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온 가족이 함께 걷는 광양 길’
추석특집 ‘온 가족이 함께 걷는 광양 길’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8.09.20 18:26
  • 호수 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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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에 걸으면 좋을‘광양 길’

▷ 읍권, 유당공원·광양읍내·도선국사 천년숲길

▷ 중마권, 와우생태공원·중마-금호 해상보도교

올 추석은 24일, 대체휴무일 포함 5일이다. 나라 안팎을 향해 여행을 떠나는 가족, 추석 전 성묘를 마치고 꿀 같은 휴식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는 사람들 등 갈수록 명절을 보내는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맏이’라는 자리를 차지한 아들이나 며느리들에게는 여행이나 꿀 같은 휴식은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들린다.

결혼 후 스무번째의 추석명절을 맞는 주부 김모씨는“명절연휴는 평소보다 가사노동이 집중되고 쉴 틈이 없어 힘든 건 사실이다. 맏이라는 책임감에 여행을 갈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며“연휴 마지막 날 가까운 곳을 한 바퀴 드라이브 하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면 연휴가 끝나간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김씨처럼 연휴가 허무한 사람들을 위해 추석특집을 준비했다.

멀리 가지 않고도 익어가는 가을정취를 만끽하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걸어보면 좋은 광양 길’몇 곳을 소개한다.

광양신문이 연재했던‘연중기획, 길을 걷다’에서 한 꾸러미 담아봤다.

 

1. 와우생태공원

△ 와우 생태호수공원.

 

금호대교 옆에 있는 총 1.2km, 가장 깊은 곳은 수심이 3m나 되는 저수지를 품은 조용한 공원이다. 면적 8만1996㎡에 물위로 데크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가벼운 산책을 하기에 좋은 곳으로 2011년 12월 준공했다.

20~30분 가량 잔잔한 저수지 데크 길을 따라 걷다보면 바로 옆 도로에 차 지나는 소리마저 침묵으로 가라앉는다. 자연생태 관찰로와 행운의 섬, 인공폭포, 포토존과 운동기구, 화장실이 잘 갖춰져 있다.

 

2. 천년의 정기 서려 있는  옥룡 ‘도선국사 천년숲길’

△ 도선국사 천년숲길 약수터.

도선국사 천년숲길 코스는‘동백숲-옥룡사-백계산-금목재-백운산 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총 길이가 약 6km다.

산책이라기보다는 등산을 해야 하는 길로 약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길을 들어서면 옥룡사지 동백 숲이 먼저 사람들을 반기고 옥룡사지 주변에는 수령이 수백 년 이상 된 동백나무 7000여 그루가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도선국사가 옥룡사의 땅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동백나무를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이곳은 2007년 천연기념물 제489호로 지정됐다.

9월이라 2월에 피었다 지고 없는 붉은 동백은 볼 수 없지만 마음 속에 동백향은 남는다.

 

3. 바다 위를 걸어보자 -  중마-금호 해상보도교,  환상적 야간조명

△ 중마-금호 해상보도교.(사진제공=광양시청)

이 곳은 밤에 걸어야 제격이다. 다리를 가로질러 아치형의 화려한 조명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명이 걷는 이들의 얼굴에 반사되어 환상적이다. 사람과 자전거만 다닐 수 있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금호동과 중마동 삼화섬이 연결된 이 해상보도교는 이순신대교, 금호동 주택가, 광양항, 뒤로는 섬진강까지 이어지는 바닷길이 시야에 들어온다.

 

4. 500년 고목이 역사를 품은  사색의 공간 ‘유당공원’

△ 유당공원.

 

유당공원은 1528년 광양현감 박세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동남쪽에서 불어오는 소금기 실은 바람을 막아줬으며 바닷물에 반사되는 햇빛을 막아주는 역할도 했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광양읍 칠성리의 당산은 호랑이가 엎드린 형국이고, 읍내리는 학이 나는 형국인데 남쪽이 허하다하여 늪 지역에 연못을 파고 수양버들과 이팝나무, 팽나무를 유당공원에 많이 심었다고 전해진다.‘유당공원’은 연못과 수양버들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근대에 붙여진 이름이다.

입하 전후로 만개하는 천연기념물 제235호로 지정된 이팝나무의 장관을 만날 수 없지만 유당공원은 400~500년 된 팽나무, 느티나무 등 고목들이 세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사색의 공간’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 테이크아웃해서 고목아래 벤치에 앉아 익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좋은 곳이다.

 

5.‘광양읍내 속살…골목골목에서  휴머니즘을 만나다’

△ 광양읍 골목길.

 

골목길을 걷는 것은 오랜 시간 속에 보석처럼 박힌 이야기를 꺼내는 일이다.

광양역사문화관, 수성당, 벅수길, 읍성 터… ‘사람’이 있는 그 곳, 광양 옛 골목을 걸어보는 것도 소박한 재미가 있다.

바쁜 도심 속 여유로움을 선사하는 서울의 인사동 골목, 수탈의 흔적이 남은 낡은 골목을 영화세트에 담아 내 역사문화기행의 명소가 된 군산의 옛 도심, 한옥마을로 도시의 품격을 높인 전주, 양적 성장에 밀려 점점 쇠락한 원도심을 잘 살려 낸 순천 문화의 거리 등 역사가 켜켜이 쌓인 오래된 도심의 골목들은 묘한 향수와 추억, 그리고 속삭이듯 이야기를 들려준다.

광양읍내에서 가장 오래 된 목욕탕 ‘삼일탕’이 있던 자리, 서커스 공연이 열리기도 했고 여순사건의 아픔을 간직한 화신광장이 있던 곳, 동외마을 회관 앞에 방치된 공터가 옛 교육청 관사였다는 것, 남문세탁소 옆 병아리 부화장 등등 시간 속에 묻혀있던 광양읍성의 오랜 숨결을 찾아 떠나는 짧은 여행으로 제격이다.

문화도시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이 함께 호흡을 맞춰 역사가 살아나고 문화가 있는 광양읍의 미래 모습을 그려보며 걷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