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양문헌집 강의를 들으며
안영신 광양문화원 이사
광양사곡 사라실예술촌(구,사곡초)에서 지난 여름방학기간인 7월말부터 9월말까지 구례에 거주하시는 고전연구가이신 상원 김정복 선생을 모시고 희양문헌집(曦陽文獻輯) 특강이 있었다.
선생께서는 우리광양의 향토문헌인 희양문헌집(박종범:진월.1938발간)을 강의하면서 먼저 어떠한 글들이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내용면에 있어서 원집(광양출신이 모은 시·문)과 별집(타 지방출신이 모은 시·문) 그리고 1권-4권을 분야별로 건수를 설명하고 부분별로 선별하여 강의하셨다.
그런데 필자는 향토문집으로 희양문헌집이 있다는 것을 얘기만 전해 들었을 뿐 한번도 보지 못한 책이었는데, 희양문헌집을 이번 기회를 통하여 접해보니 이 문집은 어떤 측면에서는 대단한 광양의 사서(史書)라는 느낌이 들었다.
수별로 기록을 보면 제1권은‘시(詩)546편, 서(書)16편, 소(疏)1편’, 제2권은‘기(記)69편, 서(書)49편, 발(跋)8편, 논(論)5편, 부(賦)1편, 찬(贊)2편, 명(銘)3편’, 제3권은‘비문(碑文)74편, 행장(葬行)24편, 사적(史跡)7편, 제문(祭文)23편’, 제4권은 잡저(雜著)로‘상량문12편, 자경편(自警篇) 자성편(自省篇)’으로 구성돼 있다.
고려로부터 시작한 고려초기 정치가요 시인이신 광양인 김황원(金黃元)공이 남긴 그 유명한 시(詩) (등부벽누:登浮碧樓-장성(長城) 한쪽에는 넘쳐 흐르는 물이요 /넓은 들판 동쪽엔 자그마한 산들이…)(長城一面溶溶水 大野東頭點點山)라 짓고 다음 시구가 생각이 나지 않아 통곡하며 연광정을 내려왔다는 일화와 이무방공(公)의 시제(詩題)인 江陵 寒松亭을 비롯 조선 신재 최산두공을 보내고 300여년을 들러 이어서 매천 황현공을 돌아 근대사를 거치면서 각계각층의 서(書)기(記) 뿐만 아니라 제반업적과 인물에 대한 기록, 나아가 우리지역의 누각 정자 재실까지의 자세한 연혁을 알 수 있게 한 우리광양의 중요한 보물문집이다.
희양문헌집 발간당시 응천인 박인규공 발문(跋文)에 보면,“…병자(1936)년 봄에 서한충, 이철우 등 뭇 선비가 이의론을 드러내니 온 고을이 메아리 울리듯 다르매 제가의 글들을 널리 고찰하고 여러 글들을 많이 모으니 1년이 되지 않아 바야흐로 완성을 하게 되고 책이름을 희양문헌집이라 하였으니 옛 일을 상고컨대 후인들을 풍성하게 만들고자 하는 지극한 뜻이었다.
동향(同鄕)의 사람들이 각지에 흩어져있고 아침저녁으로 살필 수가 없음으로 판각기술자에게 맡겨 2백부를 만들어서 배포하니 실로 우리고을의 믿을만한 사적(史蹟)이다.
아아! 천년동안 겨를이 없었던 일을 금일에 이르러 마쳤으니 참으로 훌륭하다. 어찌 우연이겠는가? 일은 때가 있어 이루는 것이다.
여러 현(賢)들이 모두가 고을의 뭇 문헌을 모아 찬연(燦然)하게 갖추었으니 비록 다시 천백세대가 지난다 해도 마땅히 기송무징(杞宋無徵:문헌이 없어서 고증할 수 없음을 한탄)의 탄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라는 선인(先人)들의 글을 대하다보니 이 땅에 머무르는 한사람으로써 아무리 휘어진 소나무가 선산(先山)을 지킨다는 속담과 같이 글재주가 없는 사람이다 할지라도 선인들을 생각할 때 마음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선인들은 이 땅의 후세들을 위해 이렇게까지 힘들게 해놓았는데도 작금에 우리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지각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오늘을 광양에서 호흡하고 살아가는 너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 즉 희양문헌집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몰라(無知)을 때는 그냥 지났다 할지라도 인지(認知)하고서는 생각 없이 지나칠 일이 아닌 듯 싶다.
본문헌집에 담겨진 수많은 사록(史錄)들을 우리시민들이 누구나 손쉽게 이해하고 자유롭게 읽어 볼 수 있도록 하여 시민들의 향토문화에 대한 사적인식도 고취시키며 따라서 그 글(문헌)의 소재지(옛터 혹은 시문의 배경지)를 언제 어디서 어느 때라도 누구를 막론하고 쉽게 관광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선인들에 대한 예우도 높이며 또한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그 업적에 대한 발자취를 알게 해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가 살고 있는 광양에 대한 애향심과 정체성을 일깨우고 나아가 자존심과 긍지를 높이는 데에도 일조를 할 것이며, 개개인의 입장에 따라서는 한문학에 대한 지식배양은 물론 향토사연구에 있어서도 그 깊이가 앞당겨질 것이다.
위에서도 기술한 바 있지만 잠자고 있는 본문헌집이 한글로 번역이 이루어져 세상 밖으로 나와 광양의 따뜻한 햇볕을 받을 때, 지금까지 예상하지 못하였던 우리 고을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관광홍보의 일환으로도 수많은 스토리텔링이 이어질 것으로도 예상되는바 인문학과 향토사에 관심 있는 많은 인사들이 뜻을 모아 광양시 문화담당분야 관계직원들과 연대하여 희양문헌집이 가능한 1-2년 내 아니 빠른 기한 내 번역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