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광양중,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는 ‘특별한’ 동문회 생긴다
동광양중,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는 ‘특별한’ 동문회 생긴다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4.05.24 17:15
  • 호수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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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과 제자들, 다시 만나며 구상돼
선배들이 들려주는 ‘직업특강’ 계획
다음달 15일, 준비위 회의서 밑그림
지역-학교, 상생모델 ‘첫 걸음’ 기대
△동광양중학교 전경.
△동광양중학교 전경.

광양시가 산업화를 맞이하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1990년대. 늘어나는 학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중마동 중심지에 동광양중학교가 자리 잡은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졸업생의 자녀들이 다시 중학교에 입학할만한 시간이 흘렀고 그렇게 동창생과 학부형으로 다시 소식이 닿기 시작할 때 쯤, 동광양중학교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최경화 교장이 부임했다. 

△ 최경화 동광양중학교 교장.
△ 최경화 동광양중학교 교장.

최경화 교장과 동광양중, 인연의 시작

최경화 교장은 30여년전 동광양중학교가 설립될 때 5년 동안 교단에 섰던 ‘개국공신’이다. 시간이 흘러 재직했던 학교에 교장으로 돌아오는 일도 흔치 않지만 1회 졸업생을 가르쳤던 학교에 다시 발령받는 일은 전국을 통틀어도 이례적이다. 최 교장은 개교 초창기 학교가 자리 잡는 데 기여한 추억이 있어 동광양중학교에 남다른 애정을 가져 발령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특별한’ 사연을 가진 최 교장이 동광양중학교로 부임하자 ‘특별한’ 상황이 발생했다. 소식을 들은 졸업생들이 연락해오기 시작했다. 개교 당시 3~4개반만 운영돼 학생 수가 많지 않았던 탓에 학생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던 최 교장은 학창시절 얼굴이 남아있는 제자들을 보며 반가움을 숨길 수 없었다. 

이처럼 제자 몇 명과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던 중 학부모총회에서 반가운 얼굴들이 인사를 건네왔다. 제자들이 학부형이 돼 최 교장을 알아본 것이다. 잠잠하던 학교에 최경화 교장으로 인해 초창기 졸업생들이 뭉치기 시작했고 급기야 동문회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동문회가 발족하면 90년대 이후 중마동에 생긴 중학교 중 최초 사례가 된다.  

△ 동광양중학교 2회 졸업생 배진석 동문이 후원한 커피차. 30년이 지나도 최경화 교장은 여전히 ‘우리 담임샘’이다.
△ 동광양중학교 2회 졸업생 배진석 동문이 후원한 커피차. 30년이 지나도 최경화 교장은 여전히 ‘우리 담임샘’이다.

 

선배들이 직접 들려주는 ‘직업 특강’

사연부터 특별한 (가칭)동광양중동문회는 여타 동문회와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외부 강사를 초청해 진행하던 ‘직업 특강’을 졸업생들이 직접 맡기로 한 것이다. 선배들의 재능기부로 진행되는 특강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직업과 삶의 이야기를 듣고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아직 직업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없는 학생들은 선배들이 직업 현장에서 겪어본 이야기를 통해 보다 직관적으로 진로를 바라볼 수 있고 직업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면서 지역에 대한 이해도까지 상승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일회성 강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직업군의 졸업생들을 섭외해 주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편성까지 구상하고 있다. 

최경화 교장은 “학교도 이제 30년이 지나 성인 나이가 됐으니 지역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할때가 됐다”며 “졸업생들과 연락하다보니 지역 내에서 거주하고 있는 비율이 높아 아이들에게 지역의 삶이나 직업 등에 대해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획 의도를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광양을 사랑하고 광양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지역에서 살아가는 선배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고 싶다”며 “지역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생기면 지역 내 인재들이 선순환되면서 결국 지역의 경쟁력까지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동문회 넘어 지역 상생 모델로

단순히 기부나 장학사업을 통해 학교에 장학금만 전달하는 동문회 방식이 아닌 직접 선후배간 만남과 소통을 통해 하나의 공동체가 구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일 열렸던 ‘동광양중학교 스포츠 경연의 날’에는 제2회 졸업생인 배진석 동문이 커피차를 후원했다. 학생들은 얼굴 한번도 보지못한 선배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동문’의 정을 확인했다. 연예인들이나 받는다는 커피차를 처음 받아 본 학생들은 “교장선생님, 졸업하면 커피차 5대를 쏠게요”라고 약속을 건네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최 교장과 초창기 졸업생의 주도로 진행되는 동문회 발족은 오는 6월 15일 첫 준비위원회 회의가 예정됐다. 졸업 기수별 모임이나 진행 방식은 어느정도 논의됐지만 정식적으로 임원진 구성 및 발족 시기 등 구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질 전망이다. 이미 서울에 거주중인 동문들도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 

최경화 교장은 “동문회는 이르면 올 연말 발족을 목표로 하고 있고 직업 특강은 일정을 조정해 2학기부터 시작할 계획”이라며 “아이들이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전해주는 일에 많은 동문들이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교는 공부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사회로 나가기 전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알려주는 곳”이라는 교육 철학을 가진 최 교장과 제자들이 함께 꾸려갈 ‘특별한’ 동문회가 지역과 학교의 상생이라는 큰 숙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 되는 것 같아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