝난데다 일요일 저녁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매장도 문 닫을 시간이 됐거든요” 3~4명의 직원 중 가장 베테랑으로 보이는 여직원의 대답이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직원들의 인사를 뒤로 하고 매장을 나서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굵고 큰 글씨로 유니클로 라고 박혀있던 이전 비닐쇼핑백과는 달리 작고 가는 글씨로 잘 알아 볼 수 없게 그냥 유니클로라고만 씌어있었다.
터벅터벅 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사람들을 마주칠까봐 신경이 쓰여 쇼핑백을 최대한 가린 채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근데 그것이 참...이상했다. 걸으면서도 이상했다.
지역의 소상공인들은 지역 내에서 유통되는 일본제품과 전범기업을 알리는 홍보지를 제작해 시민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라는데,
나는 암살, 밀정, 유관순, 봉오동전투, 귀향.. 등 역사 영화를 보면서 일제의 만행에 울분을 참지 못하는데...
일본의 경제보복조치로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전‘유니클로’는 흔히 말하는‘나름 괜찮은 가성비’를 자랑하며 다양한 소비자 계층을 확보, 패션 시장에서 국내 중저가 브랜드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다.
2019년 9월 15일, 텅빈 유니클로 매장에서‘저지른’나의 행위가 소비자 개인으로서 합리적 소비를 한 것인지 국민으로서 의무를 저버린 것인지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아베야, 너에게 묻고 싶구나.
그날 나는 합리적 소비를 한 것이냐, 매국을 한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