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제철소를 찾는 외국인 내방객의 영어 안내를 맡은 페드라하 줄리 씨와 류리화 씨. 이들은 결혼 이주여성들이다. 두 사람에게 최근 좋은 일이 생겼다. 임시직, 비정규직, 계약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광양제철소 홍보파트에서 영어 안내를 담당하던 두 사람은 포스코휴먼스로 회사가 바뀌었고 1년에 한번, 얼마 전까지 3개월 단위로 쓰던 근로계약서를 이제 쓰지 않아도 된다.
흔히 말하는‘안정된 직장’을 갖게 된 것. 두 사람 모두 내방객 안내 업무는 이번이 두 번째, 그동안 나름 노하우가 쌓여서 특별히 어려운 일은 없지만 회사가 바뀌어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요즘 더 바쁘다.
한국어가 기본이라고 할 만큼 우리말 표현도 능숙한 두 사람은 3개 국어가 가능한 언어 능통자들이다. 영어인증시험‘OPIC’의 최고등급을 보유한 줄리 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류리화 씨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두 사람은 제철소를 찾는 고객에게 보다 정확하고 친절한 안내를 하기 위해 안내 시나리오를 외우고 또 외우며 동선을 익히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줄리 씨의 고향은 필리핀, 필리핀에 여행 온 남편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사랑’하나 믿고 한국으로 날아 왔다. 큰 아이를 낳고 살던 중 2014년 포스코패밀리 프렌즈봉사단의 주선으로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여섯 살 첫째는 아빠를 닮았고 두 살 둘째는 나를 닮았다. 어머니가 잘 넘어지셔서 병원에 자주 입원하신다. 설 연휴 전에도 옥상 계단을 내려오다 떨어져서 크게 다쳤다. 걱정이다”며“한국에서는 아이들을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들어간다. 회사에 다니던 남편이 돈 많이 벌어야 된다며 직업을 바꿨다.
그래서 남편한테 돈 많이 벌어오라고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준다”며 너스레를 떠는 줄리 씨는 가끔 시어머니와 남편 흉을 애교스럽게 볼 줄도 아는 영락없는‘한국 아줌마’다.
서른 살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앳된 모습의 류리화 씨 고향은 중국 흑룡강성이다. 류리화 씨는 4년 전, 한국에 먼저 와있던 부모님 곁에 있고 싶어서 왔다가 광양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주말이면 시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그는 한국에서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줄리 씨는“한국에 와서 힘들게 사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많다. 언어폭력과 무시를 일삼는 남편을 피해 몰래 필리핀으로 돌아가는 여성들도 있다”며“결혼을 목적으로 온 이주여성들은 물리적으로 당하는 육체적 폭력보다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안고 한국을 떠난다”고 말했다. 류 씨는“사랑해서 결혼하고 살아도 힘들 때가 있는데 사랑도 없이 말도 통하지 않는 결혼생활을 이주여성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결혼 이주여성들은 많지만 언어장벽과 낯선 환경에 부딪쳐 많이 힘들어 한다”며 “매일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철소를 찾는 내방객 안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처럼 광양에 사는 모든 결혼 이주 여성들의 삶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줄리와 류리화씨는 마음이 따뜻한 광양 아낙들이다.