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구입 지원만으론 한계…‘주민공동체’중심지 활성화 계획
2014년 6월 개관한 봉강면 비봉마을도서관. 비봉마을도서관은 2016년 3월 전라남도 마을도서관 공모사업에 선정돼 도비와 시비를 지원받아 옛 봉강보건지소를 작은도서관으로 만들었다. 도서관 면적은 80㎡(24평)로 조그마하다.
비봉작은도서관에서 마을도서관으로 이름이 바뀐 이 도서관에는 1000여권 이상의 책이 구비되어 있으며, 문헌공간과 멀티자료방 등의 시설을 갖췄다.
비봉마을도서관은 봉강면민들의 사랑방 역할과 문화중심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비봉도서관은 지난해 다양한 독서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키즈힐링 그림책 여행’을 운영해 호평을 받았다. 봉강초등학교 병설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한‘키즈힐링 그림책 여행’은 그림책 전문 강사의 지도로 다양한 그림책 이야기와 체험놀이를 하는 어린이 독서힐링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창의력을 발달시키고 유치원에서 미처 해주지 못하는 독서 힐링 프로그램을 제공, 어린이 독서문화 형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상면에 있는 농부네 텃밭도서관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도서관이다. 서재환 관장은 1981년 마을에서 책을 모아 도서관을 만들었는데 이른 바 마을문고였다. 책이 많아지자 읽을 사람을 직접 찾아 나서고 일과가 끝나면 리어카에 책을 싣고 돌아다닌 것이‘농부네 텃밭도서관’의 시작이다.
서재환 관장은 1987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운기에 책을 싣고 독자들을 찾아다니며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정식 개관은 2006년 10월에 했다. 농부네 텃밭 도서관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은 경운기 도서관도 있지만 텃밭 도서관 자체에 있다. 텃밭도서관은 멀티공간이다. 책과 놀이 공간이 어우러져, 주말이면 전국에서 찾는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곳에는 새집처럼 나무 위에 지어놓은 별채도 있는데‘하늘집’이라고 불린다. 올라가 보면 의외로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어 새 둥지 안의 새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연못도 있고 잔디 미끄럼틀, 흔들다리, 다양한 동물들이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텃밭 도서관은 특히 굴렁쇠, 깡통말, 죽마, 널뛰기, 활, 줄배, 잔디썰매, 공중줄타기, 시소, 그네 등의 전통놀이와 우물물 긷기, 펌프질하기, 짐승 먹이 주기, 매실 따기, 감자 캐기, 마늘 캐기, 옥수수 따기, 밤 줍기, 김장하기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이 많은 체험놀이가 있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추억을 되새기며 한바탕 놀 수 있다.
민박도 할 수 있는데 방안 곳곳에 각종 책과 옛날 물건들이 있어서 탐방객들은 자유롭게 쉬면서 책을 즐길 수 있다. 농부네 텃밭 도서관은 역사도 오래되고 경운기에 책을 실어 다니는 모습들이 알려진데다 전통놀이, 전통음식 등이 널리 알려지며 방송, 언론에도 자주 등장해 여전히 식지 않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 호반아파트는 지난 3월 작은도서관으로 커뮤니티센터‘마더라이브러리’를 개관했다.‘어머니 마음처럼 마음을 더하고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뜻을 가진 이 도서관은 호반아파트 주민들의 주민자치프로그램 운영과 주민 교육장,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책 읽고 공부하는 도서관 개념의 복합 커뮤니티센터다.
호반아파트는 주민프로그램 운영공간이나 교육장, 도서관 등 주민들의 소통공간이 없어 불편함이 많았다. 호반아파트 커뮤니티센터‘마더라이브러리’는 2017년 도비 지원으로 공사를 시작해 기존의 경로당과 입주자대표회의실을 통합하고, 책장설치 등을 거쳐 주민과 함께 하는 도서관으로 탄생했다.
광양시, 내년부터 4년 간 특화된
‘작은도서관’육성
현재 광양시에는 작은도서관이 총 30개 있다. 이중 공립형 6개, 마을도서관 3개, 사립형 도서관 21개다.
작은도서관은 지역주민의 생활공간 가까운 곳에 위치해 지식정보와 문화서비스를 누구나 손쉽게 제공받을 수 있는 소규모 도서관을 말한다. 주민들의 자율적 참여와 봉사로 만들어가는 지역공동체이자 책과 사람, 문화가 어우러진 생활 친화적 공간이다.
때문에 작은도서관이라고 해서 책 위주의 프로그램만 육성하는 것도 취지에 맞지 않다. 전국 6000여개 이상 작은도서관들이 책 이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광양시는 앞으로 선택과 집중으로 작은도서관 지원을 차별화할 방침이다. 일부 예산을 지원하고 책을 보급하는 것만으로는 작은도서관 살리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작은도서관의 단점은 무엇보다 평일에 활용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주민들도 생업에 종사하다보면 아무래도 평일에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 각 지자체 작은도서관들이 주민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민공동체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다.
광양시도 이에 따라 내년부터 생활밀착형 특화 작은도서관을 육성할 방침이다. 성재순 도서관사업소장은“주민 생활환경 주변에 조성되어 있는 작은도서관을 특화 육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작은도서관 운영 내실화를 통해 마을공동체 거점으로 역할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성재순 소장은“내년부터 2022년까지 작은도서관을 대상으로 특화도서관을 조성할 계획”이라며“이중 4개소를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시가 생활밀착형 특화 작은도서관을 육성하는 배경에는 도서관 환경변화에 따른 특성화·전문화를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작은도서관은 마을 곳곳에 생겼지만 운영 부실한 곳도 있어 도서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뜻도 있다.
성 소장은“다음 달 안에 생활밀착형 작은도서관 육성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라며“계획이 마무리되면 내년 1월 작은도서관 육성 지원 기준안 마련 및 공모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광양시가 계획하고 있는 생활밀착형 작은도서관은 최근 유행과 흐름에 맞춰 작은도서관을 특화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성 소장은“음악, 커피, 만화, DVD 등 주제를 정해서 공모해 선정되면 해당 작은도서관을 리모델링해주거나 다양한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지원해주는 것만으로는 작은도서관 활성화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많은 주민들이 이용하고 지역공동체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제를 통해 작은도서관을 특성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재순 소장은“특화 작은도서관을 육성하면 도서관별 브랜드를 만들 수 있고 관광 상품화도 가능하다”면서“작은도서관 수준을 높이고 주민 밀착형 활동 공간으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에 많은 관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성훈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