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의 정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가?
지난해 6월 29일 '여수·순천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였고, 같은 해 7월 20일 법률 제18303호로 공포됐다. 이어 2022년 1월 21일 '여수·순천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여순위원회)가 출범하고, 이날부터 진상규명과 희생자·유족 신고도 시작됐다.
여순특별법은 '여수·순천 10·19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와 그 유족의 명예를 회복시켜줌으로써 민주주의 발전 및 국민화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즉 여순위원회는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활동하는 기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여순사건이란 무엇일까? 여순특별법 제2조에는 '여수·순천10·19사건이란 정부 수립의 초기 단계에 여수에서 주둔하고 있던 국군 제14연대 일부 군인들이 국가의 '제주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일으킨 사건으로 인해, 1948년 10월 19일부터 지리산 입산 금지가 해제된 1955년 4월 1일까지 여수·순천지역을 비롯해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혼란과 무력 충돌 및 이의 진압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고 규정했다.
여순특별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의 시기와 공간이다.
첫째, 이 사건의 시기는 1948년 10월 19일부터 지리산 입산이 해제된 1955년 4월 1일까지다. 약 6년 6개월로 2356일이다. 일반적으로 여순사건이라고 알고 있었던 시기보다 훨씬 오랜기간의 사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기간에 한국전쟁이 발발하기도 했다.
둘째, 이 사건의 공간이다. 여수와 순천은 물론이고, 전남·전북·경남까지 이 사건의 공간적 범위에 속한다. 지금까지 '여순'이라는 명칭 때문에 여수와 순천 그리고 전남동부지역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그 공간적 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함을 알 수 있다.
여순위원회와 진실화해위원회 중 어디에 신고를 해야 하는가?
여순사건의 법률적 정의를 자세하게 설명한 이유가 있다. 2022년 1월 21일부터 여순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희생자·유족 신고를 접수하고 있는데 여순사건의 시기와 공간을 너무 축소해 인식하다보니,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와 혼동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는 2005년~2010년까지 활동했고,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2020년 12월 재출범해 활동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분야 중 '한국전쟁 전후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 사망‧상해‧실종사건'이 있다. 이 민간인 학살과 여순사건이 겹치는 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일반적으로 여순사건은 여순위원회에 신고하지만 국민보도연맹사건, 적대세력사건, 군경토벌사건, 형무소재소자사건 등에 대해서는 진실화해위원회에 신고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보도연맹사건, 적대세력사건, 군경토벌사건, 형무소재소자사건은 법률에서 규정한 유형이 아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조사업무의 편의를 위해 분류한 유형이다.
정리하면, 여순위원회는 1948년 10월 19일~1955년 4월 1일까지 전남·전북·경남지역에서 발생한 혼란과 무력 충돌 및 이의 진압과정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따라서 이 시기와 이 공간에 발생한 민간인 희생 사건은 여순위원회에 신고를 하면 된다. 그것이 국민보도연맹이든 군경토벌사건이든 구분하지 말고 말이다.
또 이 사건으로 인해 군과 경찰이 신고할 수 있느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4·3사건의 법제처 유권해석을 보면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희생당한 군인 및 경찰도 해방 전후 혼란한 이데올로기의 대립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자의 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다고 했다. 여순사건도 마찬가지로 이 유권해석을 준용해 군과 경찰의 희생자·유족도 신고할 수 있다고 본다.
여순위원회와 진실화해위원회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순위원회는 특별사건에 대한 개별특별법이고, 진실화해위원회는 과거사를 정리하는 포괄적인 법률이다. 즉 진실화해위원회는 항일독립운동, 해외동포사, 테러‧인권유린과 폭력‧학살‧의문사,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등 사건의 범위가 광범위하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주요한 결정은 국가 권력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의 진실을 규명하는 법률이다. 유족이 누구냐를 결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 피해가 결정되었다고 하여 별도의 배·보상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 피해자의 유족이 누구인지도 결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법적 한계 때문에 피해자로 진실규명 된 경우 사법부에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승소할 경우 일정부분의 배·보상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여순위원회는 희생자·유족의 명예를 회복하여 희생자와 유족을 결정하는 법률이다. 따라서 희생자를 결정하면, 그 희생자의 유족이 누구인지도 결정한다. 이는 현재 법률에서 규정한 생활지원금・의료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조치이다.
국가의 잘못에 대한 아주 미비한 배・보상적 의미의 조치가 생활지원금・의료지원금이다. 제주4·3사건의 경우, 국가의 잘못에 대한 배·보상이 법률로 개정되어, 올해부터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여순사건의 경우도 제주4·3사건의 법률을 준용한 여순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 경우 일괄적으로 유족에게 배·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유족의 신고는 어떻게 하는가?
여순위원회는 2022년 1월 21일부터 활동을 시작해 1년 동안 희생자·유족의 신고를 접수 받는다. 따라서 여순위원회는 전남 각 읍면동 사무소에 신고처를 마련해 유족의 신고를 돕고 있으며, 우편으로도 접수 가능하다.
여순사건이 발생한 지 74년이 되었다. 여순사건의 당사자가 살아 계신 경우는 거의 드물다. 그 1세대 유족도 고령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여순위원회는 신고서도 최대한 간편하게 처리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즉, 보증인 2명에 대한 부분도 그 대안을 마련하여 각 시·군에 내려 보냈다.
그리고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실규명 받으신 유족은 직권조사를 하여 희생자로 결정할 예정이다. 또 사실조사원을 선발해 신고에 어려운 점을 최대한 돕고 있다. 유족이 신고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해 여순위원회는 각 지역을 방문해 공청회, 간담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74년 전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희생자 유족의 신고이다. 또한, 이 사건을 목격했던 분도 신고할 수 있다. 유족뿐만 아니라 제3자도 신고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1948년 10월 19일부터 1955년 4월 1일까지 전남・전북・경남에서 발생한 혼란과 무력 충돌 및 이의 진압과정에서 희생당한 분들의 유족은 주저하지 말고 신고하여 주실 것을 간곡하게 당부한다.
끝으로 역사적인 책무에 참여하고 있는 여순위원회 위원과 지원단, 전남도의 실무위원회 위원과 지원단 그리고 각 지자체의 업무 담당자와 사실조사원 등은 여순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및 유족의 명예회복은 물론 지역 공동체의 복원을 위해 맡은 바 소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