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사랑방‘작은 도서관’활성화 방안 <5>
도서관에 가면 즐거운 일이…신나게 웃고 떠드는 놀이터
아이들이 존중받는 강원도 춘천‘뒤뚜르 도서관’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의 옛 이름은 ‘뒤뚜르’이다.‘뒤뜰’이란 말이 뒤뚜르로 변화한 것인데 이곳에는‘뒤뚜르 도서관’이라는 어린이들의 사랑방이 있다. 2008년, 춘천시민연대와 동네 주민들이 함께 만든 뒤뚜르 도서관은 후평동 동네 골목 안에 있는 주택 1층, 99㎡(30평) 남짓한 작은 도서관이다.
뒤뚜르 도서관은 아이들이 친구 집이나 책 많은 이웃집에 놀러가듯, 찾아가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으며 자기 꿈과 이상을 스스로 발견하여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주민들이 힘을 합쳐 건립했다.
사교육 열풍으로 학원가에 내몰리는 아이들, 컴퓨터 게임과 텔레비전에 빠져 있는 아이들의 현실을 보면서 이들에게 친구들과 어울려 책읽는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 뒤뚜르 도서관이 탄생했다. 올해로 개관한지 꼬박 10년을 맞이했는데 이 아늑한 도서관에서 부모들은 인문학 강좌도 듣고 이야기꽃도 나누며 아이들에게 들려줄 그림책도 공부한다.
뒤뚜르 도서관은 태생부터 주민들의 참여가 적극적이었다.‘춘천시민연대’가 어린이도서관을 펼쳐가는 출발점을 마련했고, 2008년 춘천시 후평3동 동사무소 2층 회의장에 꾸준히 모여, 지역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연구했다고 한다.
6개월여 도서관 개관을 준비하면서 가까이 있는 호반초등학교 학부모들에게도 작은도서관의 탄생을 알렸다. 주민들은 일일찻집과 주점, 알뜰장터를 통해 도서관 건립 기금을 모금한 끝에 2008년 8월 어엿한 어린이도서관을 마련했다.
현재 있는 뒤뚜르 도서관은 후평3동 아파트단지 사이에 있으며 초등학교와 놀이터도 가까워 아이들이 지나다니는 골목길에 위치해 있다. 간판이 워낙 작아 처음에 단박에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동네를 몇 바퀴 돌아본 끝에‘뒤뚜르 도서관’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각종 프로그램 활발
학부모들도 즐겁다
뒤뚜르 도서관은 운영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도서관을 꾸려가고 있다. 상근 직원은 한 명, 오후에 도서관에 상주하며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뒤뚜르 도서관 관계자는“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하고 있으며 책은 춘천시의 지원으로 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뒤뚜르 도서관은 △아이들 책모임 ‘책방도깨비’△그램책모임‘책수레’△발도로프인형극 △꼼꼼이네 바느질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책수레’는 금요일마다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어른 책 읽기 모임이다. 목요일 아침마다 호반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 들어가 아이들을 앞자리에 모아놓고 책을 읽어주고 있다. 또한 그림자 인형극 공연을 지역에서 하는 등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림책 읽어주기는 자원봉사자들이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그림책이 친구가 되도록 안내하는 프로그램이다. 책방도깨비는 격주로 진행하고 있는데 어린이 중심의 책읽기 프로그램이다. 철따라 놀래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놀이를 즐기는 것으로 분기에 한번씩 산나들이를 통해 자연도 체험하고 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낭송의 밤은 어린이 낭송의 밤을 열어 좋은 글들을 통해 건강한 밤을 보내자는 프로그램으로 연1회 도서관 생일에 진행하고 있다. 졸업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뒤뚜르 친구들에게 단촐한 잔치를 열어줘 앞날을 축복하는 행사로 일년에 한 번 도서관 생일날 열린다. 꼼꼼이네 바느질은 바느질로 여러 소품이나 인형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월 1회 진행하고 있다.
뒤뚜르 도서관이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보니 도서관은 항상 주민들과 아이들로 북적인다. 조용히 앉아 책보고 공부하는 도서관보다는 이야기하고 함께 나누는 사랑방인 것이다. 주민들과 아이들의 적극 참여가 이뤄지다보니 이용하는 아이들도 부쩍 늘었다.
처음에는 하루 15명 정도 아이들이 찾아왔는데, 점점 도서관을 친구처럼 편안해하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책을 읽든, 안 읽든 도서관에서도 놀고, 주변 골목길에서도 많이 놀면서 도서관을 중심으로 놀이터가 저절로 형성됐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그림책 한두 권만 있어도 뒤뚜르 도서관을 찾고 있으며 편하고 즐겁게 놀고 가는 곳이기 때문에 독서에 대한 부담은 없다.
뒤뚜르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좋은 책들을 권해주기도 하고, 아이들 손이 갈 수 있도록 책 배치도 수시로 바꾼다. 환경을 자주 바꾸면서 색다른 변화를 주기도 하는데 이런 방식이 반드시 아이들에게 책만 많이 읽히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가볍게 도서관에 들러 아이들이 웃음꽃을 필수만 있다면 뒤뚜르 도서관은 그것으로 만족한다.
이렇다보니 또래 친구들, 형제들이 함께 도서관을 찾는 경우가 많다. 혼자 오더라도 자연스럽게 도서관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친구가 되기 때문에 외로울 걱정은 없다. 자꾸 만나다보면 어느 날 말도 걸고 같이 어울리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림도 같이 그리고 바느질도 서로 도와주면서 친구가 되고 술래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레 학년 구분 없이 잘 섞여서 논다.
아이들 이야기 귀기울이며 존중
책읽기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아이들이 어울려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다보니 뒤뚜르 도서관 주인은 아이들이다. 자원봉사자들 역시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함께 어울려준 결과 아이들은 스스로 이곳에서 존중받는다고 생각한다.
도서관 활동가 관계자는“아이들이 뒤뚜르 도서관에서만큼은 내가 원하는 걸 얘기해도 언제든지 존중 받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자기가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게 큰 힘이다”고 강조했다.
집이나 학교에서는 자신의 의견이 묵살 당하고 위축 될때가 많지만 도서관에서만큼은 존중받고 남들에게 사랑을 받는 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주변 학교와 협력 강화
뒤뚜르 도서관은 바로 옆에 있는 호반초등학교와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부터 행복더하기학교(혁신학교)로 지정된 호반초는 뒤뚜르 도서관이 아이들의 꿈을 키우고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호반초 학부모들은 뒤뚜르도서관 운영위원으로 들어와 있고, 학교 선생님들도 뒤뚜르 후원회원으로‘뒷바라지’해주고 있다.
학교 동아리모임을 뒤뚜르에서 하기도 한다. 그 결과 지난해 호반초와 뒤뚜르가 함께‘온마을 학교’도 꾸렸다. 온마을 학교는 강원도형 마을교육공동체로 학교와 마을이 손잡고 아이들의 교육과 돌봄을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온마을학교는 마을이 학교가 되고 지역사회 공동체 구성원들이 교사가 돼 방과후 활동, 지역내 인문학 교실, 진로 교육, 돌봄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뒤뚜르 도서관 관계자는“학원이 아니어도 언제든 아이들이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내는 것이 도서관의 궁극적인 목표”라며“마을을 기반으로 부모들과 선생님들, 마을사람들이 아이들을 함께 키워가는 교육 풍토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