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확실했는데…”허무하게 끝난 김재무‘대망론’
“이번 선거는 확실했는데…”허무하게 끝난 김재무‘대망론’
  • 이성훈
  • 승인 2018.06.15 19:47
  • 호수 7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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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 대패 원인은?…중앙당 의존 지나쳐

민주당으로서는 이번에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던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을 전망이다. 지역에서 수십 년간 여당 역할을 했지만 지난 16년 동안 한 번도 시장을 내놓지 못한 민주당은 이번 선거만큼은 자신있는 분위기였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다른 당과 비교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최근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더욱더 높아졌다. 전국적으로도 자유한국당이 대구경북을 제외하면 이번 선거에서 몰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이후여서 더욱더 자신감이 가득 찼다. 광양도 지난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이 66.2%를 기록하면서 분위기는 더욱더 달아올랐다.

무소속 정현복 후보가 4년 동안 시장을 역임했지만 대통령과 민주당 바람을 예상하면 이번 시장 선거는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민주당 지역위원회 분위기도 순풍이었다. 김재무 후보가 지난 4년 동안 열심히 준비했고, 선거 1년을 앞두고 150일 동안 지역 곳곳을 직접 걸어다니며 시민들을 만났다. 경선도 없었다. 그동안 민주당이 시장 배출을 하지 못한 큰 원인 중 하나가 경선 후유증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김재무 후보가 일찌감치 출마를 준비해왔고 당원들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여론도 호의적이었다. 민주당 열풍 분위기를 타면서 젊은 도시 광양에서 파란 물결이 지역 곳곳을 뒤덮을 것으로 예상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정 후보와 오차범위 접전을 펼치며 최소 이번 선거는 3%내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김재무 후보는 12개 읍면동에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또다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태인동에서 압도적으로 정 후보를 이겼지만 투표자수는 1100여명으로 큰 의미는 없었다.

정현복 후보는 2014년 선거에서 2만6031표를 얻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4만4565표로 1만8000여표 더 많이 획득했다. 반면 김재무 후보는 2014년 2만1762표에서 3만3756표를 얻어 1만2000여표를 더 얻는데 그쳤다.

2014년 당시는 정인화 후보가  1만 6000여표를 얻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번 선거에서 정인화 후보의 득표 상당수를 정 후보가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오차범위 접전이라는 여론과 달리 지난 선거보다 더욱더 많은 차이로 끝난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선거운동 과정을 되짚어보면 김 후보 측의 전략은 아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앙당에 기댄 선거운동, 민심 외면

민주당은 이번 선거운동 기간 동안 영향력 있는 중앙당 관계자들이 대거 광양을 찾았다. 추미애 대표부터 정세균 전 국회의장, 박영선·김두관·송영길·표창원 국회의원 등을 비롯해 김태년 정책위의장, 탤런트 이동준, 권투선수 황충재·장정구 등이 광양을 찾아 김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

민주당 고공 지지율을 바탕으로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을 대거 등장시켜 파란 바람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민심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유세 현장에는 시민들도 많이 있었지만 민주당 관계자들과 선거운동원이 주를 이뤘다.

시민들은 오히려“김 후보 혼자 얼마나 힘들면 중앙에서 저렇게 많이 올까?” 하며 의구심을 일으켰다. 중앙당 지원은 잠깐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지만 득표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난 수차례 선거 결과다. 민주당 지역위원회는 시장 선거가 있을 때마다 중앙당 유명 정치인들이 대거 광양을 찾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만큼 시민들의 의식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지방선거의 취지가 지방자치제도의 완성인데 김 후보 측은 중앙당에 기대어 대거 집권여당의 힘으로 예산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은 지방정부의 중앙정부 예속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반면 정 후보 측은 대부분 시민들과 함께 했다. 유세를 마친 후에는 정 후보가 시민들과 춤도 추고 사진도 찍으며 신나게 즐겼다. 민주당이 지지 연설 위주의 조직적인 선거 운동 방식이었다면 무소속 정 후보 측은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풀어놓고 선거 운동 자체를 즐겼다. 노랑풍선 물결도 큰 인기를 끌었다.

