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선율로 생명을 위로하다”

김재희 광양소방서 소방관과 음악

2013-07-01     정아람

한 소방관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빗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last carnival(라스트 카니발)이 귓 속을 맴맴 돈다. 감미로운 멜로디가 가만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그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연주를 하고 있을까. 무슨 이유로 바이올린 켜는 소방관이 됐을까.  ‘바이올린으로부터 영혼을 치유하고 싶다’는 구급대원이 있다.

바로 광양소방서에 근무 중인 김재희(28) 구급대원이 그 주인공이다.

사고 현장을 뛰어다녀야 하고 밤낮가리지 않고 불길 속으로 달려들어야 하는 소방관. 이 험난한 길을 함께 해준 것은 바로 바이올린이었다. 힘들고 지친 마음에 위안으로 행복 할 때는 축복으로 다가왔다. 

그에게 위로와 격려로 시작된 바이올린 연주는 언제부턴가 사고 현장에서 만났던 안타깝게 고인이 된 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작은 메시지가 되었다.

가장 힘들고 가장 기쁜 순간을 함께 해온 바이올린. 그에게 바이올린은 ‘노력과 끈기 그리고 희망’이라는 단어를 알려준 소중한 스승이기도 하다.

김재희 구급대원은 “음악으로부터 배운 삶의 지혜는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된 중요한 버팀목”이라며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내 연주에 위로받고 희망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를 가만 보고 있으니 ‘책상 하나와 의자 하나, 과일 한 접시, 그리고 바이올린,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 이외에 무엇이 더 필요한가?’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명언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 관악부 악장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한때는 음대를 가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두말하면 잔소리다. 바이올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악기를 사기위해 라이브카페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대학등록금도 연주를 해서 번 돈으로 마련했다. 그 순간 사람의 생명을 구하며 음악을 하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교를 응급구조학과로 결정했고 국가고시를 과수석으로 합격, 음악하는 소방관이 되었다.

광양소방서에서 그의 별명은 ‘해리포터’. 외모뿐만 아니라 불도 끄고 연주도 하니 광양소방서의 마법사가 확실하다. 

김재희 구급대원은 “별명이 참 마음에 든다”며 “해리포터처럼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고 희망을 주는 마법사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