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허락했기에 그곳에 설 수 있었어요”
유럽 최고봉 러시아 엘브러즈 정상 등정한 조규혁씨
2008-08-28 귀여운짱구
“체력적으로 조금 부담이 됐지만 무사히 목표를 이루고 돌아왔습니다.”
60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럽 최고봉을 완등한 조규혁(60ㆍ중마동)씨. 그는 지난 19일 러시아 서남부 코카사스산맥의 주봉우리인 엘브러즈(5642m)를 우리시에 거주하는 포스코 출신 3명과 함께 정상에 등정했다.
60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럽 최고봉을 완등한 조규혁(60ㆍ중마동)씨. 그는 지난 19일 러시아 서남부 코카사스산맥의 주봉우리인 엘브러즈(5642m)를 우리시에 거주하는 포스코 출신 3명과 함께 정상에 등정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조규혁씨를 비롯한 박수웅(65)ㆍ최대삼(50)ㆍ이진섭(58) 씨. 포스코 고암산악회 창립멤버인 이들은 30~40년의 등산 경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히말라야 ABC 트레킹,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를(5895m) 등반하는 등 탄탄한 경력을 쌓아왔다.
조씨는 인터뷰를 통해 “이번 등정을 위해 1년 동안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5일 서울을 출발해 러시아로 떠났다. 조씨는 “등정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날씨 영향이 매우 컸다”며 “이곳은 등정률이 50%밖에 안 돼 하늘의 허락을 받아야만 다가갈 수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정상 등정하기까지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일까. 조씨는 “무엇보다 체력이 가장 부담됐다”고 소회했다. 그는 “고산 지대여서 숨 쉬기도 힘들고 두통도 찾아오고 무엇보다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니 당연히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조씨는 “우리가 쉽게 생각하기에 옆에 사람이 힘들면 조금 도와줄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는데 일반적인 등산과 전문 등반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고산지대에서는 눈, 바람, 눈사태 등 악천후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모든 체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쉬는 것 또한 최악의 상태에서 이뤄지기는 등 모든 것이 생명과 직결되는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전문 등반은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반드시 실패하고 만다는 것이다. “산악 사고는 대부분 하산할 때 많이 발생합니다. 정상 등정한 후 체력이 고갈되고 긴장도 어느 정도 풀리다 보면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내려오기 전까지 절대 긴장을 늦추지 않은 것은 물론, 체력 안배도 철저히 해야지요.”
엘브러즈 등정에는 히말라야 등정처럼 셀파나 포터가 없다. 따라서 모든 짐을 각자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출발 시점부터 힘든 여정은 예고된 것이다.
또한 고산지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올라간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조씨 일행은 해발 3700m 지점에서 3일간 대기한 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고산지대에 서서히 적응했다. 정상이 눈앞에 보이지만 단걸음에 올라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고산지대에서 한걸음씩 발을 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과정임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릅니다.” 그는 일행과 엘브러즈 정상을 내딛으면서 다시 한 번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머리가 숙여진다고 고백했다.
“자연이 우리를 받아주지 않으면 절대 갈 수 없는 곳입니다. 새삼스럽게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지요. 겸손함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산, 바로 자연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산악인들은 이렇게 힘들고 위험하고 괴로운 일을 왜 포기하지 않을까. 그는 “힘들지만 일상을 탈출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자신과의 싸움과 믿음 등 모든 삶이 묻어 있는 것이 등산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포스코에서 재직 하면서 취미활동으로 산과 인연을 맺은 조씨는 퇴직 후에도 중마동에서 등산용품 전문점을 운영하며 산 사랑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전국 곳곳을 등반하면서 우리나라 산의 아름다움과 오묘함에 한없는 감탄을 한다고 말한다.
해외 등반도 히말라야 ABC 트레킹, 킬리만자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4100m), 중국 스구낭산(5300m) 등 총 6회를 등정했다. “앞으로 히말라야 랑탕 계곡 트레킹을 해보고 싶다”는 조씨는 “이제 본격적인 등산철이 다가오는데 등반객들이 산을 사랑하는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는 절대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