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면 섬거마을 한글교실 열리던 날

“오메! 이 글자가 내 이름이여?”

2012-02-27     이성훈

한글 배우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라

“차렷, 경례!” “선생님, 안녕하세요~”
진상면 섬거마을 한글교실 반장인 류순엽(78) 어르신의 인사를 시작으로 한글교실 수업을 시작한다. 수업 장소는 섬거마을회관. 창고를 개조해 공부방을 만들었는데 섬거마을 한글교실은 매주 수, 금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열리고 있다.

섬거마을 한글 교실은 2월초에 개강해 이제 갓 2주를 넘겼다. 학생 수는 약 25명. 평균 나이 75세를 훌쩍 넘길 정도로 어르신들의 노익장은 만만치 않다. 이중 김규순 어르신은 86세로 맏언니다. 한글을 처음 배운 분들도 있고 마을 교회 한글 교실을 공부를 한 까닭에 글을 조금 아는 어르신들도 있다.

류순엽 어르신은 “예전에 한글을 배웠지만 가정일하랴, 농사일 하는 바람에 공부가 자주 끊겨 띄엄띄엄 배웠다”고 멋쩍어했다. 두 시간 동안 공부방은 왁자지껄하다.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두 시간 동안 방에 앉아 글을 배우면 몸도 뻐근해지고 서서히 집중력도 흐트러진다. 이럴 때면 김옥란 선생님이 스트레칭으로 어르신들의 피로를 풀어준다.

요가 강사이기도 한 김 선생님은 어깨 풀기, 손목 운동, 목 운동을 하면서 긴장된 근육을 풀어준다. 김 선생님은 “평생 가정일, 농사를 하던 분들이 뒤늦게 글을 배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며 “글을 쓰다보면 손도 떨리기 때문에 자주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숙제도 내준다. 책에 나온 단어를 다섯 번 씩 쓰기. 수업을 시작하면 선생님은 숙제 검사를 한다. 선생님은 노트에 ‘참 잘했어요’라는 표시인 소용돌이 5개를 그려주며 어르신들의 용기를 북돋워 준다.

숙제를 안 하면 엄한 벌칙도 있다. 회초리가 그것. 류순엽 반장이 학생들 숙제 안하거나 말을 안 들으면 손바닥을 때리라며 회초리 두 개를 마련해왔다. 한평생 까막눈으로 살면서 간판이 있어도 읽지 못하고 감으로만 이해했던 어르신들은 자신이 직접 간판을 읽고 자식, 손주들에게 글도 쓰면서 새로운 세상을 접해보는 것이다.

박현수 진상면장은 “어르신들이 배움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접하게 돼서 정말 기쁘다”며 “한글을 열심히 배워 면사무소에 오셔서 또박또박 글을 쓰면서 다양한 문서도 작성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