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

인터뷰 - 박정희 태인동 사회복지 도우미

2011-09-05     박주식
꼭 필요한 사람, 만능 일꾼, 없어서는 안 될 사람, 모두가 태인동사무소에 근무하는 사회복지 도우미 박정희 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태인동사무소의 터줏대감이다. 태인동사무소에선 그보다 오래 근무한 이도, 그보다 태인동사무소를 잘 아는 이도 없기 때문이다.

박정희 씨가 태인동사무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8년 전. 당시 주민등록 담당이 출산휴가를 가게 돼 3개월 보조의 사회복지 대체인력으로 태인동사무소와 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매년 재계약을 하면서 태인동에서 8년 한결같이 웃음과 솔선수범, 봉사로 근무를 이어오고 있다. 

이런 그를 두고 주민이나 직원이나 할 것 없이 칭송이 자자한 것은 당연지사. 그는 언제나 민원인을 웃음으로 대하고, 민원인이 어떤 일을 가지고 오던(동사무소 일이 아니어도) 그 일을 처리함에 반드시 도움을 준다. 특히 동사무소를 찾는 어르신들에게 잘하기로 소문난 그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동사무소를 찾을 때면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동사무소를 떠날 때까지 부축해 다니며 일을 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 그의 능력은 업무에서도 빛을 발한다. 오랫동안 한곳에서 일하다 보니 이젠 못할 일이 없다. 본연의 업무인 사회복지 도우미는 기본, 일반민원 처리에서 농사업무까지 어떤 일이든 그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일엔 주저함이 없다. 이러다 보니 그는 민원인에겐 가장 친절하고 일 잘하는 공무원, 공무원들에겐 직원보다 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동료다.

박정희 씨는 “때로는 민원인으로부터 궂은소리도 듣지만 그때마다 아는 얼굴이 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시겠지라는 생각으로 웃어넘긴다”며 “특별히 맘을 먹고 생활하기보단 시작한 일이니까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정희 씨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우선 8년 전이나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똑 같은 급여를 지급받고 있는 것. 또 금년부터 달라진 제도에 따라 내년 재계약도 문제다. 그는 시 소속 공무원이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관리를 받는다. 한데 보건복지부에서 3년 이상 도우미 직을 지속할 수 없다고 못 박고 나섰으니,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되기 전까진 안타까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그는 현재 여수 한영대 사회복지학과 올해 졸업반이다. 그래서 혹여 재계약이 되지 못한다면 내년 졸업과 함께 취득한 자격증으로 사회복지 계통에서 계속 일을 해 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