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 조림
어릴 적 나는 배가 고팠고
어머니는 늘 배가 불렀다
부엌에서 아니면 이불 속에서
식구들 몰래 무엇을 먹었는지
배부른 어머니가 부러웠지만
몇 날이 지나면
지독한 산고를 토해 놓고
푹 꺼진 배로
며칠씩 앓아눕곤 했는데
아버지 붉은 만장 느릿느릿 앞세운 후
더 이상 배부르지 않았던 대신
바람의 길을 열어 놓고
진흙에 묻힌 발을 빼지도 못한 채
바람이 불 때마다 휘청거리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뼛속으로 통로만 넓혀서
진한 수액을 퍼 올리며
단단하고도 실한 씨앗을 키우셨던 게다
연자*가 연근을 먹는다
구멍 숭숭한 어머니의 생을
먹어 치우는 게다
그날 밤 산고의 신음을 속으로 삭이던
어머니의 아픔을 꾸역꾸역 먹으며
그날의 연자들은
환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연자 : 연꽃의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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