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까지 광양문예회관 전시실
주령골 학살 등 20여점 ‘눈길’
지역의 큰 아픔인 여순사건의 참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역사화전이 마련돼 관심을 끌고 있다.
광양여순10·19시민연대(대표 박두규)는 지난 13일 광양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여순특별법 1주년 기념 박금만 작가 역사화전’을 개막했다.
개막일에는 서동용 국회의원, 정인화 광양시장, 서영배 광양시의장 등 지역 정치인들과 시민 70여명이 다녀갔다.
오는 2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14연대-시작 △장대다리 전투 △반송쟁이위의 차가운 심장, 조우 △불꽃 FRAME2021629 등 여순사건의 시작부터 마지막을 표현한 작품 2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박금만 작가가 2022년에 완성한 작품 ‘반송쟁이 위의 차가운 심장(162x130cm), 아크릴물감,캔버스)’이라는 작품으로 박금만 작가의 최신작이다.
이 작품은 광양의 여순사건 이야기로, 1948년 10월 20일 오후에 일어난 여순사건 첫 민간인 학살 ‘주령골 학살 사건’을 그렸다. 광양출신 이경모 사진에 작가의 예술적 상상력을 더했다.
주령골은 광양과 순천을 이어주는 길로, 현재 광양 LF스퀘어에서 순천 성가롤로병원으로 가는 반송재 인근이다.
사진 속 피해자는 당시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이던 김영배로,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고향 광양에 내려와 있던 중 ‘좌익사상범’으로 몰려 광양경찰서에서 갇혔고, 함께 갇혀있던 다른 민간인 등 26명과 함께 무참히 학살됐다. 김영배는 이경모 사진가의 친구다.
관람객들은 이 사진 앞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광양읍에 거주하는 A씨는 “죄가 있다면 서울대 법대를 갈 만큼 똑똑한 죄 밖에 없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희생됐는지 화가 난다”며 “이 작품은 여순사건의 광양참상을 말해주고 있다. 작품만으로도 여순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한국 현대사의 아픈 이야기를 공감하고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전시회를 찾은 여순사건범국민연대 관계자는 “늦었지만 광양에서 박금만 작가의 역사화전이 열린 것을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행정의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 없이는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은 어렵다”고 말했다.
박금만 작가도 여순사건 당시 할아버지를 잃은 유족으로 박 작가는 그림 작업을 통해 여순사건의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도록 모든 열정을 쏟고 있다.
박금만 작가는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린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아프다. 트라우마 센터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많이 힘들지만 작업을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1970년 여수 덕충동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 미술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지금까지 12회의 개인전과 8회의 단체전, 아트페어 등을 통해 작품세계를 펼쳐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80여점의 여순사건 역사화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