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그림 한번 그려볼까요?”
“시계 그림 한번 그려볼까요?”
  • 광양뉴스
  • 승인 2018.07.27 19:55
  • 호수 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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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그리기 시간, 삐뚤삐뚤 서툴지만 행복은‘가득’

치매예방 교육 시계 그리기 시간...

어르신들과 함께 하나, 둘, 셋 숫자를 소리 높여 세어가며 경직된 몸을 웰빙 스트레칭으로 푼다. 이어서“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 쉬지 않고 일해요”라는 동요를 노래와 율동으로 오늘 수업을 시작한다. 

노래와 율동을 하면서 2시, 3시, 5시를 손뼉으로 친다. 손뼉 한 번 더 치는 어르신도 있다.  그러면 서로 눈짓을 하며 17세 소녀들처럼 떠들썩하게 웃곤 한다. 2~3번 반복 하면서“손주들은 몇 시에 학교에 가요?”라고 물으면“7시요 8시요”하신다. 어르신들의 손주 이야기, 자녀들 이야기에 7~8번 손뼉 소리는 어깨가 들썩거리게 커진다.

어르신들께 시계가 그려진 용지 한 장과 색연필을 나누어 드리고 설명을 한다.“시계 그림 아래에‘몇 시 몇 분’이라고 써져 있는 대로 긴바늘과 짧은바늘을 그려 넣으시면 됩니다. 그리시기 전에 여기 한번 보시고 하세요.” 

나는 준비한 커다란 시계그림을 보여 드리며 또 한 번 설명했다. 어르신들은 긴바늘과 짧은바늘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떤 어르신은“선상님 이리 좀 와봐요.”하신다. 나는 부른 목적을 알고 “네, 이렇게 하시면 돼요.” 라고 하고 그 옆 어르신 바늘이 그려진 시를 보니 맞지 않았다. 그 옆 어르신들 시계그림도 주~욱! 둘러보니 전혀 맞지가 않았다. 놀라웠다.

이틀 전 오늘 수업을 준비하면서 어르신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 

내가 생각 했던 것과 정반대 현상에 조금은 황당했다. 시간 보는 방법을 한 번 더 알려드린다고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더 알려드리기로 했다.

보여 드렸던 커다란 시계를 다시 보여 드리며“긴바늘이 똑딱똑딱 이렇게 한 바퀴를 갈 동안 짧은바늘은 요기서 요기 밖에 못가요. 긴바늘이 12에 있고 짧은 바늘이 1에 있으면 1시에요. 그런데 긴바늘이 12를 떠나서 1에 오면 1시 5분이에요.”

5분이라는 개념과 5분씩 더 늘어나는 개념 등을 간단히 알려드렸다. 설명을 다 듣고 있던 한 어른신이“대학꺼정 나왔소?”또 다른 어르신이“대학꺼정 안나오믄 어찌 우릴 가르친다요. 귀에 쏘~옥 들어오게 가르치구먼” 하신다. 두 어르신 말씀에 다시한번 놀랐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시간 보는 방법을 간단하게 알려드렸는데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아주 높은 학교라고 생각하시는 대학을 다녀야 알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신 건 아닐까. 나는 뭉클해지는 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다.

어르신들은 항상 말씀 하셨다.“궁민핵교 마당도 안 밟아본 나가 요로콤 고분 색연필로 그림도 그리고, 예쁜 것도 맨들고 세월 참 좋아졌네잉”하셨었다. 어르신들과 수업을 할 때 때때로 짠하고 측은한 생각이 들곤 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어르신들 생각이 났다.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따뜻한 차 한 잔을 식탁 위에 놓고 오늘 그 어르신들을 가만히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의 비참했던 근대사의 역사책이나 TV를 통해서 봐왔던 우리네 소녀들에 모습들이 치매예방교육을 하면서 만난 어르신들이겠구나. 

시계 그림을 들여다 보면서 겸연쩍게  웃으시던 얼굴이 머리 속을 맴돈다. 몇 시 몇 분을 맞게 그려 넣지 못했다고 누가 감히 무지 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굶주린 내 입에 넣지 않고 자식들 입에 넣어 굶주림을 채워 주셨던 어르신들. 

내 자신 몸에 걸쳐진 누더기 몸빼와 꿰매고 구멍 뚫린 양말을 내 자식에게는 입히고 신기지 않겠다고 손과 발이 닳아지고 벗겨지고 했던 굽어진 손가락들. 어미처럼 궁민핵교 마당에도 못 가보면 안 된다고 찬물로 배를 채우고 고무대야를 머리에 이고 바다로 들로 다니셨을 억척스런 어르신들이 있으셨기에 그 후손들의  행복한 웃음이 오늘도 내일도 이어질 것이다. 우리 어르신들이 흘린 피와 땀이 우리나라 경제를 살려 이제는 다른 나라를 도와주는 든든한 나라로 만드셨다.

우리 어르신들 경로당에서 노후 생활로 치매예방교육까지 받으면서 평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모두 어르신들의 고생으로 만들어졌다. 어르신들의 후손들이 어르신들을 영원히 기억 할 것이다. 존경합니다.   이정자  어르신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