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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 귀농 일기<16> 겨울비 젖은 어수선한 마당
이우식 시민기자
[788호] 2018년 11월 30일 (금) 18:19:20 광양뉴스 webmaster@gynet.co.kr
   
 

겨울비가 내린다. 매년 이맘때쯤 이면 집 주변과 마당이 지저분하게 어지러 진다. 주변에 나무가 많이 있어 거기서 떨어진 낙엽들이 굴러다니다 농부의 집까지 찾아오기 때문이다.

모양도 색깔도 다양하고 우리 집까지 찾아온 사연도 각기 다른 놈들과 매일 아침 사투를 벌이며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같이 비에 젖어 있는 낙엽들은 바짝 엎드린 채 빗자루의 손길을 거부하기 때문에 따로 방법이 없어 포기하기로 한다. 계절마다 마당의 주인은 바뀌지만 봄가을엔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리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엔 서리태 콩이 자리를 잡았다. 처음 심어서 빈 껍데기가 대부분인 서리태 콩을 타작 하다가 빗방울 소리에 놀라 허겁지겁 치우기 전까지 3~4일은 그의 자리였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 때문에 적지 않은 양을 치우면서 옆지기한테 맞아 죽을 뻔 한 원인 제공을 했던 서리태 콩. 하늘이 낮게 내려앉으면서 회색빛으로 변할 때 아내의 의견을 따라 미리 비설거지를 했어야 했는데 비 예보가 없다던 날씨어플을 믿고 우겼던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농산물 건조기가 있는 곳 근처에는 농산물 운반 상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무거운 대봉감을 담고 있다가 감말랭이를 깎기 위해 비워진 것 들이다.

‘컨테이너 박스’라고 부르는 농산물 운반 상자는 매실과 단감, 알밤 등 무거운 농산물을 전담해서 운반하는 역할 때문에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사는 놈이다.

경사가 심한 곳에서 짐 싣기를 대기하고 있다가 수 십 미터를 굴러 떨어지는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한 놈은 그 날이 수명을 다 하는 날이 되기도 한다. 그런 날은 그 친구와의 이별보다 재산의 손실에 더 가슴 아파하고 슬퍼하는 농부의 가식된 마음을 들키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힘든 일을 하는 녀석들이 긴 휴식에 들어가기 위해 마당에 대기하고 있다.

깨끗이 목욕을 시켜서 매실이 나오기 전까지 뒷마당으로 옮겨 놓으면 자신을 혹사시킨 농부의 뒷담화를 비롯해 한 해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달콤한 휴가를 즐기게 된다.

그 앞에 있는 키 작고 넓은 고무통은 덩치가 있어서 자리를 옮겨 주지는 못하고 한쪽 귀퉁이에 세워 놨다가 필요할 때 끌고 와 사용을 하고 있다. 건조기의 채반을 세척하는 일이 주 업무지만 그 일이 없을 때는 잡다한 농산물을 잠깐씩 보관해 주기도 하는 고마운 녀석이다.

뜨거운 여름 날! 시골집을 찾아온 손자 녀석의 전용 풀장 역할도 싫은 내색 않고 받아주는 우직하고 고마운 놈이다.

모양이 비슷하지만 키가 좀 큰 고무통은 감 깎는 장소를 넉넉히 확보하기 위해 창고에 있던 놈을 밖으로 꺼내 놨다.

텃밭에서 가뭄을 대비해 물을 채워두고 사용했었는데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구멍이 생겨서 보직이 변경된 놈이다. 무를 캐서 이 통 안에다 넣어 두면 이른 봄까지 싱싱하게 보관된다.

며칠 후면 이 고무통의 역할도 시작된다. 열두 달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마당을 지키는 무동력 리어카는 나가고 들어오는 동료들을 모두 보듬어 주는 마음씨 좋은 놈이다. 운반 상자를 네 개씩 실어 옮기며 농부의 어깨를 가볍게 해 주는 고마운 친구다.

오늘따라 할 일이 끝난 녀석들과 역할이 주어지기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는 녀석들이 무질서하게 살아가는 우리 집 마당이 겨울비에 젖어 더 어수선해 보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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