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준다 해도 사람들이 갈망하는 것은 감성을 자극하는‘문화’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도시의 경쟁력과 생명력은‘문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더구나 각 도시마다 지역마다 갖고 있는 문화 DNA가 다르다고 정의할 때 그 도시와 지역에 맞는 문화를 찾아 발굴, 발전시키는 것은 그 어떤 SOC사업과도 바꿀 수 없는‘블루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도시 조성으로 문화균형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전국의 각 지자체에‘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광양신문은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지역의 정서와 특색을 살려 문화 사업을 펼치고 있는 전국의 몇 개 도시를 돌아보고 광양 만의 특별한 DNA를 살려 2022년 문화도시 지정을 받을 수 있도록 독자와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내고자‘광양, 문화에 물들다!-광양 문화도시성공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의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9회 ~10회 보도 예정이며 지난 호에 이어 세 번째로 주민 한 사람의 힘으로 시작,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가 된 광주 남구 양림동‘펭귄마을’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 광주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내 허름한 자연마을이 방문객 20만명이 넘는 관광지로 들썩
▷ 주민 한 사람의 발상에서 시작 주민 공감으로 이색 관광명소로 발전
한낮 온도가 35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에는 부산과 대구 등 전국에서 온 관광객으로 골목이 수런거린다.
낡은 벽시계와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 냄비, 밥상, 헌 신발 등 갖가지 물건들이 담벼락에 내걸리고 담 밑에는 군데군데 건반이 빠진 40년도 넘은 낡은 풍금 등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물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골동품처럼 값이 나가는 물건들도 아닌데 물건들이 뿜어내는 묘한 매력에 발길이 멈춘다.
어지러운 듯 물건이 내걸린 담벼락 앞에서 걸음을 멈춰 선 사람들은 그 이상한 힘이‘추억과 낭만’이
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펭귄마을’로 불리게 된 이 골목은 100년 전 개화기 당시의 건축물들이 많아 개발에 밀린 허름한 마을이었다.
지금은 촌장의 명함을 갖고 있는 김동균 씨와 주민들이 우연히 골목 담벼락에 오래된 물건들을 하나씩 걸기 시작한 다음부터 SNS와 블로그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고, 젊은 대학생부터 50, 60대 장년 등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낭만과 추억의 관광지가 됐다.
3년 전 12만명이던 방문객이 지금은 20만명을 넘어설 만큼 날이 갈수록 그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허름한 달동네에 2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오게 한 건
‘주민들의 마을 사랑’에서 시작
펭귄마을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마을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김동균 촌장과 주민들의 관심 때문이다.
폭염을 뚫고 펭귄마을을 찾아 갔던 날에도 김 촌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골목을 찾는 관광객들의 더위를 식혀주려는 듯 호스를 이용해 골목길과 화분에 연신 물을 뿌려대고 있었다.
‘주민들이 마을에서 살고 있고 점점 더 초라해져가는 골목에 변화를 주고 싶어 2013년부터 오래된 물건들을 하나 둘 씩 담벼락에 걸기 시작한 것이 전국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오게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김 촌장은 전한다.
광주 남구 천변좌로 446번길 7 (양림동 201-64).
주소가 버젓이 있는 이 마을이‘펭귄마을’이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불리게 된 건 오래전에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이 마을 터줏대감 이춘근 씨의 걸음걸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펭귄 아저씨 이춘근 씨는‘장애인이 온다’하면 안좋았는데‘펭귄 아저씨가 온다’하니 듣기에 괜찮았다고 한다.
주민이 먼저, 행정은 나중…
‘민·관이 한마음 돼 협력한 좋은 사례’
주민이 먼저 나서서 시작한 마을에 대한 관심을 기반삼아 행정이 많은 예산을 투입해‘보존’에 초점을 맞추고 현지개량방식의 관광자원화 사업으로까지 확대하게 된 좋은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광주 양림동을 방문하는 이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펭귄마을.
25세대가 남아있던 펭귄마을은 행정과 주민들의 순조로운 협의로 정든 마을을 비워주게 됐고 관할 구청인 남구는 양림동의 다양한 역사자원과 연계해 지역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