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저상버스 탑승, 더 많은 배려 필요하다
박문섭 광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2014-01-27 광양뉴스
저상버스는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오를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 대신 경사판이 설치된 버스를 말한다. 광양에는 999번과 11번 버스가 각각 2대씩 운행되고 있지만, 고정적으로 운행하는 것은 광양읍 덕례리 대림아파트에서 출발해서 중마터미널까지 운행하는 999번이고, 태인동 용지까지 운행하는 11번은 비정기적으로 운행하고 있다.
우리 일행 중에는 수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2명, 전동스쿠터를 타는 장애인 1명이 있었다. 예정시간에 맞춰 버스가 도착했고 리프트가 내려왔다. 수동휠체어가 먼저 올라 기사님이 직접 접이식 의자를 접고 마련해 준 공간에 자리를 잡았고 또 한대는 통로에 자리를 잡았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후가 문제였다.
전동스쿠터가 자리를 잡지 못했다. 길이가 길고 회전반경이 크지 않아 몇 번 전후진을 했지만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어 전동스쿠터의 뒷부분을 조금 들어서 옮겼다. 버스 내부가 좁은 건 할 수 없지만 기둥위치를 조금 옮기면 어려움이 해결 될 듯싶었다.
이동을 하면서 필자는 기사님과 인터뷰를 했다. 저상버스를 운전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개선됐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 같은 질문에 공통적으로 말씀하는 것이 버스정류장내의 불법 주정차문제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가 서는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거기에 맞게 차를 정차하고 리프트를 인도에 연결시켜야 하는데 불법주정차 때문에 전후진을 몇 번 해야 겨우 차를 제대로 댈 수 있고, 그것도 안 될 때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에 맞춰 이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용자 측면에서는 노선이 좀 더 늘어나서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의 접근성을 높여달라는 바람이 가장 컸다. 보호자 없이 혼자 움직이는 진○○님은 “노선이 하나이다보니 집까지의 거리가 멀고 도로가 평탄하지 않아 휠체어로 이동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체험ㆍ조사활동을 통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교통약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시의 적극적인 정책의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정책과 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되도록 사회 환경을 뒷받침 해줘야 한다.
먼저 버스 정류장에 버스베이(버스가 정차하기 쉽도록 보도 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공간)를 설치해서 운전자와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하고, 버스정류장내의 불법주정차를 막기 위해 철저한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
인력으로 단속하는데 한계가 있다면 대안으로 현재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주로 이용하는 정류장만이라도 단속카메라를 설치하던지, 저상버스 내에 단속카메라를 설치해서 운전자가 직접 단속하는 방법이 있다.
교통 사업자에 대한 저상버스 도입유도 정책을 실시하여 이를 수행하는 업체에 대해 버스노선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버스사업체는 사회적 배려와 기여측면에서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승하차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일반버스와 저상버스의 배차순서를 적절히 편성해서 저상버스 도입의 목적을 잘 살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하나 더!
제도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턱이 낮아지고 장벽이 사라지는 건 교통약자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시설이고 제도라고 생각한다.
저상버스 앞에서 힘들게 승차를 시도하는 장애인을 보고 ‘빨리 좀 탔으면~’하고 발을 동동 구르기 보다는 기다려주는 마음, 그리고 도움을 청했을 때 손길을 내밀어 줄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