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창업도시 웁살라, 지역대학이‘산·학·정’클러스터 주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서쪽으로 70km 정도 가면‘웁살라’라는 도시가 있다. 18세기까지 스웨덴 수도로 문화와 학술 중심 도시였던 웁살라는 1866년 철도가 개통된 후 공업도시로 성장, 1960년대까지 인쇄업·기계제조·철공업 등이 주를 이뤘다. 웁살라는 1970년대부터 첨단산업도시로 탈바꿈했는데 지역대학과 연계를 위해 제약계열 기업들이 입주하고, 관련 공공기관이 들어서면서 공업단지에서‘생명산업 과학단지’로 성장했다.
웁살라가 생명산업 과학단지로 성장한 배경에는 지역대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도시에는 웁살라 대학이 있는데 스웨덴에서 유일하게 약학과를 보유하고 있다. 웁살라 대학 약학과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생체의학 연구소인‘약학연구소(BMC)’가 있으며, 웁살라에는 스웨덴 농과대학을 비롯한 관련 공공연구소(의약청, 식품청, 수의학연구소)가 입지한 관계로 바이오 클러스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었다.
‘산·학·정’첨단도시 웁살라
웁살라는 웁살라 대학과 스웨덴 농과대학을 중심으로 중소기업들이 협력을 이뤄 산학정 클러스터를 형성한 생명과학 문화도시다. 최근에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지원해 기업의 창업을 지원하는 창업 생태계를 갖춰 스웨덴의 대표적인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웁살라 산학정 클러스터는 크게 △웁살라 과학단지(USP) △웁살라 혁신센터(UIC) △캠퍼스 웁살라 등 세 분야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웁살라 과학단지는 IT산업과 BT산업을 중점 연구하는 곳이다. 1950년대 지역 대표 기업인 파머시아(Pharmacia)가 미국계 업존과 합병하면서 웁살라대학과 지역의 관련 기업들이 위기의식 공유와 자구노력의 결과로 웁살라 바이오 테크놀로지 클러스터 기반을 조성했다.
웁살라 과학단지는 웁살라 대학과 스웨덴 농과대학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1985년 지역 부동산회사가 주도하여 추진했다. 단지 내에는 150개 기업체가 입주하고 있으며 단지 인근에는 300개의 기업체가 입주해 운영 중이다. 과학단지에는 생명공학, 재료공학, 정보통신 등 다양한 기술 분야를 대상으로 웁살라대학, 스웨덴 농과대학 중심의 자생적인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웁살라 혁신센터(UIC)는 1999년 스턴스(STUNS), 웁삽라시, 스웨덴 농과대학, 웁삽라 대학이 공동출자로 설립한 창업 인큐베이터로 4개 기관이 각각 25%씩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중 스턴스는 웁살라 지역 내 대학, 기업, 공공기관 간의 협력 증진을 도모하고, 유망 신진기업의 발굴과 육성을 주목적으로 하는 재단이다. 스턴스는 유망 신진기업의 발굴과 육성을 맡고 있으며 이를 통해 웁살라시의 성장 동력을 찾는 역할을 맡고 있다. 1985년 설립한 스턴스는 웁살라 지역과 지역대학 및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지역의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스턴스의 유망 신진기업의 발굴과 육성을 통해 웁살라시의 성장 동력을 찾는 곳이 캠퍼스 웁살라다. 캠퍼스 웁살라는 생명공학과 재료공학 및 정보통신기술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입주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를 지원하고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웁살라에 있는 다양한 기업 지원 프로그램 중 청년들의 창업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기업 성장 발전 동력을 제공하는 웁살라 혁신센터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청년 창업 주도하는‘웁살라 혁신센터’
웁살라 혁신센터는 스웨덴 내 최우수 창업기업 보육센터 중 하나로 기업관리 지원, 자금지원, 네트워크 구축 등을 주요업무로 하고 있다. 이곳은 5개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70여명의 비즈니스 코치가 소속돼 다양한 창업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참여한 기업들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으며 사무 공간 제공이 아닌 비즈니스 개발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비즈니스 코치는 1개 기업 당 평균 2년간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주 웁살라 혁신센터에 담당 기업 운영현황, 자금현황, 제품개발 방향 등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한다. 혁신센터는 보고서를 검토하고 매월 한 번씩 비즈니스 코치와 기업인을 만나 상황을 점검한다. 기업들에 대한 평가는 보통 6개월 정도 걸리는데 프로젝트의 시장성, 경쟁력, 혁신성, 상업화 성공 가능성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비즈니스 코치(멘토)는 제품개발 방향, 회사조직 구성 및 운영, 금융네트워크 소개, 제품홍보와 국내외 시장 개척 등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다. 비즈니스 코치는 1주일에 평균 8시간의 자문을 제공하는데 자문서비스가 제공되는 2년간은 무료지만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통상 세금을 2년간 납부)하면 5년간에 걸쳐 자문료를 지급하고 있다.
