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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 귀농 일기<18>
이우식 시민기자
[793호] 2019년 01월 04일 (금) 19:42:10 광양뉴스 webmaster@gynet.co.kr

어릴 적 중마동 추억

   
 

 

새해 첫 날, 마동 그린 공원 둘레길을 걸었다. 지난 가을 동창회 모임 때 친구들과 이곳을 처음 찾았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변해 버린 중마동에서 그 날, 옛 고향의 흔적을 봤다. 지금의 중앙초등학교 부근이 옛날‘불로마을’이라는 걸 그날 둘레길을 걸으면서 알 수 있었다. 유년시절 수 없이 걸어 다녔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우리 집이 있었던 곳과 가장 가까운 근로복지회관 터널 쪽에서 걷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가슴이 뛰며 흥분되기 시작한다.

왕문이 친구의 계단식 밭 오른쪽으로 오솔길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에서 우리 집이 있었던 방향으로 걸었다.

중근이 친구의 산이다. 중앙초등학교 뒤쪽에‘세죽굼텡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흔적이 없다. 절이 있었던 곳이라서 꽤 넓은 짠드박 밭이었는데...

다시 걸었다. 재못골을 지나 자작골쪽에는 우봉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세동마을이 이쯤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걷는데 둘째형님의 밭이 있었던 곳이 보인다. 그라운드 골프장의 주차장으로 변해 버렸지만 흔적은 남아 있었다.

돌이 떨어져 나간 곳에 위태롭게 붙어 있는 오리나무들과 아는 척 눈인사를 나누고 사동 마을이 있던 곳을 지났다.

백운고 부근에서는 걸음이 느려진다. 부모님의 산소가 있었던 곳이다.

발인하는 날, 강력한 태풍이 여수 앞바다에 상륙하는 바람에 상여를 메고 가던 사람들이 휘청거리며 힘들어 했고, 상여꽃이 다 떨어져 뼈대만 메고 갔던 사연이 있던 곳이다.

조기(弔旗)는 집안의 연철이 아저씨께서 한꺼번에 둘둘 말아서 가슴에 품고 이곳까지 오셨다고 했다.

여기 어디쯤인데...너무 많이 변해 버렸다.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엉꼬랑(낭떠러지)이 있는걸 봐서는 이 부근이 분명한데 확신을 할 수가 없다.

큰 형수님께서 주변에 고사리를 많이 심으셨는데 고사리대가 보이지 않는걸 보면 아닌 거 같기도 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현충탑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기상 관측소를 지나자 억새풀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래전 고인이 된 용의 친구의 밭이었는데 억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용의 아버지는 소 구루마를 끌고 5일장을 다니며 영업을 하셨다. 광양과 옥곡시장 섬거장은 물론이고 멀리 하동장까지 다니셨다고 한다. 무거운 짐을 운반해 주고 운임을 받으며 영업을 했던 걸로 기억된다.

고구마와 보리를 재배했던 그 곳엔 고라니와 두꺼비가 억새풀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삵도 한마리 보인다.

‘어~~!여기는 방구산이었는디...’

광양신문사에서 무등아파트 쪽으로 넘어가는 정상 부근이 방구산이었다. 크고 작은 묘(墓)와 바위가 많이 있었던 곳이다. 우리 마을에서 사동(절골)을 가려면 이곳을 지나가야 한다.

방구산의 전설을 참 많이도 만들었다.

우리 마을 선후배들 모두 한번쯤은 친구들에게 공갈을 쳐 봤을 것이다.

내용을 대충 정리 하면 이렇다. 절이 많았던 절 골로 스님들이 지나가다 이곳에서 쉬어가게 된다. 신진대사가 잘 이루어지는 영험 있는 스님께서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나면 하나씩 봉분이 만들어졌다고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집안 할아버지께서 나뭇짐을 받쳐놓고 쉬다가 방구하나 뽕! 뀔 때마다 바위가 하나씩 솟아올랐다고 공갈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방구산의 봉분과 바위는 우리들의 거짓말이 탄로 난 때문인지 다 없어지고 이렇게 변해 있었다.

그 부근에 있는 돈평이 아재의 농막과 감나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눈에 익은 감나무들이 나침판 역할을 하며 추억을 꺼내 주고 있는 게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아련한 추억 속에서 빠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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