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탐방기<2>

그들만의 한국 사랑

2018-09-20     광양뉴스

고려와 몽골의 만남은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한국을 무지개(솔롱거) 나라라고 부르는 몽골, 좋은 의미일까? 정확히 아는 이는 만나지 못했다.

주변 국가의 이름은 영어 발음과 비슷한데 유독 한국은 영어 발음과 전혀 가깝지 않은‘솔롱고스’라고 부르고 있으니 흥미롭다.

일본은‘야폰’이고, 미국은 ‘아메릭’이며, 러시아는 ‘어러스’인데 말이다.

몽골의 유명한 언론인 바야르(Bayar)는 그의 저서 ‘History of Mongolia’에 이렇게 기술했다.‘영토와 세력 확장을 위한 전쟁으로 고려 인구의 19%가 희생됐다.’

한국과 몽골은 500년경부터 교류가 있었다고 한다. 고려가 원나라의 간섭을 받을 때 매년 많은 수(4~50명씩 50여회 지속)의 어린 소녀들이 공녀라는 이름으로 끌려가기도 하였다.

설에 의하면 이들 중에 색동저고리를 입은 소녀들이 그들 눈에 아름답게 보여 무지개라는 별칭을 얻어 지금의 나라 이름에 이르기까지 했지 않았을까 하는 미확인 이야기도 존재한다.

“이 나라 사람들은 세 살 된 아이도 한국 사람을 알아본다.”는 말을 들었다. 퇴근길에 택시를 탄 적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운전수가“한국 사람이지요?” 하였다. 어떻게 그렇게 금방 알았느냐고 물으니“선생님한테서 김치 냄새가 나서요!”라고 말했다.

자기가 한국에 있을 때 김치를 무척 좋아했단다. 그래서 지금도 라면 먹을 때는 일부러 한국 마트에 가서 김치를 사다 먹는다고 했다.

한국에서 일하고 번 돈으로 아파트를 사고 차를 한 대 구입해서 택시 영업을 한다며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또 한 번은 수도에서 1400km 떨어진‘하얀 호수’(차강노르)라는 곳에 잠깐 머물 때 만난 운전수는 더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국 말 할 줄 아느냐는 질문에“몽골 사람들이 한국 말 한 마디쯤 말하지 못하면 몽골 사람이 아닙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우리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었다.

연말에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고아원을 찾았다. 고아원 정문을 들어서니 마치 사자의 포스를 풍기는 어마어마한 개가 우리를 반겼다. 처음 방문하는 길인데 꼬리를 살랑이며 우리를 반기는 모습이 많이 낯설었다.

원장한테 그 이야기를 했더니“그 개는 한국 사람을 알아본답니다. 현지인이 오면 엄청 짓다가도 한국 사람이 오면 꼬리를 흔들지요.”

대체 이 무슨 말일까? 개도 김치냄새를 식별할 수 있을까? 믿을 수 없어“그게 정말인가요?”하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몽골 설(차강사르)에 제자의 간곡한 요청으로 시골에 있는 그의 친가를 방문했다.

도로에서 한참을 들어간 곳에 커다란 전통가옥이 있었다.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가니 백발노인이 두 팔을 벌려 나를 감싸 안으며“김일성 만세!”를 외쳤다.

노인은 남북한을 구별하지 못하고 무지개나라의 손님이 왔다는 말에 공산주의 시절에 익혔던 북한을 연상했던 모양이다.

반면에 우리는 그들을 얼마나 좋아하고 배려할까? 국내에서 일하는 그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보도가 현지 신문과 방송에 자주 보도되기도 하고, 유학 온 학생들마저 이런저런 불이익을 당했다는 하소연을 들을 때는 많이 부끄럽다.

몽골의 수도 한복판에 있는 그들의 자존심 국립사범대학교 캠퍼스 안에서 한국인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포르노를 찍었다거나, 퇴폐적인 한국 노래방의 부끄러운 사건들, 그런 일들이 선하게 사는 교민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주기도 하였으나 아주 소수가 일으킨 문제이기 때문에 그 사회에서 금방 묻혔지만, 한국과 한국어가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는 수많은 학생들과 불이익을 당한 그들에게서 듣게 되는 원망은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교민과 그들을 가르치는 한국인 교수들을 많이 부끄럽게 하고 있다.

우리도 그들을 배려하며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더 친근한 사이가 될 수는 없을까?

<다음호에 계속>

오학만  어르신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