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 사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2009-10-22 유현주 민주노동당 광양시위원회 위원장
쌀값이 폭락해서 농민들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이 자식같이 키워왔던 나락을 트랙터로 갈아엎고, 미곡종합처리장(RPC) 앞에서 농성을 하고, 국회 앞에서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강한 투쟁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쌀(도정전) 80kg 1가마의 값은 14만원 내외로 지난해 수확기 16만원 내외보다 9.5%가 하락했다고 한다. 1999년에도 쌀 한가마 값이 14만원이었다고 하니 이 가격과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영농자재비·사료·비료값이 2~3배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농민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현재 농민들은 생산비가 보장되는 쌀 한가마 적정가격을 21만원 내외로 요구하고 있다.
도대체 쌀값이 이렇게 낮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게 말하면 쌀 재고량이 늘어서이다. 우리나라 정부비축미 추이를 보면 연간 60만톤 내외를 유지하고, 40만톤 가량을 대북지원으로 소비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대북지원이 없으면서 올해의 쌀 재고량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또 2004년 쌀 재협상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쌀 수입량(MMA)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쌀값 안정 및 쌀 수급조절에 기여하던 정부의 추곡수매가 WTO 협약 등을 이유로 2005년부터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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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 초부터 예견된 쌀재고량과 쌀값문제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가 수확기가 다가와서야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긴급수매량은 재고량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쌀소비를 늘리겠다는 것도 결국 국민들에게 밥이나 쌀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라는 것인데 도대체 얼마나 많이 먹어야 현재의 쌀재고량을 해소할 수 있다는 말인지 웃음만 나올 뿐이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 쌀지원은 당면한 쌀값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임과 동시에 남북화해와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기도 하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농민들이 농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농업을 국민들의 식량과 건강을 책임지는 주권의 문제로 보기 때문이며, 통일을 대비하는 통일농업을 꿈꾸기 때문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쌀값 폭락 사태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실행에 옮기고, 더 나아가 ‘농업선진화’를 부르짖기 전에 지속가능한 농업을 지키기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농민들의 눈물 앞에, 쌀을 싸게 판다는 대형할인마트의 대대적인 홍보를 보면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은 비단 필자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쌀값 폭락 사태를 통해 우리 국민 모두가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농업과 농민의 문제를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