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만권 통합 논의, 종지부를 찍자

2011-12-05     이성훈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로부터 지원을 받아 지난 한달 ‘광양만권 통합 전망’이라는 주제로 기획취재를 실시했다. 이번 기획취재 기간 동안 다녀온 곳은 광양만권인 여수, 순천, 남해, 하동을 비롯해 통합 창원시(창원, 마산, 진해)와 충북 청주시, 청원군 등 총 9개 도시다. 이중 창원시는 지난해 3개시가 통합했으나 현재 청사 위치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보이고 있었고 청주시와 청원군은 2014년에 통합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였다.

그동안 광양시는 영호남을 아우르는 광양만권 통합을 주장해왔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광양만권이 통합한다면 더없이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호남이 통합한다는 것은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광양만권 통합이 얼마나 어려운 현실임을 처절히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통합에 대해 다양한 기획 기사와 분석기사, 기자수첩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장 살피는 것을 소홀히 했다. 기껏 여수 지역을 한번 다녀온 정도로 통합에 대해 머릿속으로만 생각했지 현지 주민들의 민심은 소홀히 했다. 막상 현장을 살펴보니 현실은 냉정했다. 일단 광양만권 지자체가 현재로서는 통합에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여수는 엑스포 준비에 바빠 통합에 힘을 쏟을 여력이 없었다. 시민과 현지 시민단체들을 만나 봐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통합을 논의해봤자 득볼게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순천 역시 노관규 시장의 총선 출마와 정원 박람회 준비 등으로 통합은 논외의 대상이 됐다. 그동안 통합 논란의 중심에서 인근 지자체들로부터 욕을 단단히 얻어먹은 만큼 앞장서서 나서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남해, 하동군은 통합에 더욱더 완고한 입장을 보였다. 두 도시 역시 경쟁력 키우기에 사활을 걸고 있지 광양만권 통합은 안중에도 없었다. 더군다나 영호남 통합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지역 언론사를 방문해도, 주민들을 만나도, 공무원들과 면담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당장 통합의 실질적인 이득이 없을뿐더러 통합 방안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행정력을 낭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창원시는 청사 이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고 그나마 청주시와 청원군은 활발히 통합논의가 펼쳐지고 있지만 이곳 역시 도시 명칭과 청사 위치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이제 시선을 광양시로 돌려보자. 광양시도 통합 논의가 가라앉은 것은 마찬가지다. 시는 통합 논란을 두세 번 겪은 상태에서 현재는 통합에 대해 사실상 손을 뗀 상태다. 인근 지자체가 움직이지 않는 마당에 홀로 나서 힘쓸 필요가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된 이상 광양만권 통합에 대해서는 당분간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시민 동의 없이 통합을 추진했다가는 반드시 부작용과 갈등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영호남 통합은 더욱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영호남 사이지만 자주 만나고 교류하면 언젠가는 정서 통합이 먼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 시의 입장이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일반화 시킬 수는 없지만 ‘교류는 교류고 통합은 통합’이라는 것이 현재까지 하동ㆍ남해 군민의 시각이다.

광양시는 통합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경쟁력 확보에 더욱더 몰두해야 한다. 15만 인구를 달성한 이상, 이제는 20만~30만을 바라봐야 한다. 억지 통합은 지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민들은 그동안 3개 시군 통합 논란 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이제 통합의 굴레를 훌훌 털어버리고 지역 경쟁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