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문화에 물들다!<7> - 광양 문화도시 성공을 위한 제언
‘푸조와 곰솔’마을기업, 생활+문화+공동체 꿈꾼다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준다 해도 사람들이 갈망하는 것은 감성을 자극하는‘문화’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도시의 경쟁력과 생명력은‘문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더구나 각 도시마다, 지역마다 갖고 있는 문화 DNA가 다르다고 정의할 때 그 도시와 지역에 맞는 문화를 찾아 발굴.발전 시키는 것은 그 어떤 SOC사업과도 바꿀 수 없는‘블루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도시 조성으로 문화균형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전국의 각 지자체에‘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광양신문은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지역의 정서와 특색을 살려 문화 사업을 펼치고 있는 전국의 몇 개 도시를 돌아보고 광양 만의 특별한 DNA를 살려 2022년 문화도시 지정을 받을 수 있도록 독자와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내고자‘광양, 문화에 물들다!-광양 문화도시성공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의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9회~10회 보도 예정이며 지난 호에 이어 일곱 번 째로 부산 수영동에 위치한수영성문화마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수영성문화마을, 콘텐츠형 도시재생사업…마을박물관, 마을잡지 발간
▷ 수영구, F1963 * B-con그라운드 등 도시재생 특화사업 다양
수영사적공원에는 천연기념물인 푸조나무와 곰솔나무가 있다. 나이테가 500년 가까이 되는 나무이니 그 크기도 어마어마하다.
두 나무 이름을 따서 만든‘푸조와 곰솔’이 수영동 마을기업 이름이 됐고, 수영성문화마을 이야기를 담은 잡지 이름이기도 하다.
수영성문화마을은 허물고 짓는 도시재생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마을 정체성을 살리고 문화를 지키는 콘텐츠형 도시재생 사업의 본보기다.
수영은 조선시대 경상좌도수군절도사영이 있던 곳으로 수군의‘수’와 절도사영의‘영’자를 따서 만든 지명이다.
수영동에는 수영야류를 비롯한 4개의 무형문화재와 유형문화재인 수영성남문, 25의용단과 안영복 장군 사당 등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을 간직하고 있는 유서 깊은 지역이다.
또 팔도시장과 곳곳의 점집, 몇 대째 살고 있는 사람들 등 독특한 생활환경을 지니고 있는 곳이지만, 문화재 보존을 위한 개발제한과 광안리, 센템시티의 화려함에 밀려 그 매력을 지나치게 되는 곳이다.
다양한 역사를 지녔지만 빛바랜 지역인 이곳이 2015년 시작된 문화마을 조성사업으로 주민들은 스스로 수영동을 문화마을로 가꾸어 가고 있다.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찾아오는 마을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수영성로 32번길에 3층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작은 마을박물관이 인기를 끌고 있다. 1층은 마을기업이 마을다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2층에는 마을의 역사와 주민들이 기부한 물건들을 전시한 마을박물관이다. 3층은 주민들의 회의나 작업 공간이다.
이곳은 복잡한 주택사이에 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고, 어렵게 찾아가도 그렇게 볼만한 것은 딱히 없다. 하지만 의미가 있는 곳이다.
도로 확포장 공사 진행 도중에 발굴된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의 성벽과 수로, 성벽터로 밝혀지면서 이곳을 보존하기 위해 구청이 매입해 동네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마을기업인‘푸조와 곰솔’은 박물관과 다방 운영 뿐 아니라 정부의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에 선정되어‘푸조와 곰솔’잡지를 10호 째를 만들었고, 수영의 역사와 변화를 담은 교양서, 그림과 함께 수영을 돌아볼 수 있는 드로잉북, 수영야류를 재미있게 재해석한 만화책 3종, 달력 등 수영을 상징하는 다양한 소품도 만들었다.
사적공원에서 수차례 연 작은 축제인 ‘난장’, 주민들 교류의 장인 사랑방, 야간 걷기 행사 등 마을탐방을 30차례를 진행해 주민들과 함께 수영동의 매력을 찾는데 힘쓰고 있다.
이런 문화마을 조성 아이디어는 문화예술 전문법인인 플랜비 문화예술협동조합의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박진명 실장은 문화마을 조성사업이 시작되기 전에 수영동과 10분 거리인 광안동으로 이사를 왔을 정도로 이 사업에 몰두했고 이곳을 좋아하게 됐다.
박 실장은“수영성문화마을에서 진행했던 다양한 관계 맺기와 문화적 실험에 대한 평가는 내 몫이 아니라 다양한 사업에 참여해 함께 만들었던 분들과 옆에서 지켜봤던 사람들, 앞으로도 애정을 가지고 수영동의 변화를 지켜볼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마을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마을기업 ‘푸조와 곰솔’전미경 대표는 도서관과 문화센터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문화해설사와 마을활동가로 일하다가‘푸조와 곰솔’을 만나게 되었다.
전 대표는“이곳은 수영구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지만 마을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고 공동체성도 함께 커가고 있다”면서“수영을 돌아보면 역사와 문화를 만나면서 여유로운 휴식과 소풍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여름 뙤약볕이 가시는 늦은 오후부터 해가 뉘엿 넘어가는 느린 볕 아래 열리는 돗자리 플리마켓과 한여름 밤 모기장 영화제 등이 펼쳐지는 수북한 난장은 자랑할 만하다”며 웃었다.
수영구는 수영성문화마을 외에도 망미동 고지대의 폐쇄된 상수도 가압 펌프장의 원형을 살려 그곳에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열고 어울림 공간과 도시재생교육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또 옛 고려제강 공장을 민관 협업으로 시민과 예술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킨‘F1963’은 공장시설은 그대로 살리고 헌책방과 커피숍, 미술관을 만들어 새로운 부산의 볼거리로 인기를 몰고 있다.
‘부산의 문화를 담다’B-con그라운드는 수영 고가교 하부 유휴공간을 부산의 상징인 컨테이너 디자인을 입힌 복합생활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광양시가 계획하고 있는 폐선철도 부지 활용계획과 유사한 사업으로 눈여겨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