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호전문쉼터
아동보호전문쉼터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9.01.18 19:11
  • 호수 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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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 잘한 것 없지만, 주민들 차가운 마음은 더 아쉬워
김영신 취재기자

지난 14일 저녁 7시, A아파트의 비좁은 노인정에 4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아파트 인근에 들어서게 될 아동전문쉼터 관련 주민총회가 열린 것.

건축이 거의 끝나가는 동안 주민들에게 단 한 번의 사전 소통 없이 2월 중 준공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 되자 시에서 뒤늦게 마련한 설명회 자리까지 겸한 자리였다.

“기피시설이고 혐오시설이니 아파트 옆에 들어서면 안 된다”는 주민들과“그런 시설이 결코 아니다”는 시의 설명이 팽팽히 맞섰다.

아동전문보호쉼터는 보건복지부 아동보호법을 적용받는 초등부터 만 18세까지 학대받고 방치 된 아이들을 보호하는 복지시설이지만 시의 사전 소통 없었음에 불만을 느낀 주민들이 혐오·기피시설이라는 인식으로 아파트 주변에 들어서는 것은 위치상 맞지 않다는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전남의 아동학대 건수는 2016년 1229건, 2017년 1410건으로 점차 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A아파트 인근에 들어서는 아동전문보호쉼터는 광양지역 아이들 뿐 아니라 전남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뒤늦게 주민들 설득에 나서며 진땀을 빼는 시의 입장과 주민들의 주장을 경청하는 내내 답답하고 마음이 아팠다.

폭력, 학대, 방치에서 어른들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픈 아이들을 보호하는 쉼터가 왜 집값 떨어뜨리는 혐오시설·기피시설로 인식돼야 하는 것인지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은 가정에서 일어나고,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가 70%가 넘는다는 통계를 볼 때 재학대가 우려되는 만큼 부모로부터 외면당하는 이 아이들을 누군가는 품어줘야 하는데, 그래서 이런 시설이 꼭 필요한 것인데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말인지... 만약 내 아이 중에, 내 조카 중에, 가까운 이웃 중에 그런 아이가 있다면...‘역지사지’하는 따뜻한 관용의 자세보다 자칫‘집단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밖에 없는 그런 모습을 보며 지난해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이 오랫동안 극심한 대립과 갈등 끝에 가까스로 추진된다는 뉴스가 생각났다.  

아동보호전문쉼터 건립을 놓고 빚어지는 갈등도 이와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부모로부터 학대받고 유기되는 아이들은 장애 아이들처럼 무릎 꿇고 울어 줄 부모도 없기에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폭력으로부터, 학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고 그 상처는 가슴 속에서 똬리를 튼 채 생의 어느 순간 불쑥 불쑥 튀어나올지 모르는‘트라우마’로 작용한다. 더구나 보호도 치유도 없이 세월과 함께 자라난 아이들은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고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흥미를 가지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매사에 부정적인 마음을 갖고 살아가게 될지 모른다.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그 상처의 뿌리가 부모를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의 폭력이나 학대와 같은 기억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지만 그걸 품어주지 못하는 사회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시설의 성격상 비공개, 비노출 시설이라 하더라도 주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행정은 실수를 한 것이 분명하다. 사전에 혐오시설, 기피시설이 아님을 충분히 설득을 하고 순조롭게 일을 추진해왔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