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부재. 의회 무시 불만 표출한 듯
당황한 집행부, 시의회 찾아가 ‘달래기’
잘려나간 예산, 예결위 부활여부 ‘주목’
광양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3년도 본예산 심의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의회를 찾는 정인화 광양시장 등 집행부 공무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13일 광양시의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정인화 시장이 서영배 시의회 의장과 송재천 예결위원장을 찾아와 2023년도 본예산 심의 과정의 협조를 부탁했다.
정 시장의 이날 방문은 최근 상임위원회 예산 심의단계에서 큰 폭의 예산 삭감이 이뤄진 데에 따른 후속조치로 분석된다.
총무위원회는 지난 7일부터 3일간, 산건위는 6일부터 3일간 각각 소관부서에서 올라온 2023년 본예산과 기금운용계획안을 심사했다.
총무위는 집행부가 요구한 30건의 사업예산 45억5600만원 중 40억6700만원을 삭감했고, 산건위는 시장 요구액 11건 17억7400만원 중 17억5400만원을 잘랐다.
총무위는 자원순환과의 광양읍 합강 도시생태축 복원사업비 10억8000만원 전액을 삭감했고, 광양시의 역점사업인 구봉산 관광단지 진입도로 개설사업비 6억4800만원도 모두 잘려나갔다.
특히 정인화 시장의 공약사업인 이순신장군 철동상 건립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용역비 3억원도 전액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논란이 된 사랑나눔복지재단 출연금도 1억원 가까이 삭감했으며, 망덕포구 카페거리 등 조성사업비 6억원도 통째로 잘려 나갔다.
반면 산건위는 공원과의 백운제 둘레길 조성사업비 7억원과 도시재생과의 공모계획 수립 용역비 2억7000만원을 삭감하고 도로과의 군도 6호선 개설공사 타당성 조사용역비 2억8100만원과 군도 11호선 확장 타당성 용역비 2억원, 시설관리과의 구봉산 전망대 카페 리모델링비용 1억1000만원 등 11건을 전액 삭감하는 선에서 정리했다.
이처럼 총무위원회를 중심으로 시장 공약 예산 등이 통째로 삭감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총무위 소속의 한 시의원은 “상임위 과정에서 시민에게 어떤 사업이 도움이 될 것인지를 최우선으로 두고 예산을 심의했다”며 “총금액 연연하지 않고, 예산 낭비 측면과 장기적 안목 등 다방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답변에도 의회 안팎에서는 이번 예산삭감이 집행부에 대한 시의회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의 배경으로 지난달 17일 열린 제314회 광양시의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집행부에 감정을 표출한 서영배 의장의 개회사를 떠 올릴 수 있다.
그는 “시민을 존중한다면 지방의회도 존중해 달라”며 “법령이나 제도에서 이행하도록 되어 있는 행정절차는 반드시 이행하여 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행정절차가 빠진 예산편성, 행정절차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시의회 차원에서 결코 간과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면서 집행부와 소통 부재, 각종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의회 절차 무시 등 그동안 쌓여왔던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를 눈치챈 듯 광양시도 분주히 대응하는 모습이다. 시 집행부는 12일 간부회의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고, 이튿날인 13일에는 정인화 시장이 의장실을 찾기에 이르렀다.
한편 예결위는 상임위를 거쳐 넘어온 2023년도 본예산과 기금운용계획안 등에 대해 오는 15일부터 이틀간 심의한다.
시장 공약을 비롯해 상임위에서 잘려나간 굵직한 예산들이 예결위 과정에서 어느 정도 부활할 수 있을지 이번 예산안 심사의 최대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