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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대체 뭣이 중헌디?
신덕희 시민기자
[771호] 2018년 07월 20일 (금) 19:04:16 광양뉴스 webmaster@gynet.co.kr
   
 

딸이 휴대폰을 잃어 버렸다고 카톡이 왔다. 딸은 일본, 중국, 러시아, 싱가폴, 대만 등 근방 아시아권을 운항하는 크루즈선에서 일한다. 태평양바다 한 가운데에서는 연락이 안 되다가 일본이나 홍콩 등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 기항하면 겨우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확인했는데 그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하니 걱정이 태풍처럼 밀려왔다.

맘이 급해진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안 쓰는 휴대폰이 있는지를 물었고, 퇴근하자마자 예전에 쓰던 남편의 낡은 휴대폰을 찾았다.

“휴대폰을 잃어버렸대. 이거 고장 나서 바꾼거지? 아, 이거 오래된 거라 충전도 안 되고 금방금방 꺼진다고 했지…, 그래도 이거 보내주면 되지 않을까? 이거 쓸 수는 있나?”딸이 부산에 들어오는 날에 맞춰 택배를 보내야할 것 같아 남편에게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횡설수설했다.

“아니 어쩌다가 휴대폰을 잃어버려? 그거 새 폰 아니야? 아니 도대체 물건을 어떻게 간수했길래…”남편의 반응을 확인하는 순간 화가 났다.

이런 태연하고 짜증나는 남편의 반응은 나를 40년 전 어느 날로 되돌려놓았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내게 아버지는 자전거를 사 주셨다. 그 시절 자전거 가격이 얼마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동네에서 자전거를 가진 아이들은 두세 명에 불과했었고, 읍내에서 조차도 자전거가 있는 학생들은 많지가 않았다.

걸어서 1시간 넘는 거리의 주산학원은 자전거를 타면 15분이면 갈 수 있었다. 뒷좌석에 타고 나랑 같이 주산학원에 다니던 내 친구는 이 자전거를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주산학원에 도착을 하면 나는 자물쇠로 자전거를 채운다. 원래 달려 있던 자물쇠로 한번, 그리고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긴 자물쇠로는 옆에 세워진 쇠기둥에 연결해서 또 한번! 그리고 그 열쇠는 혹여 잃어버릴까 호주머니에 넣고 그 입구를 옷핀으로 찔러 고정시켰다. 자전거 앞뒤로는 [○○학교 ○○○] 라고 이름도 크게 써 넣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바로 그 주산학원 앞에서 내 자전거가 없어져버렸다. 내 호주머니에는 두 개의 열쇠가 그대로 다 있는데 자전거만 없어져버린 것이다.  나와 내 친구는 미친 듯이 학원 일대를 다 찾아 헤매고 다녔으나 찾지 못했다.어둑어둑해서야 온 몸에 힘이 다 빠진 채 집에 돌아와 자전거를 잃어버렸다고 말하려는데, 목이 메어오며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고 했다. 그런데 아버지의 한 마디는 그런 나의 눈물을 확 거두어 갔다.

“머? 그게 얼마짜린데 그걸 잃어버려? 도대체 어떻게 간수를 했길래 그걸 잃어버려 어! 지 물건도 제대로 간수 못 하고…”아버지는 나와 엄마에게 있는 대로 화풀이를 하신 다음에 읍내로 자전거를 찾으러 나가셨다.

엄마는 또 무슨 죄라고…정말 억울했다.‘간수를 못했다니…자전거에 자물쇠도  채우고, 또 긴 자물쇠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가장 단단하다고 생각되는 쇠기둥에 꽁꽁 묶어 채웠었는데…,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 그걸 훔쳐간 도둑놈이 잘못 한거지. 나쁜 놈은 도둑놈이지 내가 아닌데…, 그럼 내가 주산학원에 가서 수업도 안하고 자전거만 지키고 있다가 와야 내가 간수를 잘하는 거냐고’정말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불과 얼마 전에 학교에서 우리 반 아이가‘피리’를 잃어버렸을 때에도 선생님은 그렇게 말을 했었다.“남의 물건을 가지고 가면 안되는 거야. 그런데 물건을 잃어버린 애도 잘못했어. 자기 물건을 잘 간수해야지. 가지고 간 아이도 나쁘지만 잃어버린 사람도 잘못이 있다!.”

 어른들의 판단은 정말 이상했다.‘훔쳐간 사람을 나쁘다고 해야지 왜 잃어버린 사람을 나쁘다고 하는지? 그 피리를 가방에 넣어 놓았으면 잘 간수 한건데, 그럼 어떻게 간수하라고? 그 피리를 남들이 훔쳐가지 못하도록 하루 종일 손에 들고 다녀야 간수를 잘 하는 것인가?’ 나는 억울한 마음에 이불을 둘러쓰고 엉엉 울었다. 어른들은 말이 안 통했다.

다행히 자전거는 그 다음날 저녁때 쯤 읍내 약국 앞에서 발견됐다. 앞뒤에 커다랗게 써넣은 내 이름표도 거의 지워버렸는데 내 자전거를 한눈에 알아보신 아버지의 눈썰미 덕분이었다.

아버지는 더욱더 굵은 글씨로 자전거 사방팔방에 내 이름을 적어놓으셨고, 그것도 못미더워 그 위에 테이프를 붙이셨다. 그리고 아주 굵은 철사로 된 자물쇠를 두 개 더 사오셨다. 하지만 저렇게 굵은 철사도 펜치나 다른 공구로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한동안 반항심에 자전거를 타지 않고 1시간 이상을 걸어 다녔다.

40년 전에 못다 푼 원망과 분노는 딸아이의 속상함과 겹쳐서 엄청난 감정의 쓰나미를 몰고 왔다.

“아니 지금 뭣이 중헌디? 어차피 잃어버린 거. 딸 안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뭐가 있간디? 40년 전의 아버지도, 선생님도 틀렸거든요. 나쁜 사람은 잃어버린 사람이 아니라 그걸 훔쳐 간 사람이라고요. 잘못한 건 도둑인데 왜 애먼 사람을 비난하냐구요. 아, 정말 말이 안통하네.”

나는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 남편과도 얘기하고 싶지 않다. 나는 지금 말이 안 통하는 남편과 언쟁하고 싶지 않을 뿐…절대 삐진 게 아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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