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민사회 내부 의견 엇갈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항만공사법에 따라 설립됐다. 이 법에서는 항만공사의 사업으로 △항만시설의 신설·개축·유지·보수 및 준설 등에 관한 공사의 시행 및 항만의 경비·보안·화물관리·여객터미널 등 항만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업 △항만배후단지개발사업 △항만재개발사업 △마리나항만시설의 조성 및 관리·운영에 관한 사업 △물류시설운영업 △항만 조성 및 관리·운영과 관련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또 △공사가 관리하는 부지 및 시설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설치 및 관리·운영에 관한 사업 △조사·연구,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에 관한 사업 △항만구역 외에서 항만이용자의 편의를 위한 근린생활시설 및 복리시설 등의 건설 및 운영에 관한 사업 △남북 간 항만의 조성 및 관리·운영 등을 위한 교류 및 협력사업 △외국 항만의 조성 및 관리·운영 등 공사의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등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항만공사법에는 항만공사가 여수세계박람회장을 인수, 운영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이에 광양 지역신문들은 공동기획취재를 통해 자칫 광양과 여수지역민 간 갈등 양상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항만공사의 박람회장 공공개발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여수세계박람회재단을 비롯 타 항만공사 및 메가이벤트 이후 시설물의 공공개발 타당성과 유지관리 실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박람회재단, 운영 한계 봉착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르고 난 후 행사장 관리 주체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정해진다. 여수세계박람회장의 운영주체를 정하고 있는 법은 ‘여수세계박람회 기념 및 사후활용에 관한 특별법’이다.
이러한 특별법에 따라 ‘2012여수세계박람회재단’이 설립됐다. 지난 10년동안 박람회장을 운영해 온 강용주 2012여수세계박람회재단 이사장은 “국제행사를 치른 후 사후활용과 관련한 전략이 없다보니 중앙부처나 지방정부의 의지가 반영이 안 된 채 기재부 방침에 따라 예산 지원이 안 되면서 쇠락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제행사 사후활용과 관련된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박람회재단은 △박람회 사후활용 계획의 수립·시행 △박람회 개최성과의 계승·기념을 위한 제반 사업 △박람회 사후활용과 관련, 박람회 기념을 위한 판매사업과 박람회 시설과 부지 매각 및 민간투자 유치 △여수선언 및 여수프로젝트 관련 지원 사업 △남해안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한 지원 사업 △박람회 참가국 및 세계박람회기구와의 협력 사업 등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재원이 필요하지만,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시설물의 유지관리에도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세계적인 행사를 치른 여수박람회장은 남해안 해양문화관광의 메카로 개발할 수도 있고, 기존의 시설을 잘 활용한다면 MICE 복합지구로 개발할 수도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여수세계박람회장을 MICE 특화지구나 해양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한 SOC시설은 박람회를 치르면서 이미 완벽에 가깝게 구축돼 있다.
KTX가 운행되는 여수엑스포역과 제주도를 연결하는 항구가 지근거리에 있고, 공항과 숙박 등 모든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그렇지만 기존 시설에 대한 투자 없이는 이러한 여건도 ‘그림의 떡’이다.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재단이 자체적으로 박람회장을 운영하는 것은 이미 한계에 봉착해 있다. 그 대안으로 공공개발, 중앙정부의 산하기관인 여수광양항만공사를 통해 개발과 운영을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수광양항만공사가 박람회장을 인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지역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여수 지역구 주철현 의원과 김회재 의원이 의견을 달리하고 있고, 광양 지역구 서동용 의원 역시 논의 초기에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또, 여수 시민사회에서도 의견이 나뉘고 있고, 이를 둘러싼 광양과 여수의 시민사회 의견이 다르다. 항만공사 인수 방침이 정해지더라도 정치권의 통합적 사고를 통한 의견조율이 필요한 이유다.
여수세계박람회장의 사후활용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사후활용에 대한 정밀한 설계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문제를 바라보는 정권 차원의 시각이 다른 점에도 원인이 있다.
2012여수세계박람회는 노무현 정부에서 유치했고, 이명박 정부에서 치러졌다. 그러다 보니 박람회에 대한 정부의 정체성이나 비전이 달랐다.
행사를 치른 후 이명박 정부는 박람회장의 사후활용을 청산에 무게를 두고 추진했다.
행사가 끝난 후 청산단을 여수로 내려보냈다. 청산단은 박람회장의 부지매각을 통해 민간의 기업활동 공간으로 주려는 의지를 갖고 여수를 찾았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 지역사회가 강력하게 반발했고, 여수세계박람회장은 여수시민의 여론에 따라 청산에서 유지로 전환됐다.
또 민주당의 주도로 세계박람회장 사후활용에 대한 특별법이 제정됨에 따라 현재 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강용주 재단이사장은 “정부가 달라도 흔들리지 않는 정책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박람회장의 공공개발의 주체는 재단이 될 수도 있고, 지자체가 될 수도 있고, 항만공사처럼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될 수도 있다.
항만공사 인수 둘러싼 논란
그렇지만, 주무부처인 해수부나 전남도, 여수시 등은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인수해 운영토록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이미 내려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침에 여수 시민사회가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여수 시민사회 내에서는 여수세계박람회장공론화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여수시가 박람회장을 인수해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운영주체가 어떻게 정해지든 박람회장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노후시설에 대한 안전진단과 대대적인 개보수는 필수적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