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간이역과 오일장'
포토 에세이 '간이역과 오일장'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9.01.31 16:20
  • 호수 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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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지나는 간이역 근처에 5일장이 섰다.
“어르신, 누가 뭐 좀 사가나요?”
“아휴, 제발 좀 사가요”
3일과 8일로 끝나는 날은 광양 5일장 중 진상장이 서는 날, 설 연휴를 1주일 앞두고 열린 장날이지만 분위기는 썰렁했다.
배추, 대파, 홍합, 고등어, 바지락 등 야채와 어물 몇 가지, 지난 장날에 팔다 남은 옷가지를 펼쳐놓고 파는 대여섯 명의 상인들 외에 시장 안을 서성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40여년 전, 공무원이던 남편을 따라 옥곡에서 진상으로 이사를 와 4년여를 산 적 있다는 최순자 씨(78)는“당시 진상장은 광양·순천·하동에서 기차를 타고 온 행상들이 진상역에서 내려 전을 펼쳤고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던‘화려한 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세월은 사람들을 도시로 데려갔고 흥정하는 사람도, 구경꾼도 떠나 온기가 사라진 시장은 적막 그 자체였다.
쇠락해가는 진상 장을 살려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행정의 노력도 따르고 있지만 찾는 이 없는 시장이 다시 그 옛날의 명성을 찾는다는 보장은 없다. 온기 없는 시장에서는 서너 개의 장작개비만이 찌그러진 깡통 안에서 상인들의 언 몸을 녹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