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 광양 허브 음식 전통과 사라실의 라벤더
문화칼럼 - 광양 허브 음식 전통과 사라실의 라벤더
  • 광양뉴스
  • 승인 2021.05.07 16:30
  • 호수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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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광양 사라실의 라벤더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보랏빛 꽃을 피우는 라벤더(lavender)는 고대 프랑스어 lavandre에서 유래된 것으로‘세척’,‘목욕’이라는 뜻의 라틴어 lavo과 lavare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중해 지역이 원산지인 라벤더는 고대부터 이집트, 그리스, 로마, 아랍, 유럽 등에서 약이나 조리에 이용돼 온 대표적인 허브다. 라벤더의 재배는 1930년대부터 시작됐다. 주로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에서 향료 재료로 식재되고 이용됐다.

원산지와 주요 재배지역이 유럽인 탓에 라벤더에는 이국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배어 있다.

용도는 향료 생산을 목적으로 재배되던 것이 이제는 관상용, 허브 생산 및 요리용으로 확대됐으나, 주로 서구식 음식에 이용되고 있음에 따라 우리 문화에 동화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광양 사라실의 라벤더 또한 광양의 식문화 등에 접목되지 못하고 이국적인 이미지를 가진 식물이라는 생각을 근저로 관상용에 이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광양 전통 음식을 생각해 보면 라벤더는 그리 낯선 식물이 아니다.

광양 전통음식에는 허브(향료)와 스파이스의 사용이 많았다. 배초향(방앗잎), 제피(초피나무 열매), 계피, 생강, 파, 마늘 등의 향신료가 많이 사용됐다. 이들 향신료는 이웃 구례, 순천, 여수, 하동에서도 음식에 많이 이용됐지만 광양만큼 많이 사용되지는 않았다.

광양 전통 음식에서 허브는 그 자체가 메인 요리로 이용되기 보다는 양념이나 풍미제로 사용되었다.

광양숯불구이의 양념, 광양닭숯불구이 양념, 전어구이 양념, 민물 매운탕 양념이 그렇고, 제피를 넣은 매운탕, 방앗잎 전 등이 그렇다.

광양 음식에서 허브의 사용은 타지 사람들에게는 호불호가 분명한 점이 있으나 광양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가진 음식이라는 자원적 가치가 높은 유산이다.

현재 음식의 서구화로 허브와 스파이스를 사용한 일부 광양 전통음식은 사라지고 있지만 그 전통성은 노력에 따라 확장 가능성이 크다.

최근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서양요리인 스테이크, 파스타, 피자에는 허브 소스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들 음식에서 허브 사용은 자연스럽고, 젊은 층들은 허브가 사용된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선호도가 높다.

그런 측면에서 광양 사라실의 라벤더는 광양의 허브 음식 전통과 접목하기에 매우 좋은 자원이다.

라벤더를 이용한 요리 레시피는 많이 알려진 것만 해도 150종이 넘는다. 기존에 알려진 라벤더를 활용한 요리와 광양 음식의 특징인 허브 요리를 접목하면 라벤더는 이국적인 식물이 아니라 광양의 음식 정체성에 맞는 식물이 되고, 음식 문화 및 소득의 다양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효자 식물이 된다.

개화가 시작된 사라실의 라벤더에 대해 요리라는 측면에서도 접근하고, 활용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