혁신센터에서 1년에 개발되는 아이템만 250여개에 달하는데 우주부터 의약까지 다양한 분야의 80개 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창업보육시스템은 총 세 단계로 진행되는데 먼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개발하고 실행할 지를 돕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이를 기업(파트너사)에 연결해주는 것이 두 번째 단계다. 이후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사무실, 컨설팅 서비스, 각 분야 전문가를 멘토로 연결시켜주는 단계가 마지막 세 번째 단계다.
스턴스 재단 비즈니스 분야 대표인 룬데퀴스트는“창업은 상업화를 목표로 한다면 10년, 또는 100년이 걸릴 수도 있다”면서“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창업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턴스는 정부와 시, 시의회에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협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대학은 지역의‘구심점’
웁살라는 지방정부와 함께 대학이 지역 인재들의 창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만들어준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대학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바로 아이디어를 가진 대학 인재와 연관된 UIC 기업이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이후에는 계약까지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연결하는 역할이다.
웁살라 혁신센터가 성공을 거뒀던 배경에는 웁살라 대학과 스웨덴 농과대학의 입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단 혁신센터 주변에 스톡홀름 등 대도시가 있고 혁신센터를 운영하는 재단인 스턴스는 특정 주체가 단독으로 실행할 수 없는 기능 전담 추진, 대학이 지닌 경쟁력이 기업을 유치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웁살라시와 지역 대학, 기업 등‘민관학’이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상생 밑바탕을 마련한 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다. 또한 국내외 기업, 기관과 광범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창업 기업에 대한 펀드 지원은 물론, 무료 강연회 추진 및 법률, 회계, 지적재산권, 특허 등 자문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한 것도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혁신적인 창업 지원 환경 구축도 한몫했다. 웁살라 혁신센터는 창업 기업에게 사무실 임대를 하지 않고 창업 지원 관련 기관들을 한 건물 내에 입주시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공식/비공식 회의는 물론 휴식시간에 자연스럽게 접촉하여 네트워킹, 정보 교환 및 조언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창업 기업들이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했다.
다양한 수준별 프로그램 개발도 창업 준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창업 아이템 평가-창업 관련 지식 제공-창업기업 대상 경쟁력 강화, 시장진출을 위한 전문적 코칭에 이르기까지 총 5단계 사업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해 창업 준비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웁살라대학 혁신사무소 조나스 애스트롬 소장은“대학은 연구가 활발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며“수많은 아이디어,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웁살라 과학단지의 성공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스트롬 소장은“대학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참여함으로써 혁신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면서“이는 기업을 끌어들이는 자석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인재 영입에도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대학 인재들의 연구가 사회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면서“연구 아이디어를 지원하기 위해 대학은 기업과 협업이 긴밀하게 이뤄지도록 고민한다. 이것이 바로 웁살라 혁신생태계의 일부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웁살라의 사례를 통해 지역 내 대학이 지역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역 대학이 기업을 지역 내로 유인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결국 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과 기업-대학이 상호 보완을 통해 지역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성훈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