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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 귀농 일기<19>
이우식 시민기자
[795호] 2019년 01월 18일 (금) 19:25:49 광양뉴스 webmaster@gynet.co.kr

눈 뜨면 할 일이 있어 좋다

   
이우식 시민기자

 

매실나무와 감나무 가지치기가 끝났다. 고사리가 나오는 3월말 까지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간이다.

농사일 때문에 도서구입 목록에 적어두기만 했던 책도 구입해서 읽고 짧은 여행도 간간히 다녀 올 수 있는 시기라서 요즘이 정말 좋기만 하다.

할 일은 없지만 오늘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 농막으로 출근을 했다.

커피 물을 올려놓고 전기장판을 켠다. 멋진 그림을 걸어 둔 듯 한 느낌을 주는 작은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채우면서 온전한 나만의 하루를 시작한다.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선순위가 정해진 일도 없다.

농막에 있기가 싫증이 날 때 쯤 꾸지뽕 나무 가지를 끊어오기 위해 전정가위를 챙겨 나섰다. 가지 몇 개만 끊어서 끓여 먹으려고 나섰는데 욕심이 생겼다.

우리 농산물을 구입해 주신 고객들께 조금씩 나눔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계획했던 양보다 훨씬 많은 가지를 가져 왔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쉽게 약성이 우러날 수 있도록 3cm 크기로 자르는데 하루 종일 걸렸다. 주먹을 쥐는 것이 힘들어 지면 왼손으로 가위를 옮겨 잡고 잘랐다.

이날 무리한 탓에 글을 쓰고 있는 오늘까지 오른손의 근육이 회복을 못하고 있다.

산골에는 약이 되는 식물이 참 많이 있다. 풀이 왕성하게 자라는 여름엔, 원하는 농산물을 제외한 주변에 있는 약성 좋은 모든 식물이 잡초가 되어 예초기 칼날을 피하지 못하지만 겨울에는 그렇지가 않다.

며칠 전에는 화살나무 가지도 잘라서 말려뒀다.

집안에 한 그루 있는 느릅나무 뿌리는 나무의 성장에 방해를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년 조금씩 양보를 받고 있다.

옻나무는 한해도 거르지 않고 껍질을 벗겨서 처마 밑에 매달아 둬야 한다. 옻닭을 좋아하는 가족들 몫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마을 선배님(종도형님) 밭에 있는 헛개나무 열매도 있을 때 넉넉히 얻어놓고 혹사시키고 있는 간(肝)을 다독거리기도 하고, 해거리를 해서 달리지 않을 때를 대비하기도 한다.

금년 설선물은 칡즙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식물이라서 캐기가 쉽지 않겠지만 농부의 마음을 전하기엔 최고의 선물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고가의 평범한 선물보다 농부의 땀과 노력이 녹아든 칡즙으로 금년 설 명절을 함께하고 싶다.

내일부터 당장 괭이와 삽, 톱 등으로 무장을 하고 산을 오를 생각이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한없이 편한 농부의 삶이 행복한 건 겨울이라는 계절이 있기 때문이다.

내일도 나만의 공간인 농막에서 하루를 보낼 것이다. 눈 뜨면 할 일이 있어 좋다. 일어나면 갈 곳이 있어 좋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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