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있는 곳이면 언제나 우리가…'

경기장에서 선수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

2009-07-16     이성훈


“전남 FC~ 나의 전남 FC~ 우리함께 나가자~” 지난 11일 제주와의 원정경기. 위너드래곤즈 회원들은 이날도 날씨와 장소에 아랑곳 하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제주도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단순한 경기 관람이 아니다.

양 어깨에는 사람 몇 배가 되어 보이는 커다란 깃발을, 북과 온갖 응원 도구를 짊어지고 고행(?)을 자처한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활기가 넘친다.
위너드래곤즈 회원들은 이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홈이든 원정이든 언제든지 우렁찬 응원가가 경기장을 가득 메운다. 힘찬 응원가는 곧 지친 선수들을 다시금 뛰게 만드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바로 전남드래곤즈 서포터즈인 ‘위너드래곤즈’(회장 지영민)이다. 위너드래곤즈 창단도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었다. 현재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회원은 50여명이며 온라인상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다. 연령도 10대부터 50대에 이르며 주로 직장인이 많이 소속되어 있다. 다른 대도시 구단 서포터즈들에 비하면 소수 정예부대이지만 이들은 지난 95년 창단한 전남드래곤즈와 역사의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위너드래곤즈는 창단한 지 약 13여년의 기간 동안 홈경기는 물론, 원정경기에서도 전남 선수들의 승리를 위해 온몸을 사리지 않았다. 전남이 FA컵 3회 우승했을 때도, 연패에 빠져 선수들이 운동장에 무릎을 꿇었을 때도, 위너드래곤즈는 선수와 함께 했다. 전남과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하며 늘 바늘과 실처럼 함께 움직이고 있다. 전남 서포터즈인 위너드래곤즈의 모태는 ‘여의주’이다. 지난 1996년 광주에 살던 박숭범 씨가 피시통신을 통해 전남 서포터를 창단하는데 주도했다. 당시 그는 구단과 협의한 끝에 서포터 조직을 광양에서 시도했다.

박 씨는 광양 인근의 학교를 찾아다니며 등하교시간에 전단을 돌리며 서포터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여의주’이다. 용이 가지고 다니는 여의주는 ‘드래곤즈’라는 전남의 이름에 어울렸고 이후 위너드래곤즈의 뿌리로 자리 잡았다. 여의주는 약 1년여 정도 활동한 후 해체되고 97년 11월 ‘위너드래곤즈’로 개명한 후 본격적으로 전남 서포터즈 클럽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당시 피시통신 하이텔에서 활동하던 전남 서포터들이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 지 고민하던 중 회원들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팀의 마스코트인 용을 중심으로 한 ‘위너드래곤즈’라는 이름이 탄생한 것이다. 위너드래곤즈는 이후 ‘노란색 옷 입고 오기’운동을 펼치며 서서히 서포터즈로서의 위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남의 유니폼이 노란색이었기에 팀을 상징하는 색깔의 옷을 입음으로써 ‘나는 이 팀을 좋아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또 자체적으로 새로운 응원가를 만들고 선수들을 격려한 걸개를 회원들끼리 손수 만들며 결속력을 다졌다. 위너드래곤즈의 응원은 전남에 애정표현을 실천함으로써 광양에 진정한 축구문화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2000년 4월 회원들은 홈페이지를 공식적으로 오픈하고, 그해 8월에는 웹진까지 발행하면서 그들의 활동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또 10월에는 멤버십카드 발행 및 회원관리를 전산화시키고 이듬해 10월에 두 번째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한 단계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2005~6년, 2008년 위너드래곤즈 회장을 맡았던 이정훈 전 회장은 “97년, 2006~2007년 FA컵 우승 현장에서 회원들과 열렬히 응원했던 활동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이 전회장은 “늘 선수들과 호흡했던 시간들이 항상 행복했다”며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그 순간이 회원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 었다”고 덧붙였다.

지영민 회장은 “다른 구단보다 적은 인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항상 위너드래곤즈가 선수 곁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 회장은 “회원들 대부분 직장인인데 경기장에서 열심히 응원하며 스트레스도 풀고 있다”며 “이기는 것도 좋지만 항상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자체로 큰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선수들이 앞으로도 부상당하지 말고 매 경기마다 멋진 승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건수 드래곤즈 사장은 “회원 중에는 광양 사람이 아닌 회원도 있고 직장 때문에 시간 내기 어려운 회원들도 있는데 모든 것을 제처 두고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복받칠 정도로 감동을 받는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 사장은 이어 “구단과 선수들은 늘 위너드래곤즈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며 “올해 좋은 성적으로 뜨거운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역 팬들이 올해 전남에게 바라는 것은 리그 6강 진출과 FA컵 우승이다. 그러나 위너드래곤즈의 목표는 조금 다르다. 우승도 좋지만 선수들과 함께 있다는 자체에 큰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있다. 선수 한명 한명이 모두 회원들에게 소중한 보물이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경기에 패하더라도 절대 야유하는 법이 없다.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경기가 끝난 후 회원들을 향해 인사하는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