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어르신들 행복하시길 기원”
“남자 어르신들 행복하시길 기원”
  • 광양뉴스
  • 승인 2018.09.20 18:34
  • 호수 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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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 있는 경로당 어르신 치매예방교육

“안녕하세요?”하며 경로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라면 냄새와 섞인 씁쓸한 담배 냄새 속으로 스틱커피 냄새가 향기롭다.

때로는 막걸리 2~3개 빈병이 벽에 붙어 나란히 세워져 있다. 대화도 표정도 웃음도 별로 없지만 오늘도 우둔한 걸음으로 몇 남지 않은 소중한 이웃 친구들을 만나는 경로당으로 모이신다.

남자 어르신들은 시대적으로 어렵고 무거운 가난과 식솔들에 굶주림과 돈을 따라 집을 떠난 자식들에 고통을 어깨에 메고 막걸리 한사발로 모든 아픔과 서러움을 삼키셨을 젊은 날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기다란 나무 허리춤에 차고 전쟁놀이, 전쟁노래로 들판을 뛰어 다니셨을 남자 어르신들은 지금 고령이신 연세에도 농사일을 놓지 못해 투박한 남자 어르신 손에 예쁜 색연필을 쥐어 드리고 싶어진다. 치매예방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경로당을 다니면서 느껴왔던 애잔함을 진료소 소장님께 말씀드리고 내년에는 남자어르신을 추천해 주실 것을 부탁드렸다.

진료소 소장님은 활짝 웃으며“우리 어르신들 참 행복하시겠네요” 하신다.

어느 날 진료소 소장님은 하포마을 남자 어르신들을 추천해 주셨다. 남자 어르신들만 따로 치매예방교육을 했던 경로당이 없었던 때이기에 나는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그런데 장소가 정해진 다음부터 생각지도 않았던 걱정거리가 생겼다. 표정도 말씀도 별로 없으신, 더구나 이웃 마을 남자 어르신들께 어떻게 시작 할 것인가를 생각하니 걱정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결국 남자 어르신들을 만날 시간이 왔다. 첫날이라 진료소 소장님이 동행 하셨다.

진료소 소장님은 치매예방교육선생님 이라고 소개 시켜 주셨다.“이정자입니다”라고 머리 숙여 인사 드렸다.

첫 날이라 치매 조기 검사를 소장님과 방 2개에 나눠서 했다. 치매검사를 마친 어르신들께 수고 하셨고 참 잘 하셨다고 칭찬을 해드렸더니 조금 안심하시는 듯 했다.

치매검사에 치매가 진행되고 있는 어르신은 광양시보건소에서 전화를 드리고, 관리를 해드린다고 말씀드렸다.

“치매는 연세가 많다고 자연스레 오는 것이 아니고 남녀노소 누구든지 걸릴 수 있는 질병입니다. 치매는 여러 종류와 원인과 증상이 있는데 치매는 한번 걸리면 완치되는 주사약이나 먹는 약은 아직 개발 되지 않았습니다. 참 다행인 것은 예방을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어르신들과 같이 치매예방교육을 하므로 뇌의 세포들이 활발해지며 세포들이 잘 연결되어 치매가 오는 확률은 낮아지고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는 치매는 아주 느리게 진행 되는 것입니다. 어르신들이 하셔야 할 것은 긍정적인 생각과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시는 것이 치매에 명약입니다. 저와 수업을 할 때 슬픈 가사의 가요보다 손주들이 부르는 새싹이 돋아나는 생동감 있는 동요로 수업을 하려고 합니다. 다음 주부터 하는 수업을 통해서 치매에 명약이 되는 생활습관과 여러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이렇게 해서 첫날 수업은 어르신들에 박수를 받으며 끝났다.

치매 이야기를 할 때는 어르신들 얼굴 표정이 참 진지하셨다. 진지한 표정만큼이나 치매를 걱정하고 계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어르신들이라 내색을 잘 안하셨을 뿐 점점 각 기능이 노화되어져 가는 것을 느끼면서 자존감도 없어지며 자신감도 잃어져 갔을 것이다.

일주일이 가고 두 번째 수업을 웰빙스트레칭으로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구령을 얼마나 씩씩하게 하시던지“치매예방교육 끝나기도 전에 젊어지셔서 군에 입대해야 하실 것 같아요”하며 서로 웃었다.

이렇게 웃음이 계속 시작 되어져갔다.

“어르신들 경로당에 오셔서 이웃 친구들 만나시면 서로 웃으세요?” 아무 말씀도 표정도 없으시다.

“지금 저와 함께 노래를 부르시면 경로당에서 친구를 만나시면 이렇게 웃으셔야 되요. 숙제에요”

어르신들과 싱글싱글 벙글벙글 동요와 율동을 했다. 어르신들 입가에 엷은 미소가 생겼다. 나는 조심스러웠고 걱정 되었던 마음이 함박웃음으로 변했다.

우리 남자 어르신들은 치매예방교육을 하는 동안 나는 늙었으니 이만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아니고 놀랍게 열심히 하시면서 완성되어지는 작품들을 보면서, 색색의 팰트지로 만든 파충류 캐릭터 머리띠를 하고 발표를 하시며 얼마나 행복해 하셨던지 작년 수업시간이었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도 행복해 하셨던 모습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부디 우리 남자 어르신들 행복 하시기를 기원한다.

 

 

이정자  어르신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