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왔어요” 가스레인지 후드 관련 물품 강매 ‘사기’ 기승
몇 천원짜리 물건 수 만원에 뻥튀기…안내 없었으면 주의 필요
2014-05-19 김보라
50대 쯤으로 보이는 여성 한 명이 가스검침원과 비슷한 유니폼을 입고 자연스레 들어와 가스레인지 후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관리실에서 혹은 주민위원회에서 단체로 맡긴 것이거나 가스 검침처럼 으레 하는 것이라 생각해 아무 의심 없이 청소하는 여성과 대화를 나눴다.
10여분쯤 청소가 끝나자 50대 여성은 대뜸 레몬향이 나는 세제를 살 것을 권했다. 후드필터까지 포함해 가격은 12개에 21만원이라고 했다.
안사겠다고 하니까 6개에 9만원에 판다며 이미 후드 필터는 뜯어서 넣었다는 말에 박씨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세제와 필터를 13만원에 카드로 구매했다.
억울한 마음에 주위에 얘기했다가 ‘사기’라는 사실을 알고 환불을 요구했지만 50대 여성과 해당 회사에서는 차일피일 환불을 미루며 급기야 전화도 받지 않고 있다.
최근 광양 지역 내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스레인지 후드 관련 물품 강매 사기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의무적으로 행해지는 가스검침의 형식을 빙자해 주거지 안으로 들어온 다음 실제 가스레인지 후드를 살피고 청소를 하는 등 주부들의 경계심을 푸는 행동을 한 후 관련 물품을 강매한다.
특히 이들은 구매자의 동의도 없이 미리 물품을 개봉해 사용한 후‘썼으니 돈을 내라’는 방식으로 물품을 강매하고 있어 새내기 주부나 어린 학생들 대부분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강매하는 물품의 가격이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이들이 10장에 3~4만원 선에 판매하고 있는 후드 필터는 마트나 온라인에서 5000원~1만원 대 초반이면 살 수 있는 제품이고 12개에 18만원에 판매하고 있는 세제 역시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이면 구입할 수 있다.
더군다나 최근 설치된 가스레인지 후드는 별도의 필터 없이 세척만으로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많지만 이들은 최근 모델의 후드에도 억지로 필터를 끼워 판매하기도 한다.
만약 구매를 거절하거나 환불을 요구하면 이들은 위협적인 언행이나 전화를 피하는 태도를 일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피해 사례가 급증하자 일부 아파트들은 방송이나 공문을 붙이는 등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기 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방문 판매의 경우 14일 이내 환불이 가능하다”면서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소비자상담센터(국번없이 1372)나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관리실이나 별도의 고지가 없이 행해지는 가스검침이나 배관 청소 등은 사기나 강력 범죄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