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 길을 걷다<41>…시민과 함께
느리게 느리게 한걸음…백제의 속살과 마주하다
광양문화원 백제역사문화탐방“역사는 기억하고 보존하고 가꾸는 것”
지난달 28일, 광양문화원 회원 40여명이 부여로 백제역사문화 탐방을 간다기에 따라 나섰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때가 때이니 만큼’한 표가 소중한 후보자들이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원 앞마당을 찾아와‘무사히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줄줄이 전하고 갔다. 번잡한 배웅인사와 안전을 다짐하는 김종현 사무국장의 안내가 끝나자 버스는 이내 조용해졌고 부여를 향해 출발했다.
딸 다섯에 아들 하나를 두신 강정숙 어르신과 나란히 앉았다. 강 어르신은“둘만 낳고 안 낳아도 되는 걸 왜 꼭 낳을 거라고 여섯이나 낳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 키워서 출가시키고 나니 손주, 손녀들이 정말 예쁘다. 가진 것은 없지만 딸부자에 마음도 부자라며 행복하다”고 말한다. 강정숙 어르신은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이야기할머니 활동을 한다.
멀미기운을 견디며 휴게소에 내려 커피를 한잔 마시고 나니‘온 백성이 따르는 나라, 백제’의 도시‘부여’에 도착했다.
백제문화유적 탐방의 첫 코스는 찬란했던 백제역사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총 17년 동안에 걸쳐 조성한 백제문화단지다. 개량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친절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백제문화단지를 관람한 다음 백제문화의 속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문화원이 애써 수소문한 부여의 한 맛 집에서 연잎 쌈밥 불고기정식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아침, 버스에 처음 오를 때 낯가림에 서먹하던 회원들은 어느새 다정한 미소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게 됐고 식당 앞에 있는 커피 자판기에서 달달한 믹스커피를 뽑아 권하기도 했다.
부소산성을 걸어 올라가 고란사 아래에 있는 선착장에서 황포돛배를 타고 백마강을 한 바퀴 도는 것이 두번 째 코스였다.
‘자랑 나랑 깨복쟁이 친구랑께, 현월리가 고향인디 자는 시방 매화아파트에 살고 나는 현월에 살아. 나가 현월 이장이여…”오성철 현월 이장님이 말하는 ‘자’는 매화아파트에 사는 정건일 어르신이다.
산성을 오르는 동안 자연스럽게 삼삼오오 짝을 지어 보폭도 맞춰가며 정담을 나누기도 하고 전망 좋은 곳에서 사진도 찍다 보니 어느 덧 황포돛배 선착장에 도착했다.
회원들은 돛배에 올라 백마강을 한 바퀴 돌며 낙화암에서 못다 한 삼천궁녀 이야기를 나눴다. 삼천궁녀, 그들의 넋일까? 잊혀 가는 자신들을 만나기 위해 백제인의 피가 흐르는 광양의 후손들이 왔음을 반기기라도 하는 듯 흰 나비 한마리가 황포돛배 주변을 맴돌더니 백마강 위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다음은 정림사지 박물관, 정림사지는 백제시대의 절터로 성왕이 지금의 부여인 사비성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나성으로 에워싸인 사비도성의 중심에 세워졌고 절터 한가운데 자리한 오층석탑은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백제의 수려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석탑이다.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만나고 백제의 오랜 시간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보기 위해 국립 부여박물관으로 향했다. 부여박물관에서 꼭 봐야 할 백제 유물은‘금동대향로’다.
“국장님! 쫌 비켜봐요”,“아, 쫌 이짝으로 나와 보랑께요”
금동대향로의 자태를 서로 카메라에 담으려고 김종현 국장과 문현정 해설사가 잠시 애교섞인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부여박물관을 나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인공연못‘궁남지’로 향했다. 백제의 왕과 왕비가 된 서동왕자와 선화공주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궁남지는 일본 정원 문화의 원조가 됐다. ‘궁남지’를 끝으로 광양문화원의 백제문화유적 탐방의 짧은 일정이 모두 끝나고 다시 광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문화원 역사문화탐방에 처음으로 함께 한 조혜민 씨는“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봄나들이가 됐다. 문화원이 하는 일을 잘 몰랐는데 오늘 광양문화원에 대해서도 알게 된 좋은 시간 이었다”며“역사문화는 보존하고 가꾸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에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양의 역사 문화 보존과 발굴에 애쓰는 광양문화원은 매월 1회, 희망하는 회원들의 자비와 문체부 공모사업으로 비용을 마련하고 문화탐방을 실시해 타 도시의 다양한 역사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회원들 간 화목을 다지는 기회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