정 후보는 선거 막판에 이장호 영화감독과 가수 윤형주를 초청한 것 외에는 지원자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광양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어 광양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중앙당 지지자들은 오로지“문재인-김영록-김재무”를 연호하고“예산 폭탄 지원”만 외쳤다.

정 후보 관계자는“유세 현장 분위기만 보더라도 우리가 상당히 좋았다”며“우리는 정말 선거를 축제로 생각하고 열심히 놀고 끝난 후에는 청소도 깔끔히 하면서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밝혔다.

선거 사무소 개소식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사무실이 비교적 넒은 김재무 후보 측은 실내에서 개소식 행사를 대부분 치뤘다. 당연히 연설과 소개 위주의 개소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정 후보 사무소는 너무 좁아 사람들이 발 디딜 곳 조차 없었다. 지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사무실 주변 도로를 가득 메웠는데 후보 측에 따르면 3000명 이상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개소식을 마친 후에 정 후보는 사진 요청을 원하는 지지자 모두와 일일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분위기를 이끌었다. 정 후보 개소식을 다녀온 한 유권자는“이 정도 분위기라면 대세는 일찌감치 끝난 것 같다”며 현장 분위기에 혀를 내둘렀다.

네거티브,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 동안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것은‘네거티브’였다. 양쪽 모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공약 대신 네거티브에 집중했다. 정 후보 측은 4년 전처럼 김 후보의 6건의 전과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김 후보 측은 스님 성추행 논란, 포스코 1000억원 출연 논란, 보건대 정상화 등으로 맹공을 퍼부었다.

sns에서는 양쪽 지지자들이 보기 부끄러울 정도로 비방, 욕설을 일삼았다. 포스코 1000억원 출연 논란은‘정현복’이라는 이름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정 후보 측에 큰 충격을 줬다. 하루아침에 정 후보는 적폐세력이 됐으며 김 후보 측은 이를 바탕으로 집중공세를 퍼부었다.

특히 스님 성추행 논란을 놓고 선거운동 기간 내내 뜨거운 공방을 펼쳤다. 정 후보 관계자는“포스코 1000억원 출연에 이어 비구니 스님 성추행 논란이 터지자 정말 앞이 캄캄했다”면서“유권자들이 네거티브에 휘말리지 않고 현명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선거 2주를 남겨놓고 김 후보 측은 이 두 가지를 쟁점을 삼고 끊임없이 공격했지만 득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 측이 제기했던 김 후보의 전과 6건 공세 역시 김 후보 측이 지난 선거에서 달리 이를 적극 해명하고 유권자들에게 알렸음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네거티브 선거는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불신과 피로감을 느껴서 선거에 악영향을 미친다.

상대 후보 성과 인정했나

김재무 후보 측은 이번 선거운동 기간 동안 집권 여당의 여유로움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 후보가 4년 동안 쌓아올렸던 성과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판하고 폄훼했다. 김 후보 측은 목성뜰 개발이나 예산 1조원 달성, 도립미술관 건립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포스코 1000억원 출연 논란을 내세우며 정 후보를 적폐세력으로 몰아붙였다.

한 유권자는“김 후보 측이 최소한 정 후보의 4년 성과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집권여당의 힘을 실어 더욱더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실질적으로 시민들은 정 후보가 시장 임기 동안 큰 무리는 없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김 후보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여당으로서 여유로움을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시장 선거는 김재무 후보 측이 지나치게 민주당 바람과 문재인 대통령에 의존한 나머지 공약을 집중적으로 알리지 못한 채 마무리되고 말았다. 민주당으로서는 다음 선거는 이제 중앙당 의존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공감하는 선거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