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전체 인구 고려하면 2800억원 필요
유권자들, SNS에 "재원 마련 방안 의심스러워"
오하근 더불어민주당 순천시장 후보의 전 시민 100만원 지원 공약이 나오자 일부에서 ‘선심성 퍼주기 공약’이란 비판도 나온다.
오 후보는 지난 28일 전 시민에게 100만원의 경제대전환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지역 내에서만 2천800억 원이 통용되면 순천 경제를 살려내는데 그야말로 손색이 없는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가용예산에 대한 세밀한 검토를 마쳤다”며 “취임 즉시 순천시의회와 협력해 시민 모두가 풍요롭고 넉넉해지는 순천시 경제대전환의 첫발을 내딛겠다”고 했다.
공약발표와 함께 오 후보는 ‘순천시민 누구나 100만원 지급’이란 문구의 현수막을 선거구 곳곳에 내걸었다.
이 공약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소상공인 계층과 시민들의 막판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지자체의 재정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예산 확보는 물론 실현 가능성에 있다.
순천시의 재정자립도는 18%가 채 안 돼 정부가 부족분을 채워줘야 한다. 인근 광양이나 여수에 비해서도 훨씬 열악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순천시의 일반회계 재원 중 자체재원은 2100억원 수준이고 이 중 자주 재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지방세 수입은 1600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오하근 후보가 제시한 전 시민 100만원씩을 지급하려면 4월말 기준 인구 28만 478명에 비추어 약 2800억원이 필요하다.
순천시 예산은 이미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시민지원금을 주려면 추경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지만 정부의 교부세와 시세, 세외 수입 등을 최대한 편성한다고 해도 이를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또 소병철 국회의원이 국비를 가져온다는 말을 하지만 이 또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재난지원금 성격의 국비를 정부가 순천시에만 줄 수도 없고, 준다고 하면 전국민에게 100만원씩 주는 셈이 된다.
또 하나는 순천시가 지방채(빚)을 내야하는 것인데 이마저 녹록치 않다. 지방채 발행은 전남도를 거쳐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으로, 요건은 대규모 공영개발 등으로 제한된다.
다른 사업을 잠시 멈추고 그 재원으로 지원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현재 순천시가 추진하는 시청사건립과 2023국가정원박람회 등을 안한다고 해도 한꺼번에 2800억원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순천시 예산을 잘 아는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SNS에서는 이번 100만원 지원 계획에 대해 ‘돈으로 표를 사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지원은 반갑지만 과연 가능하겠냐’는 의심의 글들이 이어진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선거 막판 한표가 아쉬운 후보 입장에서 판세 전환을 위한 선심성 공약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공약은 유권자에 대한 약속인 만큼 신중해야 하고 구체적인 예산확보와 실현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공약으로 표를 사려는 술수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나아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펼치는 현금성 지원 정책은 결국 시민의 혈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