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박희순
가을 언저리
아직은 뜨거운 한낮의 열기
피할 수 없는 초목들이
온몸 비틀어 열기를 삼킨다
화려한 봄꽃으로 피어 낸
홍매화, 철쭉, 수선화는 아직 푸른데
가녀린 코스모스 흐드러져
분홍빛 얼굴 내밀어 가을을 반긴다
스산한 가을날,
훌쩍 떠나간 첫사랑 닮은 여린 꽃잎
코끝에 대어보니
시큼한 추억들이 되살아난다
백년 넘어서 왔다 쫓겨 간 폭염
긴 세월 산화 된 애달픈 사랑으로 남았나
허허로운 가슴속 헤집고 간다
언제 식어 재가 될지 모르는 열정
그 맘 알아 버린걸까
서글픈 풀벌레 합창 심금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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