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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지 모아 지혜를 발휘하자!”
[767호] 2018년 06월 22일 (금) 18:47:55 광양뉴스 webmaster@gynet.co.kr

언제부터인가 내 이름에는 ‘어르신’이라는 단어가 붙어 다닌다.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사회통념으로 붙어 다니지만, 나의 생각이나 행동이, 사회 통념과 비슷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인생에 가미된 것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부여에서 종중정기총회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참석한 적이 있었다. 젊었을 때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참석하지 못하고 지금에야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세월과 함께 찾아온 마음의 변화가 아니겠는가.

처가에서 하루 밤을 자고, 아침 일찍 운동도 할 겸 들판을 거닐다보니 논밭에 물을 대는 양수기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옛날 생각이 절로 났다. 그때는 물길을 내고, 발동기를 돌려서 물을 퍼 올렸는데 혹시 발동기와 수통 간에 연결되어 수통을 돌려주는 피대 줄이 벗겨지지는 않는지 등 여러 가지를 잘 살펴야 되기 때문에 잠시도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것은 여유가 있거나 물이 많은 곳의 이야기고, 그렇지 못하면 발로 돌려서 물을 퍼 올리는‘물 자새’나 둘이서 물을 퍼 올리는 두레박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또 물 품기를 하는 동안에는 그 곳을 지키고 있어야 되므로, 집에서 밥을 지어 그곳에 가져다주어야 했으니 살림하는 여인들의 노고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이른 아침인데도 여러 곳에 전동기(의료용)가 세워져 있었고, 한 곳을 보니 전동기를 타고 밭에 와서 무릎으로 기면서 일을 하는 노인이 발견되어 내가 물었다.

“아주머니 왜 그렇게 힘들게까지 일을 하세요?”그랬더니 그분은“작은 밭뙈기지만 놀릴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농사지어서 우리 자식들과 손주들에게 보내주면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즐겁고 좋잖아요?”하고 말한다.

그 말을 들으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고, 전에 어느 곳의 쓰레기장에 갔다가 깜짝 놀란 일이 생각났다. 택배로 부쳐온 것인데 뜯지도 않고 그대로 벼려진 것으로, 아마 농촌에서 정성들여 보내준 물건인 것 같았는데 이 어르신과 비교가 되는 것은 왜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니 아침 먹을 시간이 되어 부랴부랴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가는 길에 얼마 전 국보로 승격되었다는 관촉사 은진미륵불도 둘러보고, 쌀 바위라고 이름 붙여진 미암사의 바위며, 세계 최대라는 와불(臥佛)도 보았는데 그 와불 뒤로돌아 내부로 들어가니 법당이다. 이곳에 부처님의 진신 사리가 있다고 설명해주는 불자의 말을 들으면서 법당이 그 사리함과 어우러져 더욱 화려하게 보였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목적지에 도착하여 여러 종친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나 평소에 잘 몰랐던 분들도 알아졌고, 약간의 다툼은 있었지만 좋은 결과가 도출되어 원만한 회의로 결론을 맺었다. 가끔 문중회의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산상의 문제로 다툼도 일어나고 법정 소송까지 간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모든 것들은 후손들에게 물려줄 유산이다. 크지 않은 땅덩어리에서 남북이 갈라지고 또 몇 년에 한 번씩은 동서로 대립하고, 서로가 비방하고,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어르신’이라는 단어가 붙으니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이제부터라도 지혜를 발휘하고 중지를 모아 좋은 것, 그리고 아름다운 것을 많이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도록 노력하자.        이경희 어르신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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